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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노후화된 세운상가와 주변 지역을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해 개발을 추진했지만,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와 부동산 시장 침체, 오세훈의 서울시장 사퇴와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으로 인해 서울시의 정책이 재생과 보존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재개발 이야기는 사라지는 듯 했다. 이후, 2021년에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취임하면서 다시 사업에 속도가 붙었으며, 2025년 3월 10일에는 서울시가 세운지구 육성을 위해 직접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 사업의 기본적인 골자는 세운상가부터 진양상가가 위치한 지역을 긴 선형의 공개공지로 만들어 종묘에서 남산을 잇는 통경축을 확보하고 세운상가군 인근의 노후화된 지역을 개발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서울시가 고시를 바꿔 종묘 인근 건물의 최고 높이를 기존 71.9m에서 141.9m로 두배 올린 사업계획을 세우면서 논란이 거세진 것이다. 이런 가운데 대법원은 지난 11월 6일 서울시의회가 문화재 인근 개발 공사를 규제하는 조례를 일방 폐지한 것에 반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제기한 소송을 각하해 절차적 정당성을 인정했다.
이렇게 종묘 인근 재개발에 대한 반대가 확산되면서 이명박 시대의 토건족이 부활하고 있는 느낌이다. 문제는 현재 여러 언론의 보도 내용을 종합해 볼 때 이재명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장간의 대립으로 몰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종묘인근 재개발은 이미 이명박 정부 당시부터 비판과 반대가 거세게 일었던 사업 중 하나이다. 이명박 정부 시기였던 2009년 9월 문화재청은 종묘의 맞은편 옛 세운상가 부지에 122m 높이의 36층짜리 고층 건물을 세우려던 서울시의 계획안에 ‘보류’ 결정을 내렸다. 당시 김정동 문화재위원은 “고층 건물로 인해 종묘가 세계문화유산 목록에서 제외된다면 이는 서울시만의 잘못이 아니라 대한민국 문화재청의 잘못”이라며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이는 국제적 망신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종묘는 우리나라의 첫 번째 세계유산이다. 500년 넘게 이어온 종묘제례. 종묘제례악의 공간이 살아있는 유산이기도 하다. 오세훈이 개발하려는 세운 4지구는 단순히 ‘높이와 그늘 문제’가 아니다. 미래세대에 세계가 향유하는 문화유산을 물려줄지 콘크리트 빌딩숲을 물려줄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종묘는 1995년 국내 문화재 중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됐다. 유네스코는 종묘와 관련해 ‘경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근 지역에서 고층 건물 인허가는 없음을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유네스코는 경관을 보전하는 것을 중시하는데 권고를 따르지 않게 되면 최악의 경우 등재가 취소될 가능성도 있다. 종묘는 서울시의 것이 아니다. 5천년 역사를 이어온 우리의 문화재이다. 우리가 만들고 세계가 인정한 문화재를 개인의 정치적 이익과 토건족들의 개발 논리 때문에 훼손되는 상황을 두고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부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우리의 문화유산이 토건족에 의해 망가지는 상황을 막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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