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출처=조선일보 © 서울의소리 |
“일제 안중근 재판부도 ‘할 말 없다’ 할 때까지 안의 주장 들어줬다” 2월 13일 조선일보 양은경 기자의 기사 제목이다. 춘천지검장 이영림 씨가 헌법재판소를 비판한 내용이란다. 같은 날 사설 제목은 ‘현직 검사장 ’일제 재판만도 못한 헌재‘’이다. 조선일보가 검사 한 사람의 발언을 이토록 띄워주는 이유가 궁금하다. 스스로 하고자 했던 말을 대신해 줘 신바람이 난 걸까? 여기서 그칠 조선일보는 아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본심을 드러낸다. ‘’내란 규명’ 시늉만 한 헌재‘ 김희래 기자가 써댔다.
이영림이란 검사를 잘 알지 못한다. 형사범 윤석열이 검찰총장일 때 대검찰청에서 근무했단다. 지검장씩이나 되는 사람이 함부로 개인 감정을 드러냈다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래도 하필 일제 재판 더구나 안중근 의사를 들먹인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내란 우두머리 피고인 윤석열이 안중근에 버금가는 인물인 듯 잘못된 인상을 줄 수 있으리란 걱정도 기우이길 바랄 뿐이다. 안중근 의사는 일본제국주의자들의 공정한 재판을 거쳐 사형 선고를 받았다는 말처럼 들리는 것도 속 좁은 내 탓이리라. 안중근 의사는 1910년 2월 14일에 사형 선고를 받고 그해 3월 26일에 여순감옥에서 순국하셨다.
법적인 절차가 관련 당사자들 모두를 만족시키리라 생각할 수는 없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절차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법의 테두리에서 의견을 제시하고 헌재의 결정에 따르는 것이 지금까지 우리가 지켜왔던 민주적인 질서였다. 만일 정당한 절차에 대해서 폭력적으로 불복하고 지난 1월 19일에 극우 폭도들이 저질렀던 내전을 방불케 하는 범죄를 다시 저지른다면 그에 대한 응당한 처벌을 해야 한다. 적법성에 대해 부당하게 흠집을 내며 선동하는 세력에게도 그에 따른 책임을 따끔하게 물어야 한다. 그들 역시 내란범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조선일보 얘기를 해보자. 양은경 기자는 이 검사가 헌재를 작심 비판했다고 썼다. 인용한 헌재 상황도 사실과 거리가 있지만 조선일보 양기자가 신경 쓸 일은 아니리라. 사주기업 종업원은 자기가 필요한 데까지만 일하면 그만이다. 사실 확인이나 객관성을 담보하려는 노력은 정상적인 언론인의 몫이다. 그래도 그가 인용한 이 검사의 발언 하나는 인상적이다. 대한민국이 절차법 분야에서만큼은 우주 최강이란다. 이영림씨가 검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깊은 뜻을 헤아리기 어렵지는 않다. 우주 최강이라는 진지하지 못한 검사의 말로 그를 엿보는 일은 덤이다. 합이 잘 맞는 조선일보 기사에서 누렸던 이검사의 영광은 사설에서도 이어진다. 우연히도 양기자가 기사에서 언급했던 ‘간첩’‘모 정치인’이란 내용은 사설에서도 반복된다. 그들의 말을 들어준 것에 대해 짙은 불만이라도 있는 듯하다.
조선일보는 일본 제국주의에 충성을 다하던 언론을 가장한 반민족 범죄집단이다. 해방 이후에도 자신들의 범죄를 인정하거나 사죄한 적이 없다. 오히려 민족지라는 말로 후안무치한 행태를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조선일보에 일제의 재판을 언급해 준 이 검사가 얼마나 고마웠을까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니 기사로도 모자라 사설까지 동원하고 있다. 이 검사가 한 발언의 본질보다 조선일보의 관심을 끈 것은 일제에 대한 언급이리라. 그러기에 기사와 사설 제목에 일제 재판을 빼놓지 않는 꼼꼼함을 선보인다. 토착 왜구와 일본의 극우 정치 세력에 대한 배려는 아닐까?
이영림 검사에게 묻고 싶은 말이 있다. 윤석열에게 맹종하던 대한민국의 정치 검사들은 ‘우주 최악’이었다. 그들의 편파적인 수사로 전 국민이 분노하고 있을 때 이 검사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특히 진짜 내란 우두머리는 아닌지 의심을 받는 김건희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보여준 검찰의 태도는 일반인조차 민망할 정도였다. 불행히도 당시 이 검사의 일갈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의 티끌만 탓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다시 조선일보 얘기다. 대통령 파면 재판은 신속한 진행도 필요하지만 공정하고 적법한 절차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단다. 그러면서 이 검사가 헌재가 국민의 판단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냐고 했다고 인용한다. 내란을 막아낸 국민이 알아서 할 일을 조선일보나 일개 검사가 주제넘게 나설 까닭은 없다. 문제의 근본은 내란이고 내란의 싹을 하루빨리 잘라내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판단이다. 무엇에 쫓겨서 이러느냐고 묻는 조선일보에 묻는다. 그대들은 누구에게 쫓겨서 자칫 내전 선동으로 비치는 망발을 너저분하게 늘어놓는가?
그리하여 다시 조선일보는 폐간만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