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윤재식 기자] 독립군 토벌대인 일제괴뢰 만주국의 ‘간도특설대’ 장교 출신인 백선엽을 6.25전쟁 영웅으로 미화한 영화 ‘승리의 시작’ 13일 오후 국회에서 시사회를 가져 논란이 되고 있다.
![]() ▲ 13일 오후 백선엽 미화 영화 '승리의 시작' 시사회가 열리는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 앞에서 소란이 벌어졌다 © 윤재식 기자 |
해당 영화는 일제강점기 당시 스스로가 독립군을 토벌한 적 있다고 ‘자서전’에서 밝혔던 백선엽을 6.25 전쟁의 위기 속에서 공산군을 막아내고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등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인물로만 편협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편협한 내용임에도 국회는 해당 영화의 국회 내 시사회를 허가했다. 앞서 2달 전 예약된 서울의소리가 제작한 김건희 다큐영화 ‘퍼스트레이디’의 시사회를 ‘국회 질서 유지’ 명목으로 개최 5일을 남기고 일방적으로 취소시킨 것과 너무도 다른 결정은 한 것이다.
![]() ▲ 독립운동가 후손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백선엽 영화 국회 시사회장 앞에서 항의하는 모습 © 윤재식 기자 |
결국 이날 시사회에서는 국회가 ‘퍼스트레이디’ 무산의 명분으로 삼았던 ‘질서 유지’가 되지 않았다.
시사회 30분 전인 오후 1시30분께부터 백선엽 미화 영화 상영을 반대하는 독립운동가 후손들과 시민단체 그리고 조국혁신당 강경숙 의원과 황운하 의원 등이 시사회가 열리는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 앞을 찾아 거센 항의를 했다.
이 과정에서 시사회장을 찾은 관람객과 시민들 사이에 욕설이 오가는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 ▲ 국회 시사회 거부당한 김건희 비판 영화 '퍼스트레이디' 국회 시사회 포스터 (좌)/ 국회 시사회 승인된 백선엽 미화 영화 '승리의 시작' 국회 시사회 포스터 © 서울의소리 |
조국혁신당은 이와 관련해 “백선엽을 미화하는 영화의 국회 상영은, 단순한 기념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독재의 향수, 친일의 망령, 그리고 학살의 책임을 지우려는 정치적 기획이다”라고 정의하면서 “이러한 시도가 국회의 문을 통과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곧 국민주권의 부정이자 대한민국 헌법이 천명한 ‘항일독립의 역사’와 ‘민주항쟁의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소리 높였다.
이어 ▲국회의장과 관련 상임위는 즉각 이 영화 상영에 대한 진상 조사 및 국회 내 역사 왜곡 및 반헌법적 콘텐츠 상영에 대한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책 마련 ▲국민의힘은 친일과 독재의 과거와 단절하지 못한 채 역사왜곡을 선동하고 민주주의를 조롱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책임 있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 ▲국회는 특정 정파의 역사전쟁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공공 공간의 역사윤리 지침’을 제정하여 제도화 등을 촉구했다.
![]() ▲ 조국혁신당 강경숙 의원도 이날 백선엽 미화 영화 ''승리의 시작' 시사회를 규탄했다 © 서울의소리 |
백범 김구 선생의 증손인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오전 백선엽 미화 영화가 국회 내에서 시사회를 갖는 것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하고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탄식했다.
김 의원은 또 “백선엽은 지난 2009년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자 진상규명위원회가 ‘친일 반민족 행위자’로 인정한 ‘국가공인 친일파’라면서 ”이런 인물을 영웅으로 찬양하는 시사회를 기획한 국민의힘은 대체 어느 나라 정당인가. 내란당에 친일파 정당임을 셀프 인증하나“라고 일갈했다.
![]() ▲ 백선엽 미화 영화 '승리의 시작' 국회 시사회 © 윤재식 기자 |
이어 ”국회에서 선열들을 토벌 대상으로 삼은 자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를 국회에 올리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이번 시사회 관련 국회 담당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자신은 <퍼스트레이디> 사건 당시 담당자가 아니었으며 이번 <승리의 시작> 시사회 개최 관련해 어떤 것도 말해 줄 수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앞서 영화 <퍼스트레이디>경우 국회는 시사회 불과 5일 남기고 불허를 통보한 이유에 대해 ‘국회 질서 유지’ 때문이라면서 국회 회의장 내규에 의해 김민기 국회사무총장이 소집한 운영자문위원회에서 자문위원들의 도출해 낸 결정이라고 구체적으로 밝혔었다.
한편 백선엽 미화 영화 ‘승리의 시작’ 국회 시사회는 국민의힘 성일종, 나경원, 박덕흠, 임종득 의원이 공동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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