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출처=조선입보 © 서울의소리 |
조선일보의 수갑 마케팅은 처절하게 실패했다. 1월 15일 사설은 ‘공수처는 체포가 목적인가, 수사가 목적인가?’라는 선정적인 제목이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윤석열 내란수괴 피의자는 체포되지 않고 경호 차량의 호의를 받으며 늠름하게 공수처로 자발적으로 출석했다. 조선일보가 그토록 염원했던 ‘대통령을 수갑 채우고 관저에서 끌어내는 모습’은 끝내 연출되지 않았다. 내란 우두머리가 저지른 범죄를 차분하게 처단하려는 대한민국의 품격을 전 세계에 보여주게 되어 참으로 다행스럽다.
하지만 아직도 조선일보의 수갑 마케팅은 그칠 줄 모른다. 조선일보에서 부국장과 에디터를 맡고 있다는 박은주 기자가 ‘내 머릿속에 수갑을 채우려는 사람들’이란 칼럼을 썼다. 박기자는 2011년 12월 1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박(근혜) 전 대표를 보면 빛이 난다, 이런 말을 제가 많이 들었거든요. 형광등 100개쯤 지금 키신 거 같습니다”라는 파격적인 멘트로 일약 스타덤에 뛰어올랐다.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로 알려지며 박은주 기자는 대한민국 언론사에 길이길이 남을 명언을 남기게 되었다.
박기자는 남다른 상상력과 빼어난 언어 구사력을 자랑한다. 윤석열의 12.3 내란 시도 당시 발생했던 상황을 ‘현실의 계엄에서는 군인이 민간인에게 밀려 넘어졌지만, 정신의 계엄은 국민을 70년대, 80년대 기억으로 끌고 갔다’라며 현란하게 표현했다. 박기자는 ‘야당은 ‘벚꽃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 ‘겨울 광장’에서 인민 재판 완결판을 찍으려 할 것이다.‘고도 설파했다. 이번 내란 시도를 결정적으로 주저앉힌 한강 작가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박기자가 소설가였다면 노벨 문학상을 먼저 거머쥐지 않았을까 싶다. 불행히도 박은주 씨는 소설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진실을 기록해야 하는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다.
하지만 박기자의 현란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15년에는 “’돌아온 것은 공허함만 남았다‘ 대통령의 국어 실력”이라는 칼럼을 통해 형광등 100개의 아우라로 칭송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문을 꼼꼼히 지적했다. 기자로서 당연한 역할이지만 이 일로 많은 공격을 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래도 ’품위는 다른 대통령이 갖지 못했던 박 대통령만의 미덕이었다‘며 대통령이 언어의 품격을 유지하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참으로 보기 드문 기자 정신이다.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라는 말이 이 대목에 정확할까?
1월 17일 자 박기자의 칼럼을 보며 내 눈을 의심했다. 그의 역작을 그대로 옮겨 본다. ‘586이 여의도 집회에 나가 ’묘한 흥분감‘마저 느꼈다고 한다. “젊고 예쁜 아가씨들이 초코파이를 주어서 감격해 울 뻔했다” 묘한 흥분감이라는 표현에 묘한 느낌이 들었다. 이어지는 ’젊고 예쁜 아가씨‘라는 서술도 참으로 신선했다. 감격해 울 뻔했다고 말한 사람의 뜻을 전달했을 뿐이니 박기자에게 특별히 할 말은 없다. 그가 여기자이니 ’젊고 예쁜 아가씨‘라는 표현도 굳이 문제라고 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2024년에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국정원 직원과 후배 여직원의 사진을 찍어 공유하며 성도착범이나 할 수 있는 발언으로 큰 충격을 안겨준 적이 있다. 조선일보사는 전도가 양양한 이 논설위원을 지키려 노력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직원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듯한 회사 분위기로 인하여 2차 가해라는 말까지 들릴 정도였다.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조선일보를 빛낼 논설위원을 해임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조선일보가 성 비위와 관련하여 사회적인 지탄을 받은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런 집단의 분위기에서 박기자가 ’묘한 흥분감‘을 자유롭게 기술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젊고 예쁜 아가씨라는 표현도 586이 한 말을 그대로 옮긴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문제일 따름이다. 적어도 조선일보의 전통과 분위기에서는 그러리라 여겨진다. 어떻게 쌓아온 사풍인데 재수 없이 해임된 논설위원 하나 정도로 그 아름다운 전통을 무너뜨릴 수는 없으리라. 만일 누군가 조선일보스럽다는 말을 쓴다면 그들은 자랑으로 여길까 수치스럽게 받아들일까?
그래도 나는 박은주 기자의 글을 보면서 ’묘한 흥분‘을 감추기 어렵다. ‘파쇼적‘ 언론인이 적잖다는 지적에도 ’묘한 흥분‘을 감출 수가 없다. 김대중, 강천석, 양상훈, 김창균, 박정훈, 조형래, 정우상이란 이름을 떠올리니 더욱 그렇다. 강경희, 김광일, 김윤덕이란 이름도 빠뜨리지 말고 챙겨 드려야겠다. 아, 참, 지난번에 안타깝게 성범죄로 인하여 해임되신 이렇게 용서할 수 없을 만큼 수치스러웠던 논설위원도 빠뜨리면 안 되겠구나.
’그래서 너는 지금 계엄 편드냐‘라는 말로 논리를 제압하려는 무지한 한 사람으로 묻겠다. ‘그렇다면 당신은 지금 윤석열의 내란을 지지하느냐‘고. 박기자가 대답할 의무야 없겠지만, 물을 권리조차 없다는 말은 지나치다. 내게도 양심, 표현, 사상의 자유는 있으려니 말이다.
그리하여 다시 12.3 내란 배후 조선일보는 폐간만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