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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혐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가 만든 엑셀파일이 아니었다. 검찰이 임의로 숫자를 넣어 출력한 문서였다"
‘대장동 개발' 사건 재판의 핵심 피고인인 정영학 회계사가 수사 초기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을 상당수 부인하며 “검찰의 압박과 두려움 때문에 그랬다”는 의견서를 최근 재판부에 낸 것으로 확인됐다.
정 회계사는 ‘검찰이 증거를 조작했으며, 검찰 조사 때 검사가 조작된 증거를 들이대고 신문을 해서 허위 진술을 했다’는 취지의 폭로를 했다. 그는 법정에서 과거 진술을 정반대로 뒤집으며 검찰의 ‘기획 수사’까지 주장하고 있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의 대장동 관련 배임 혐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5일 보도에 따르면 정 회계사는 대장동 배임 혐의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택지 예상 분양가'에 대한 과거 자신의 진술을 최근 법정에서 번복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조사 당시 사실과 다르게 진술을 한 까닭은 자신이 검찰에 제출한 USB의 엑셀파일에 검찰이 임의로 숫자를 입력하여 출력해 제시했기 때문이라며 "유발된 착오에 기한 진술"이라며 "검찰의 기획수사"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는 검찰이 사실상 증거를 조작했다는 주장이어서 사실로 확인될 경우 파문이 예상된다. 정 회계사 측은 "(검찰이 객관적 사실과 다른) 증거를 찾아서 가져오라고 여러 차례 요구한 바 있다"라면서 "강도 높은 수사와 일부 피고인들이 구속되는 상황에서 압박과 두려움도 있었다”라고 토로했다.
지난 8일 또다른 핵심 피고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뇌물공여 혐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은 데 이어, 정 회계사가 검찰에서 했던 진술을 전면 번복하며 기획 수사를 주장함에 따라, 검찰의 대장동 관련 수사는 전체적으로 흔들리는 양상이다.
2021년 10월 검찰 조사에서 정 회계사는 “이 택지 분양가를 평당 1500만원 정도 예상하고 있었으나 공공의 이익이 많은 것처럼 꾸미기 위해 평당 1400만원으로 사업제안을 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나 이번 의견서에서 정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평당 분양가를 1500만원이나 그 이상으로 예상하거나, 사업계획서 작성 과정에서 평당 1400만원으로 축소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했다.
정 회계사가 분양가를 얼마로 예상했는지는 향후 사업 이익 산출과 이에 따른 성남도시개발공사의 배임 혐의의 근거가 되기 때문에 대장동 재판에서 핵심이 된다. 지분율에 따라 평당 1400만원이면 공사와 민간이 50대50, 1500만원이면 39대61로 이익을 나눌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실제 분양 수익은 1600만원까지 치솟았고 이 때문에 민간이 초과 이익을 가져갔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정 회계사 측은 의견서를 통해 이를 반박하며 “검찰은 피고인이 택지 분양가를 평당 1500만원 또는 그 이상으로 예상했다는 증거를 찾아서 가져오라고 여러차례 요구했다”며 “검찰이 객관적 사실 관계보다 미리 정해진 결론에 맞춰 증거를 수집하고 해석하는 방식으로 기획 수사를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예상 분양가 시뮬레이션 엑셀 파일에는 ‘평당 1400만원’으로 계산한 것밖에 없었는데, 검찰이 여기에 ‘평당 1500만원’ 계산을 임의로 추가했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유발된 착오에 기한 진술에 해당하므로 증명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정 회계사 측은 공모지침서나 확정이익 등에 대해서도 기존 진술을 번복했다.
만약 재판부가 정 회계사 측의 이런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재명 후보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검찰은 이 후보가 과거 성남시장 재직 시절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 유리한 사업 구조를 승인해 특혜를 몰아주고, 공사에 4895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며 기소했다. 대장동과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 과정에서 직무상 비밀을 민간업자들에게 흘려 각각 7886억원, 211억원 이익을 얻게 했다고도 했다. 이같은 검찰의 공소 사실에 정 회계사가 주장했다는 ‘평당 1400만원’이 포함되어 있는데, 만약 처음부터 정 회계사가 ‘평당 1500만원’으로 예상했다고 한다면 이 후보의 배임 혐의를 뒷받침할 근거가 약해질 수 있다.
김경호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검찰이 피고인이 제출한 증거 파일을 임의로 수정하고, 그 조작된 문서를 다시 피고인에게 제시해 진술을 유도했다는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대한민국 형사사법의 정당성은 뿌리부터 무너진다"라며 "법을 악용하는 검사, 법을 무시하는 검사에게는 더 이상 사법적 면책이 아닌, 형사적 책임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법왜곡죄를 입법화할 때다. 검찰권력에 의한 조작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건태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검찰은 조작된 수사로 있지도 않은 범죄를 만들며 무고한 사람을 3년 넘게 죄인으로 몰았는가?"라며 "이재명 전 대표의 대장동 사건이, 결국 검찰이 조작한 거짓 사건이었음이 밝혀졌다"라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이어 "검찰은 대장동 일당이 적정 평가금액이 평당 1,500만 원을 상회하는 대장동 토지를 평당 1,400만 원으로 낮춰서 평가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가했다고 기소했다"라며 "그런데 정영학은 평당 1,500만 원이라는 엑셀 파일 자료를 만든 사실이 없다며, 검찰이 엑셀 파일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검찰의 배임죄 논거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것은 물론이고 검찰이 증거 조작을 통해 사건을 조작했다는 증거"라며 "검찰이 조작된 수사로 있지도 않은 범죄를 만들어내며 무고한 이재명 전 대표를 3년 넘게 죄인으로 몰아왔다니 분노가 치민다"라고 했다.
이 대변인은 "정영학이 뒤늦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USB를 분석해 평당 1,500만 원으로 기재한 자료가 없음을 확인하지 못했다면 검찰의 완전범죄가 되었을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라며 "검찰은 정영학의 진술 번복이 거짓말이라고 주장한다. 검사가 거짓말을 하는지, 정영학이 거짓말을 하는지 검증해 보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영학은 자신의 USB 일체를 검찰에 제출했다. 시뮬레이션 엑셀 파일 출력물과 검찰이 압수한 USB, 정영학이 가지고 있는 USB를 대조해서 조작 여부를 검증하면 된다"라며 "검찰은 누구 주장이 맞는지 공개 검증에 나서기 바한다. 정영학의 폭로로 조작의 실체가 드러난 만큼 법원은 검찰이 증거를 조작했는지 엄정한 심리로 정의를 바로 세워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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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1월 10일 대장동 사건 첫 공판 당시 법원에 출석한 정영학 회계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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