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출처=제주 4.3 사건 진상조사보고서 © 서울의소리 |
미군정 시기인 1947년 3.1절 기념식 행사 직후 기마경찰이 어린이를 치고 조치 없이 달아나자 분노한 시민들이 경찰서에 몰려갔고 항의하던 시민을 경찰이 폭도로 몰아 발포했다. 그러나 경찰은 발포가 치안을 위한 정당방위라고 주장하였으며 3월 1일 군중들이 경찰서를 습격하려 했다는 거짓 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흘렸다. 이로 인해 제주도에 통행금지령이 선포되었고 다시 수백 명의 진압 경찰이 육지로부터 파견된다. 여기에 시위와 관련하여 수십 명의 시민이 경찰에 강제 연행되자 제주도의 민심은 크게 요동쳤다. 결국 3월 10일, 제주도 내 민·관이 연합하여 총파업을 하기에 이른다. 제주도 전체 직장의 95%가 이 파업에 동참했다. 관공서는 물론이고 통신기관, 운송업체, 공장, 회사, 학교 등에서 공무원, 심지어는 미 군정청 통역단까지 파업에 참여한 것이다. 노동자, 학생들은 일제히 파업했고, 이는 13일까지 제주도 전역으로 확산된다. 파업 참여자들은 발포 사건에 대한 사과와 발포자 및 책임자 처벌, 희생자 유가족 지원 등을 주장했다. 심지어 제주도 출신의 경찰들도 파업에 참여하여 직장을 이탈하는 일도 벌어졌다. 3월 말부터는 총파업이 잠잠해졌지만 탄압은 계속되었다. 육지에서 온 경찰과 서북청년회원들을 중심으로 파업 참여자들에 대한 검거 선풍이 한동안 이어졌고, 검거된 사람들은 경찰에 의해 모진 고문을 당하게 된다. 제주 4.3 항쟁의 발단이 된 사건이다. 당시 경찰은 다수가 일제강점기 경찰 출신으로 그들이 해방 조국의 시민을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여전히 통제와 감시의 대상으로 인식하던 것이 이 사건의 또 다른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듬해인 1948년에도 탄압이 계속되면서 4월 3일을 기해 주민들은 결국 무장봉기에 이른다. 1947년 3월 1일부터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령이 해제될 때까지 무려 7년 7개월 동안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에 의해 벌어진 제주도 양민 학살 사건이 바로 제주 4·3의 진실이다.
지난해 서울 4.3 영화제, 4.3 만화 전시 등을 개최하고, 2018년 4.3 70주년 이후 ‘찾아가는 4.3평화인권교육’ 등을 통해 4.3의 전국화와 대중화에 힘써온 (사)제주4.3범국민위원회가 제주4.3 제77주년을 맞아 올 4월에도 변함없이 제77주년 4.3 서울 추념식을 비롯해 추모 공간 및 영화제, 연대광장 등 다양한 서울 지역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올해 서울 지역 4.3 기념행사는 기존 제주4.3평화재단 및 제주특별자치도, 재경재주4.3희생자및피해자유족회 외에 행전안전부 및 서울시설공단(청계광장), 종로경찰서(송현광장), 노무현재단(노무현시민센터) 등의 협조와 후원 하에 진행되는 한편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단체들이 참여하는 4.3과 친구들 연대광장 및 5대 종교별 의례를 이어간다.
또 경기도의회와 함께 경기도청(수원) 및 경기도청 북부청사(의정부)에서 지난해 성황리에 진행한 4.3 만화 전시를 ‘만화, 4.3과 시대를 그리다’展 in 경기라는 이름으로 확장해 2주간 진행한다. 제77주년 4.3 서울 행사의 폭을 경기 북부와 남부까지 한층 더 확장해 주목된다.
먼저, 제77주년 4.3 서울 추념식은 추념일 당일인 오는 4월 3일(목요일) 오전 11시부터 서울 청계광장에서 개최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4.3 70주년의 상징적인 공간이자 서울의 심장부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진행하고 오마이TV 생중계를 통해 연대와 소통의 의미를 더한다는 계획이다.
또 이번 제77주년 4.3 서울 추념식은 의미 있는 추념사와 연대사를 마련하는 동시에 지난해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해 4.3 유족이 포함된 4.3 문학회가 <작별하지 않는다> 낭독 무대를 펼치고, 독립운동가 후손 등이 주축이 된 독립합창단이 ‘잠들지 않는 남도’를 부르는 등 다채롭고 뜻깊은 순서를 준비 중이다.
아울러 추념일 전날인 2일(수)부터 4일(금)까지 청계광장에서는 서울 시민을 대상으로 제77주년 4.3의 역사적 의미를 기리는 추모공간이 마련되고, 3일과 4일 양일간 예년과 마찬가지로 불교, 천주교, 기독교, 천도교, 원불교가 참여하는 5대 종교별 의례가 진행된다.
이어 5일(토) 오후 송현광장(열린송현녹지광장) 입구에서는 주말 오후 인사동과 송현광장을 찾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4.3을 알리는 4.3과 친구들 연대광장이 펼쳐진다. 이날 연대광장은 브라질리언 퍼커션 앙상블팀 ‘호레이’의 폐막 공연 외에 전국시사만화협회 만화가들과 4.3을 생각하는 손글씨 모임, 4.3평화인권교육 강사들은 캐리커처 그리기, 손글씨 써주기, 동백꽃 만들기 등 참여형 행사를 통해 쉽고 친숙하게 제77주년 4.3을 알릴 예정이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는 2025 서울 4.3 영화제도 노무현시민센터에서 계속된다. 오는 4월 11일(금)부터 13일(일)까지 노무현시민센터 다목적홀 가치하다에서 진행되는 2025 서울 4.3 영화제는 장‧단편 10편을 상영하고, 노무현재단이 특별 상영을 함께하며 연대의 의미를 더한다.
이중 ‘4.3의 오늘’ 섹션은 개봉을 앞둔 4.3 신작 다큐 <목소리들>을 비롯해 <돌들이 말할 때까지>, <완순이 그리는 것>, <중섭> 등 4.3 소재 신작과 근작들이 상영된다. 더불어 ‘나, 우리, 그리고 재일조선인’ 섹션은 <1923 간토대학살>과 <되살아나는 목소리>와 함께 일본영화 <박치기> 개봉 20주년 특별 상영을 마련한다. 끝으로 ‘4.3의 계엄, 2024년의 계엄’ 섹션은 <킬링 오브 액트> 개봉 11주년 특별 상영 및 지난해 DMZ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대상 수상작인 <1980 사북>을 상영하고, 매회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한다.
이와 관련, 제주4.3범국민위원회 백경진 이사장은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4.3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제주4.3을 연상시키는 비상계엄이란 국가적 위기 속에 이번 서울 기념행사를 준비해 왔다”며 “4.3에 대한 이러한 관심 속에 서울 심장부를 넘어 경기도까지 확장된 행사를 치루게 된 만큼 안전에 만전을 기하는 동시에 ‘4.3을 4.3입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4.3의 전국화와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는 내실 있는 행사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