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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패배를 눈앞에 둔 국민의힘이 김문수와 한덕수라는 구악들을 앞세워 역전극을 노리고 있다. 두 사람은 계엄도 막지 못하고, 내란을 옹호한 국무위원이자 윤석열의 충복들이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윤석열의 개나 다름없는 그들이 대선판에 뛰어들어 다시금 표를 구걸하는 것 자체가 한국 정치가 얼마나 갈 데까지 갔는지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그들 주변의 인물들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대번에 알 수 있다.
현재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둘러싸고 있는 주요 인물들은 박계동 전 의원, 차명진 전 의원, 김재원 전 의원 같은 인물들이다. 주로 전광훈과 관련 있는 인물들이다. 박계동의 경우 정치판에서 2012년 총선에서 떨어진 후 사실상 정치판에서 자취를 감췄다가 지금은 택시 기사들의 출자금을 허투루 사용해 2심에서까지 유죄를 받은 인물이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 주변에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위원장은 이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그가 배후에 있다는 것은 정치권에 있는 인물들이면 대부분 알고 있는 사실이다. 여기에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한 전 총리를 밀고 있다. 이런 인물들이 모여 대통령을 만들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블랙코미디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김문수 후보 측 김재원 비서실장은 대선 경선 출마 선언 때부터 김 후보의 독자 노선을 주장해 온 ‘자강론자’다. 김문수 후보와 김재원 실장은 전광훈으로 묶인 사이다.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지만 사실 김 후보는 2017년부터 이른바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며 ‘극우’로 변신했다. . 그러면서 2020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함께 기독자유통일당을 창당했다. 그는 2020년 3월 전광훈이 구속되어 있을 당시 사랑제일교회 예배에 참석해 “전광훈 목사가 계셨더라면 우리는 아프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울먹였다. 이후 10초가량 말을 잇지 못하던 김 후보는 “지금 이 자리에 오셔야 될 분은 제가 아니라 우리 전광훈 목사님이다. 우리는 목사님을 기다리고 있다”며 “목사님께서 갇혀 계신다.
또 우리가 면회도 되지 않지만 목사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심을 믿는다”고 말했다. 당해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집합금지명령을 위반한 채 전광훈 목사이 운영하는 사랑제일교회 예배에 참석한 혐의(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250만 원의 벌금형이 지난달 24일 확정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김문수는 오리발을 내밀며 전광훈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금 김문수 후보의 비서실장을 맡은 김재원이 공교롭게도 전광훈 목사의 추종자다.
그는 2023년 애틀랜타 한인회관에서 진행된 강연을 통해 최근 미국으로 출국했던 김 최고위원은 지난 25일 재미 보수단체인 북미주자유수호연합 주최로 애틀랜타한인회관에서 진행된 강연에서 “우파에서는 행동하면서 활동하는 분들이 정당 외엔 없는데 전광훈 목사가 우파 진영을 천하통일해서 그나마 우파에서도 민주노총에 대항하는 활동무대가 돼서 우리 쪽도 사람 있구나 이런 마음 든다”고 했다.
이른바 우파 천하 통일 발언이었다. 해당 발언이 언론 보도로 알려지며 논란이 일자 당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졌고,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준석 사태 때는 그렇게 모질게 윤리위를 가동하더니 그 이상으로 실언, 망언을 한 이번에는 어떻게 처리하는지 우리 한 번 지켜보자”고도 했다. 당 안팎에서 비판이 커지자 김 최고위원은 전날 새벽 SNS에 “방금 서울에 도착했다”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저의 발언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당에 부담을 드린 점에 깊이 반성하면서 사과의 말씀 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매사에 자중하겠다”고도 했다. 결국 지금의 김문수는 전광훈의 아바타나 다름 없다.
김문수에 전광훈 그림자
여기에 더해 박계동의 등장은 엽기적이기까지 하다. 박계동 전 의원은 5·3 인천 사태 등 김 후보와 노동운동을 함께했던 사이다. 17대 국회가 끝난 2012년을 마지막으로 사실상 정계에서 은퇴한 박계동이 13년 만에 대선 판에 끼어든 것이다. 심지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꼽힌 김문수의 얼굴 마담격으로 나서서 단일화 협상을 주도하고 있다. 박계동은 이명박 정부를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췄다. 그는 2005년부터 본지가 이명박의 BBK 의혹을 보도한 것이 2007년 대선 정국에 최대 이슈로 떠오르자, 허위날조로 본지를 음하했다. 당시 이명박 캠프에서 박계동을 비롯해 신재민 전 문화부 차관과 김효재 전 정무수석 등이 본지를 찾아와 무마를 시도했다. 심지어 박계동은 공식적인 석상에서 “DJ측과 친분이 두터은 미주 LA한인신문의 발행인 연훈씨가 BBK 공작을 주도하고 있다”고 허위사실을 퍼뜨렸다.
그는 “연훈 씨가 미국으로 도피한 후 <선데이저널>을 인수해 BBK 공작을 주도했으며, <선데이저널>을 통해 100여 차례에 걸쳐 이명박 후보를 음해하는 보도를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박계동은 대선 승리가 확실해지고서야 본지에 사과하고 말았다. 이명박 정권이 몰락과 함께 정치판에서 사라진 박계동이 다시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은 택시 협동조합을 만든다고 설레발을 치다가였다. 그는 2019년 8월 한국택시부산협동조합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출자금 1억3천만원을 다른 협동조합으로부터 빌린 뒤 등기를 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남의 돈을 가져다 회사를 설립한 것이다. 협동조합을 설립하려면 조합원 5명 이상이 발기인으로 참여해 정관을 만들고, 창립총회에서 의결을 거친 뒤 조합원들이 직접 출자금도 내야 한다.
그러나 박 전 의원은 발기인들이 출자금을 내지 않자 또 다른 협동조합 담당자에게 대납해 달라고 요구했고, 이후 빌린 돈을 돌려줬다. 박 의원은 지난해 9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에서 구속되자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했고, 2심 재판이 진행 중인 지난해 12월 보석으로 석방됐다. 그는 항소심 재판에서 “(조합원들이) 출자금을 납입한 것처럼 꾸며 조합 등기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원심 때와 같은 주장을 하지만 당시 채택해 조사한 증거들에 따르면 피고인은 범죄사실과 같이 (조합원들이) 출자금을 낸 것처럼 꾸민 사실을 숨긴 채 출자금 납입증명서를 제출함으로써 등기를 마친 점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더해 그는 한국택시부산협동조합 이사로 근무한 2022년 6월 “사문서를 위조한 뒤 사용했다”며 모 택시회사 대표이사를 허위로 고소한 혐의(무고) 등으로 기소돼 지난달 징역 8개월을 또 선고받았으나 법정 구속은 피했다. 한덕수 전 총리도 다르지 않다. 그의 주변에는 온통 윤석열의 아바타 뿐이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해서 친윤계 의원들이 그 주변에 몰려 있다.
김한길의 尹-金 그림자
공식적으로 단일화 협상을 이끌고 있는 인물은 손영택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과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지만 이들은 그저 얼굴마담일 뿐이다. 한 후보 측 손영택 전 실장은 총리실 민정실장을 거쳐 총리 비서실장을 지낸 한 후보의 복심이다. 변호사 자격이 있는 손 전 실장은 한 후보가 총리직에서 사퇴하기 직전에 먼저 비서실장직을 사직하고 나와 한 후보 대선 출마를 준비해왔다. 이 과정에서 김 후보 측 인사들과 물밑 접촉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석호 교수는 국민통합위원회 사회문화분과위원장으로 활동한 사회학자다. 여론조사 등 데이터 분석에 밝다고 한다. 한 후보가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김 교수를 협상 대표로 내세웠단 분석이 나온다.
김 교수는 한 후보의 후원회 회장도 맡았다. 하지만 김 교수의 뒤에는 결국 김한길 위원장이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김석호 통합위 사회분과위원장과 김소영 전 소통협력국장이 공교롭게도 함께 무소속 한덕수 대통령선거 예비후보 캠프에서 각각 단일화추진단 대표와 대변인을 맡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배후설을 부인하고 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인사들은 없다. 이미 지난 2023년 국민의힘이 10월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이후에국민의힘 지도부가 비상대책위원회로 바뀌거나 윤석열 대통령 중심의 신당이 창당된다면,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통합위) 위원장이 중책을 맡을 거라는 전망이 파다했다.
2013년 야당 대표이던 김한길 위원장은 윤석열 당시 ‘국정원 대선개입 댓글 의혹사건’ 특별수사팀장을 지원하며 윤석열과 인연을 맺었다. 김 위원장은 9월23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갈등이 생기고 나한테 조언을 구하면서 더 가까워졌다. (대선 출마 상의에 관한) 얘기를 안 했다면 거짓말이다”라고 말했다. 윤석열의 정치 입문 초기부터 김 위원장이 정치적 조언을 해왔다는 의미다. 국민의힘의 대선 승리 이후, 김한길 위원장은 국무총리·대통령 비서실장 등 윤석열 정부의 요직 후보로 거론됐다. 윤석열의 ‘정치적 조력자’ 역할은 현재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국민의힘이 김문수를 내팽개치고 한덕수를 미는 것은 결국 윤석열과 김건희의 뜻이다. 이를 물밑에서 디테일하게 다듬는 역할을 하는 것도 김 위원장이다. 두 사람이 지금 ‘단일화를 해야 한다’ 고 주변에서 말하지만 결국 그 밥에 그 나물이기 때문에 별 소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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