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출처=연합뉴스 © 서울의소리 |
‘얼굴은 마음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마음이 얼굴에 투영된다는 뜻이다. 평생 약자를 돕고 사신 김장하 선생은 얼굴에 온화함과 인간에 대한 애정이 가득 들어 있다. 반면에 평생 검사 생활을 하면서 피의자들에게 큰소리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렸던 윤석열 얼굴엔 오만함이 그대로 배어있다. 그 오만함이 헌재 공판 때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침착하고 강하라( Be calm and strong)가 아니라, 허둥대고 잠만 자
그러나 중앙지법에서 열린 형사재판 공판에 등장한 윤석열의 얼굴엔 초조함과 불안함이 역력했다. 윤석열은 평소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침착하고 강하라( Be calm and strong)란 표현을 좋아했다고 한다. 하지만 윤석열은 침착은커녕 자주 격노했고, 술기운 때문인지 재판 중에도 잠만 잤다.
경고성 계엄이란 말만 반복한 윤석열
윤석열은 "비상계엄을 내란 관점에서 재판하려면 장기 독재를 위한 친위 쿠데타라는 게 증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야당에 경고하기 위한 것이지 친위 쿠데타가 아니란 것이다. 하지만 이 주장은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깨졌다. 야당에 경고하기 위해 계엄군을 국회에 보내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 하고, 선관위를 점거하고, 요인들을 체포하라고 한다는 게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에는 ‘국회 등 헌법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하거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국헌문란' 행위면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전두환과 노태우도 그래서 유죄를 받은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은 두 번째 공판에서 내란죄 구성 요건을 문제 삼았다.
계엄을 칼에 비유한 윤석열
윤석열은 "계엄이라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그 자체로는 가치중립적인 것이고, 하나의 법적 수단에 불과하다"며 "칼이 있어야 요리하고 나무를 베서 땔감도 쓰고 아픈 환자를 수술할 수도 있지만, 협박이나 상해, 살인 같은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며 "칼 썼다고 해서 무조건 살인이다, 이렇게 도식적으로 하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계엄이 가치중립적이고 하나의 법적수단이라는 말도 궤변이고, 계엄을 칼에 비유한 것은 억지에 가깝다. 누가 반박 논거를 준비했는지 모르지만 기초적인 논리학도 공부하지 않은 모양이다. 이런 걸 논리학에서는 ‘논점이탈오류’라 하고, 한자성어로는 견강부회(牽强附會)라고 한다. 엉뚱한 말을 끌어다가 자신의 주장을 합리화하는 것이다. 쉽게 표현하면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 뭐 이런 식이다.
경고용 계엄인데 왜 국회, 선관위 점거하고 요인 체포하려 했나?
윤석열은 “계엄을 내란이란 관점에서 재판하려면 민주헌정질서를 무너뜨리고 모든 헌법기관을 동시에 무력화시키고 장악해서 결국 장기 독재를 위한 친위 쿠데타라는 게 증명되는 그런 관점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계엄이 경고용이 아니라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경고만 하는데 왜 여인형 방첩사령관과 홍장원 국정원1차장에게 요인 체포 명단을 불러주었으며, 선관위까지 점거했을까? 노상원 전 정보 사령관의 수첩에는 무려 5000명에 가까운 체포 명단이 적혀 있었다. 그 명단이 과연 노상원 혼자 적은 것일까? 흘려서 급하게 쓴 것으로 봐 누군가 말한 것을 받아쓴 것 아닌가?
또한 내란죄는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이 인정되면 성립될 뿐, 모든 헌법기관 장악이나 장기 독재 목적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 국회가 계엄령을 해제하기 위해 의결하는 행위는 헌법이 보장하는 권능행사라는 점에서 이를 강압에 의해 방해했다면 국헌 문란의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될 수밖에 없다.
피해 없다지만 계엄으로 국가 경제 망가져
윤석열은 아무도 체포되지 않았고 다치지도 않았다고 강변하지만 계엄군이 기자를 폭행하고 체포하려는 영상이 이미 공개되었고, 계엄으로 자영업자 및 전국민이 입은 피해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한국은 졸지에 민감국가가 되어 버렸고, 주가만 시총 240조가 사라졌다. 이래도 아무 피해가 없었는가?
경고성 계엄인데 왜 국가비상기구를 설립하고 그와 관련된 예산을 준비하라고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에 지시했는가? 여기서 말하는 국가비상기구란 전두환 시절의 ‘국보위’가 아닌가. 새로 국가비상기구를 설치한다는 것은 현 국회를 해산하겠다는 뜻이 아닌가 말이다.
윤석열은 계엄군이 선관위가 갔지만 아무것도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고 항변하지만, 대법원은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한다'는 것에 대해 "그 기관을 제도적으로 영구히 폐지하는 경우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고 사실상 상당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을 포함한다"고 명시했다.
형사재판도 헌재 판결 무시할 수 없어
헌법재판소는 윤석열을 파면할 때 "피청구인은 계엄 선포에 그치지 아니하고 군·경을 동원해 국회의 권한 행사를 방해하는 등의 헌법 및 법률 위반 행위로 나아갔으므로, 경고성 또는 호소형 계엄이라는 피청구인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따라서 형사재판도 헌재의 판결을 참고하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은 “두 시간짜리 내란이 어디 있느냐?”고 따졌지만, 헌재는 "국회가 신속하게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덕분이었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윤석열과 김용현은 2차 계엄을 시도하려 했다. 그 증거는 차고 넘친다.
김형기 특수전사령부 1특전대대장, “전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화제
한편 형사재판 증인으로 나선 김형기 특수전사령부 1특전대대장이 “전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라고 말해 화제가 되었다. 이는 윤석열이 과거 검사시절에 한 말을 패러디한 것으로 윤석열에게 제발 부끄러워하라는 말로 들린다. 눈을 감고 있던 윤석열이 그 순간 깜짝 놀라 증인을 쳐다보았다고 한다.
그 대대장은 "상사에게 충성했다면 그 임무를 수행했어야 하지만 조직에서 부여받은 임무가 아니라 하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을 지키라고 임무를 받았는데 어떻게 그걸 하느냐"는 것이다. 그나마 정신이 살아 있는 군인들이 있어 다행이다. 묘하게 바른 말 하는 장교들은 대부분 비육사 출신들이다. 지금까지 쿠데타를 일으킨 사람들은 모두 육사 출신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