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출처=연합뉴스/사진공동취재단 © 서울의소리 |
무슨 일이 일어나기 전에 나타나 보이는 기미, 또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 미리 예상하도록 하는 일이나 현상을 전조(前兆)현상이라고 한다. 비슷한 말로 조짐(兆朕)이 있다. 가령,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 쥐떼들이 먼저 움직이거나 개미들이 대이동하는 것도 일종의 전조 현상이다. 쥐나 개미들은 미묘한 지각변동에도 민감하다고 한다. 배가 침몰하기 전에 쥐들이 먼저 탈출한다는 말도 있다.
20일, 정치계에도 미묘한 전조 현상이 일어났다. 하나는 이재명 대표가 이재용 회장을 만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윤석열 판결보다 한덕수 판결을 먼저 하겠다고 헌재가 발표한 것이다. 이 두 가지 사실은 아무런 인과 관계가 없이 나온 스토리(story)가 아니라, 인과 관계가 있는 플롯(plot)이라 할 수 있다.
헌재가 24일에 한덕수 판결 먼저 하려는 이유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판결보다 한덕수 판결을 24일에 먼저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여의도에는 미묘한 파장이 일었다. 그만큼 윤석열 판결이 늦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의 오랜 촉으로 보면, 이건 헌재가 무슨 결정을 내렸다는 뜻이다. 왜 그런지 분석해 보자.
헌재가 윤석열 판결보다 한덕수 판결을 먼저 하려는 이유는, 기계적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주지하다시피 윤석열 판결은 죄의 유무를 따지는 게 아니라, 윤석열의 행위가 헌법 수호 의지가 있는가, 헌법에 위배된 것은 없는가만 따져 판결하게 되어 있다. 헌재는 크게 네 가지를 따져 판결한다.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할 때는 전쟁, 전시, 국가비상사태도 아니었다. 따라서 계엄 선포의 요건에 부합하지 않다. 또한 계엄을 선포하려면 정식으로 국무회의를 열고 회의록을 작성해야 하며 각부 장관들의 부서(서명)도 받아야 하는데, 어느 것 하나 지켜지지 않았다. 따라서 계엄 선포의 요건도 충족하지 못했고, 절차도 어겼으므로 명백한 위헌이다.
가장 심각한 것은 포고령 1호에 담긴 내용이다. 포고령 1호에는 국회 및 지방 의회의 정치 활동을 일절 금한다고 명시되어 있는데, 이는 계엄법에도 없는 명백한 위헌이다.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을 처단한다는 말도 위헌이다. 헌법기관인 선관위를 점거해 직원들의 휴대폰을 빼앗고 서버를 가져가려 한 것도 명백한 위헌이다. 윤석열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에게 요인들을 체포하라고 말한 것도 위헌이다.
따라서 헌재 판결은 파면이 선고되어야 정상이다. 아마 그렇게 할 것이다. 그렇다면 왜 헌재가 윤석열 탄핵 판결을 미루며 한덕수 판결을 먼저 하겠다고 발표했을까? 여기에 보이지 않은 헌재의 마음이 숨어 있다. 즉 한덕수 탄핵을 기각하고 이어서 벌어질 윤석열 탄핵은 인용함으로써 기계적 균형을 맞추기 위함이다. 환언하면, 한덕수 선판결은 윤석열 파면의 빌드업인 셈이다.
이 민감한 시기에 이재명 대표는 왜 이재용 회장을 만났을까?
한국 기업들은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오랜 정경유착의 관례 때문이다. 대통령 탄핵 정국에는 더욱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세계적 기업인 삼성 회장이 제1야당 대표인 이재명을 만났다. 물론 이재명 대표는 그 전에도 여러 행사에 참여하고 심지어 우클릭했다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는 알려진 것과 달리 ‘친기업적’이다. 경제에 관해서도 웬만한 경제학자보다 밝다. 삼프로TV에 출연해 수백만 조회수를 올린 것도 이재명 대표의 해박한 경제 지식 때문이다. 정통 보수 논객인 정규재도 이재명 대표와 토론 후 “물이 올랐다, 누구도 이재명을 토론으로 이길 수 없을 것이다” 하고 전망했다. 실제로 서울대 경제 전공 대학원생들도 이재명 대표의 강의를 듣고 깜짝 놀란 바 있다.
이재명 대표는 최근 AI 같은 중요한 산업에는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고, 이익도 민간 기업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이재용 회장이 그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민감한 시기인데도 불구하고 이재명 대표를 만난 것으로 보인다.
엄청난 정보력 가진 삼성, 윤석열 파면 직감한 듯
한편으론 엄청난 정보력을 가진 삼성이 윤석열 파면을 직감하고,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인 이재명 대표를 만났다는 분석도 있다. 메모리 반도체로 세계를 석권한 삼성이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와 AI분야에서는 대만, 미국보다 뒤쳐져 있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이 분야에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데 마침 이재명 대표가 그것을 언급한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한국 재벌들은 윤석열이 해외 순방을 나갈 때마다 병풍 역할을 했다. 한국 5대 재벌이 미국에 투자한 것만 140조가 넘는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관세 폭탄, 반도체 보조금 삭감뿐이다. 이에 미국 현지에 수십조씩 투자한 재벌들도 흔들리고 있다. 삼성도 예외가 아니다. 따라서 이 와중에 이재용 회장이 이재명 대표를 만난 것은 사실상 차기 정부를 의식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즉 이재용은 윤석열이 파면된다는 정보를 미리 알고 있는 것이다. 삼성의 정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재명 대표 2심 무죄 가능성 높아
26일에 있을 이재명 대표의 2심 선고에서도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본질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김문기와 대장동 사건으로 무슨 범죄를 저질렀느냐이지 같이 골프를 치든 말든, 잘 알든 잘 알지 못하든 그게 죄가 될 수 없다. 백현동 용도변경도 당시 박근혜 정부가 용도변경을 해주라고 네 차례나 공문서를 보냈으므로 이재명 시장으로선 협박으로 느낄 수 있다. 법이 인간의 기억력과 심리까지 단죄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재명 대표가 2심에서도 유죄가 나오면 대선을 포기할 거라는 수구들의 생각은 자신들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윤석열은 결국 파면되고 5월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경제도 외교도 잘 풀려나갈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그만큼 준비가 잘 되어 있다. 만약 윤석열 탄핵이 기각되면 기업이고 뭐고 한국 전체가 지옥이 될 것이다. 누가 그걸 원하겠는가? 순천자는 흥하고 역천자는 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