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체감온도가 영하 10도를 밑돌았던 서울 광화문 광장에 패딩과 목도리, 은박 담요로 중무장한 시민 10만명(주최 쪽 추산)이 모였다. 지난해 12월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내란수괴 윤석열이 같은 달 14일 탄핵소추된 지 두 달 가까이 지났지만, '탄핵 광장'은 여전히 응원봉과 깃발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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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광화문 앞 사직로에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10차 범시민대행진'이 열렸다. 이들은 오후 5시부터 1시간 30분 동안 공연을 포함한 집회를 연 뒤 안국역, 종각, 을지로를 거쳐 명동 한국은행 앞 사거리까지 행진했다.
헌법재판소에 출석해 ‘호수 위에 떠 있는 달 그림자를 쫓는다’며 내란 혐의를 부정한 윤석열과 달리, 모두 12월3일 매서웠던 밤을 떠올렸다. 최근 불어닥친 극우세력의 폭력과 혐오에 시민들은 “내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되새겼다.
대표 발언에 나선 이용길 비상행동 공동의장은 “윤석열이 내란의 몸통일 뿐만 아니라 극우세력을 선동하고 있는 국민의힘은 당장 해산돼야 하고, 극우세력은 해체돼야 마땅하다”며 “내란을 종식할 수 있는 힘은 바로 시민에게 있다”고 말했다.
자신을 ‘평범한 30대 남성’이라 소개한 요하네씨는 “탄핵이 인용되리라 생각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대통령이라는 직함 뒤에 숨어 몸부림치는 자를 끌어내는 것도,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를 찾은 시민들은 서울서부지법 난동사태처럼 극우세력이 갈수록 폭력과 혐오를 드러내는 것에 우려를 보였다. 이아무개(34)씨는 “너무 충격받았다. (극우세력이) 난동을 피울 때 법적 처벌이 꼭 이뤄진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의 모습도 많이 보였다. 윤석열 퇴진 전국 대학생 시국회의는 이날 10차 시국대회를 연 뒤 범시민대행진에 참여했다. 홍익대학교 졸업반 강태성(25)씨는 겨우내 윤석열 관저 앞 '키세스 시위대', 남태령 대첩의 농민들과 연대하며 거리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범시민대행진에도 10번 모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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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내란성 질환'을 호소하고 있다. "집에만 있으면 불안하다. 그래서 집회에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윤석열이 구속 기소가 됐고, 다 끝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끝나지 않았다. 우리가 계속 더 모이고 '윤석열 탄핵' 목소리를 더 늘려 나가야, 앞으로 탄핵 이후에 사회 개혁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학가에서 탄핵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를 두고 "제가 다니는 대학교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탄핵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는 이야기가 진짜일지 지켜봐야 한다. 오히려 '윤석열 탄핵'을 열심히 외치는 대학생들 목소리가 더 조명받아야 한다"라고 전했다.
이날 무대에는 ‘윤석열 탄핵’ 배지를 달았다는 이유로 극우세력의 ‘좌표 찍기’를 겪은 마트노동자 김미정씨가 올랐다. 김씨는 “자신과 반대되는 사람은 모조리 빨갱이로 간주해 내전을 벌여 기어이 ‘제2의 계엄’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일상에서 함께 탄핵 배지를 달아 많은 분이 연대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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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차 범시민대행진은 ‘노(NO)윤 노(NO)쓰, 윤석열도 쓰레기도 없는 날’로 진행됐다. 12·3 내란사태 이후 집회가 두달여 간 매주 진행된 만큼 기존 손팻말을 재활용하거나 모바일 손팻말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이에 시민들은 재활용 상자 귀퉁이를 뜯어내 원하는 글귀를 적거나, 각자 집에서 가져온 손팻말을 들었다.
무대 마지막 순서로 시민 100여명이 모인 시민합창단이 공연을 마무리한 뒤 시민들은 헌법재판소가 있는 안국역을 거쳐 을지로입구 쪽으로 행진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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