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주필님. 이재명은 포악무도하고 사악한 악마성을 감추고는 마치 광명을 가져다주는 지도자처럼 자신을 위장한다는 것이 그를 자세히 알 수 있었던 사람들의 일치된 견해더군요. 그와 학창시절 등을 함께 보낸 분들은 한결같이 어떤 절박성을 가지고 이재명의 집권을 막아야 한다며 진실되게 앞서 말씀드린 것 같은 의견을 피력하더군요. 정 주필도 경각심을 가져주세요. 악마에게 속아서 오점을 남기고 ━ 정론을 펼쳐 주시고 저희를 올바르게 인도해 주세요."
이름을 말하면 누구라도 알 만한 어떤 분이 이런 글을 보내 왔다. 정중하게 쓰여진 글이기에 부득이 답신을 드려야 할 것 같다. 오늘 하루에만도 이재명을 '악마'라고 지칭한 글을 다섯 편은 족히 받은 것 같다.
물론 나는 이재명을 '악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악마'를 어떻게 정의하더라도 그렇고, '악마'라는 유사 종교적인 언어를 보는 것은 그 자체로 마음이 편하지 않다. 오히려 정치인 중에서라면 윤석열이야말로 '악마'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굳이 '악마'라는 기괴한 언어를 사람에 대해 사용한다면 말이다.
필자는 지난 대선에서 尹과 이재명이 최고의 자리를 놓고 다툴 때 이 두 사람을 모두 거부하면서 '대선 자체를 보이콧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필자는 지금도 당시의 입장을 공정했다고 회고한다.
필시 두 지도자를 정점으로 국민들이 분열하여 대립하고, 분노를 공유하면서 진영을 결속하고, 대결하는 것으로 스스로를 정당화할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이후 진행 상황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대로다. 지금의 탄핵사태는 그 결과다.
필자는 이재명을 지극히 평범한 보통의 '기회주의자'라고 생각한다. 불운한 가정에서 태어나 학교도 제대로 못 다니고 고단한 삶을 버텨낸 사람에게서 드러나는 그런 잔머리의 강한 기회주의 말이다. 그에 대한 '악마'라는 이미지는 모든 밑바닥 출신들에게 따라 다니는 장발장식의 ‘도둑놈 이미지’일지도 모른다.
필자는 잔머리를 옹호할 생각도 없지만 모든 바닥 사람들을 '범죄인'으로 인식하는 그런 기득권의 시각을 정당화하고 싶은 마음도 전혀 없다.
흔히 '형수 욕설'을 말하지만 필자는 尹과 그의 아내, 그리고 윤석열의 부모를 생각하면 尹이야말로 가족 모두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자라고 생각한다. 가족에게서 버림받는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사법시험을 9년이나 견뎌낸 기이한 삶의 치열성을 보더라도 두 사람의 우열을 비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반항적 성격으로 따지면 윤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尹은 가는 곳마다 조직과 윗사람과 마찰을 빚었고, 그의 결혼과 아내에 대해서는 풍문만으로도 책을 몇 권 써내야 할 지경일 것이다. 그의 아내와 처가 가족을 둘러싼 실로 다양한 풍문들이야말로 윤석열을 '악마'라고 比定할 때 충분히 성립 가능한, 이재명 못지 않은 그런 가족 이야기가 된다.
이재명의 이미지에 가장 치명적 상처를 준 것은 형수와의 욕설 대화일 것이다. 가족 내 불화는 누구에게나 존재하지만 그렇게 심각한 욕설이라니! 우리를 당황하게 만드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아직도 尹의 부모에 대해서 모른다. 그는 자녀도 없이 강아지만 여러 마리를 키운다. 이재명은 '공짜 연애'라고 불리는 스캔들이 문제였고 형수와의 욕설 대화, 정신 질환이 심해가는 형과의 진흙탕 갈등이 문제였지만 말 안 듣는 아들이 있는 보통의 가정을 나름대로 지켜냈다. 그 점이 오히려 차이점이다.
이재명은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이고, 살아보려고, 그리고 소위 출세하려고 노력해온 보통의 사람이라고 나는 본다. 다른 사람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준 적도 없다.
굳이 '악마'라는 괴이쩍은 언어를 쓴다면 尹이 오히려 그런 쪽이라고 필자는 감히 주장한다. 尹은 문재인의 지시와 원호에 힘입어 박근혜를 구속했고, 국정원장 4명 모두를 감옥에 보냈으며, 2백여 명의 전(前)정부 고관들을 역시 감옥에 보냈다. '사법부 적폐청산'을 구호로 양승태 대법원장 등 14명의 고위직 판사를 재판정에 세웠고, 70여 명 판사들의 옷을 벗겼다. 불법, 무법, 편법 천지가 되고만 오늘의 참담한 정치는 바로 그 결과다.
필자는 尹과 그를 지지한다는 사람들을 보면서 "왜 최악의 인물이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가" 하는 하이예크의 고뇌를 깊이 공감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자를 최고의 자리에 올리는 한 무리의 집단이 갖는 응집력과 무도함에 깊이 놀라게 된다.
보수가 국힘당의 썩은 자들에게 속아서 尹을 선택하는 순간 보수는 그 순간부터 집단으로 잘못된 길로 들어섰던 것이다. 그들은 권성동의 부하들이며, 정진석의 부하들이며, 윤핵관들의 부하들이었던 거다. 윤핵관들이 명태균 등과 더불어 당내 선거 사기를 치고 그 결과가 윤석열이었던 것이다.
그들 추종자, 추앙자, 신앙하는 자들은 한번도 독립적인 인격이었던 적이 없다. 이재명의 교활한 성품!? 이런 것은 지극히 개인적 경험이며 편차가 커서 제3자가 판단하기 쉽지 않다. 이중인격 이런 것도 그렇다.
지어낸 것일 경우가 많다. 모든 부정적 인격 특성을 이재명에 투사하여 악마 혹은 말종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사람은 누구나 이중인격적이다. 필자는 공정한 검찰관이 있어서 尹을 다룬다면 짧은 시간 안에 전과 10범은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尹은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그 거칠고 우악스런 性情이 거의 드러났다. 말술을 마시고 昨醉未醒(작취미성)인 경우가 잦고, 폭발하는, 즉흥적이며 충동적 성격의 인물임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만다. 버럭버럭 화를 낸다. 그런 성정이 국정에 그대로 반영된다.
불타협이어서 협력과 협조, 정치 협상 같은 언어들은 그와 어울리지 않는다. 尹이 욱하고 내지르는 사태의 수많은 결과 중의 하나가 지금 우리가 고통을 겪고 있는 계엄사태일 뿐이다. 그는 민주주의 체제에서 협상하고 타협하는 지도자로는 아주 형편없는 자질을 가진 자다.
필자는 보수진영에서 아주 드물게 의대 증원을 지지한 사람이지만 그토록 무지막지하게 ‘2천명!’을 불러대는 인물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재명의 성격과 인격을 '악마'에 비견하는 것은 그럴 듯하다. 그는 검사를 사칭했고 음주운전 경력을 남겼다. 그러나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하면서 비교적 합리적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받았다.
'대장동 사건'으로 비난과 수사와 기어이 재판의 도마에까지 올라 있지만 검찰은 아직 그의 부정적 치부에 대해서는 한 푼도 밝혀낸 바가 없다. 특혜를 남발한 것 같지만 여전히 그 은밀한 반대 급부를 검찰은 밝혀낸 바도 없다.
검찰은 그의 아내를 탈탈 털어 10만 원대의 부정카드 사용을 밝혀냈다. 139회의 압수수색을 하고 10만 원대? 나랏돈을 그렇게 낭비하는 검찰은 부끄럽지도 않나. 尹의 하수인에 불과한 검찰이 비싼 세금을 들여 하는 짓이 이런 짓이다.
필자는 이재명의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서는 그를 벌할 정도의 수준에 이른 거짓말이라고 보지 않는다. 김문기를 모른다고 한 거짓말, 국토부로부터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에 대한 압력을 받았다는 거짓말, 검사사칭 사건과 관련한 위증 교사죄에 대해서도 필자는 아주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 검사사칭 죄목은 천한 존재, 기어오르려는 바닥 인물에 대한 기득권의 발길질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재명의 '거짓말 범죄'에 대해서 처벌할 수 없다고 말했을 때 거의 대부분 필자의 사회 친구들이 떨어져 나갔다. 모두가 이재명에 대한 敵意에 사로잡혀서 그런 설명을 들어볼 일말의 의도조차 없었던 것이다. 공직선거법의 거짓말 범죄는 소위 당선무효형을 받으면서 종료된다. 그러나 당선무효라니? 이재명은 당선된 적이 없다. 그는 낙선자다. 당선자는 윤석열이다.
尹은 온갖 거짓말을 하면서 당선되었다. 그는 "아내가 증권투자를 해서 약간의 손실을 봤을 뿐 주가조작은 어림이 없고, 장모는 다른 사람에게 10원 한 장 손실을 준 적이 없다"는 등의 거짓말을 태연히 해댔다. 그러나 그는 처벌받지 않았다. 당선자를 처벌할 수 없는데 낙선자는 처벌받는다는 희한한 일을 필자는 정의롭고 공정하다고 말할 수 없다.
이재명의 경우는 오히려 그런 사소한 거짓말들로 선거 중 이미지가 나빠졌고 낙선하는 상응하는 처벌을 받았다. 이재명은 잔머리를 많이 굴린다, 맞다. 그러나 잔머리를 굴리는 사람은 그 대신 타협적이다.
대장동에서의 비리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본인은 부패 문제는 없다며 아직도 완강하다. 백현동 문제를 의심하는 사람은 꽤 있다. 비리가 있다면 이쪽일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김만배의 돈이 문제라고 하겠지만 역시 아직 증명된 바는 없다. 비리는 오히려 尹에게서 엿보인다. 김만배의 누나는 하필 윤석열 부친의 집을 구매했다. 검찰은 대장동에 돈을 부었던 은행들에 대해서는 아예 수사하지 않았다.
상대를 '악마'라고 부르는 버릇은 어디서 배워온 것인가. 말문이 막힌 자들이 "악마"라고 내뱉으며 주문을 외듯 하는 경향성이 있다. 필자는 이재명을 잘 모른다. 그러나 그런 이유로 이재명에 대한 악의적 별칭들에 포획될 이유가 없다. '악마'라는 호칭은 의아스럽다. 기독교인들이 그렇게 부르는 것인가. 만일 누구를 향해 '악마'라고 불러야 한다면 검찰권의 무자비한 행사를 主특기로 하는 尹을 그렇게 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재명은 휘둘러야 하는 권력자였던 적이 없다.
尹에게 포획된 자들은 어리석은 자라고 말해야 한다. 최근 스스로를 보수라고 주장하는 진영의 수구적이고 反민주주의적이며 사이비 종교 집단적인 태도를 필자는 인정하기 어렵다. 필자는 집단에의 포섭을 강요하는 이런 풍토를 경멸한다. 집단에는 그것이 광우병 집회든 촛불이든 광화문이든 지성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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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이 지난 12일 채널A 유튜브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대담을 하고 있다. 채널A 정치시그널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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