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 밤, 윤석열의 긴급 담화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발표했다. 대통령이라는 자의 늦은 밤 갑작스러운 담화문 발표도 의아했고 뜬금없는 계엄령 선포도 국민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지금이 전시 상태나 그에 준하는 상황이 아닌데 ‘이 평온한 시기에 무슨 계엄령이란 말인가’ 다수의 국민들 생각은 그러했다. 윤석열이 계엄령을 선포하자 국회의원들은 바로 국회로 이동했다. 시민들 또한 국회로 모여들었다. 그 상황에서 국회를 통해 계엄령 해제를 의결해야 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시민들 또한 국회로 속속 집결하고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계엄령을 선포한 자들은 모두 독재자들이었다.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자신들의 장기 집권을 획책한 것이었다. 이승만은 정부 수립 초기 여순항쟁과 제주 4.3항쟁 당시 계엄령을 선포하여 유혈 진압을 통해 자신의 통치권을 강화했고 한국 전쟁이 거의 끝나갈 당시에도 자신의 영구 집권을 위해 부산 정치 파동을 이유로 계엄령을 선포한 전력이 있다. 박정희도 역시 5.16 군사 쿠데타를 일으키며 계엄령을 선포해 자신의 군사 반란 정당화를 시도했고 유신 독재를 시작하기 위해 유신 헌법을 만들 때에도 비상계엄으로 자신의 독재 체제를 구축했다. 전두환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10.26 사건으로 박정희가 사망한 후 내려진 계엄령은 전두환 집권의 빌미가 되었고 이후 1980년 5.17 전국 비상 계엄 확대를 통해 광주를 피로 물들이고 그는 결국 정권을 접수하기에 이르렀다.
그들이 계엄령을 선포한 이유는 결국 영구 집권이 목적이었다. 불순분자를 제거하고 북한의 야욕으로부터 국가를 수호한다는 뻔한 핑계를 들이대며 집권 야욕을 강하게 밀어붙인 것이다. 그러나 이번 12.3 계엄령을 통한 윤석열의 내란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들의 반란을 막아낼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일까.
첫째, 국회로 신속히 집결한 시민들이 결국 쿠데타를 막을 수 있었다. 계엄령이 터지자 국회인근의 시민들은 각각 SNS를 통해 국회로 집결했다. 쿠데타 세력을 막아야 한다는 정보를 접수하고 국회로 모여든 것이다. 시민들이 없었다면 계엄령 해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둘째, 국회 담을 뛰어 넘어 본회의장에 모인 국회의원들이었다. 국회 출입을 경찰이 가로막자 우원식 국회의장은 70세가 가까운 나이에도 불구하고 담장을 넘어 국회로 들어갔다. 190명의 국회의원들이 이렇게 의결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위험을 감내하며 본회의장으로 뛰어들었다. 셋째, 계엄군의 본회의장 진입을 가로막으며 강렬히 저항한 국회 보좌진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계엄군을 막기 위해 각종 집기로 바리케이트를 설치했고 소화기까지 뿌려대며 강하게 저항했다. 그 과정에서 본회의장에서는 계엄 해제가 의결된 것이다. 넷째, 그러한 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한 기자와 언론사의 몫도 무시할 수 없다.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들의 위치에서 국민들에게 당시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도한 것이다. 목숨을 담보로 진실을 알리고자 한 노력이었다. 다섯째, 일부 군 지휘관과 사병 등 계엄군의 태업성 행동이었다. 특수부대의 몸짓이라고 보기엔 너무 어설퍼 보였던 이들은 시민들의 저항에 강경진압을 하지 않고 느슨하게 대처한 상황이 목격되기도 했다. 또한 지휘관의 일부가 본회의장 진입을 하지 말라는 정황도 드러났다.
그렇다면 윤석열이 계엄령을 선포한 진짜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윤석열의 영구 집권에 대한 욕망 때문이었다. 계엄령을 선포했던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에게서 볼 수 있는 행적이다. 퇴임 후에는 김건희나 윤석열 모두 신변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었다. 현직에서야 거부권으로 특검을 가로막을 수 있지만 퇴직 후에는 그런 상황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윤석열도 알고 있었다. 결국 그는 오랜 시간 계엄령을 준비했고 실행에 옮겼지만 그의 반란은 실패하고 만 것이다. 그가 내란에 성공하고 목적을 이루었다면 대한민국은 윤석열의 영구 집권을 목도할 뻔 했다. 박정희가 그랬던 것처럼 유신헌법 비슷한 것이 선포되고 긴급조치 같은 포고령이 계속 발표되었을 것이다.
둘째, 그는 민주당의 궤멸을 원했다. 계엄령 선포와 함께 선관위를 접수하려했던 시도가 바로 그것이다. 이미 CCTV를 통해 계엄군이 선관위 서버를 촬영한 상황도 공개된 것이다. 특히 군 사이버 사령부까지 동원한 것은 지난 22대 총선을 부정 선거로 몰아가려 했다는 의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그리하여 22대 총선을 무효로 만들고 결국 민주당을 해체하여 야당을 궤멸시키려 했던 시도였던 것이다. 민주당 출신의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하여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그리고 정청래 의원까지 잡아가려했다는 사실도 공개된 것이다. 그리고 그는 결국 국회를 해산하려 했다는 것을 충분히 유추해 볼 수 있다.
셋째, 그는 자신의 반대파 숙청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대표인 한동훈까지 잡아가려 했으며 체포 명단에는 김민웅, 김어준, 김명수 라는 이름이 거론되었다. 한때 자신의 심복이었던 한동훈이 여당 대표가 되면서 자신과의 사이가 틀어지자 한동훈을 체포 대상자 명단에 포함시켰다. 이는 한동훈이 바로 자신의 정적임을 확인해주는 대목이다. 또한 언론인에는 김어준을 포함시켰다. 여론조사 꽃의 대표이면서 뉴스공장을 진행하는 김어준에 대한 체포 명령이 하달된 것이다. 또한 촛불집회를 이끌고 있는 김민웅 대표도 체포 대상자에 포함시켜 시민운동의 구심점을 차단하려 했다. 더욱이 김명수 전 대법원장마저 체포 대상자에 포함시켜 자신에게 칼을 겨눈 정치인은 물론이고 시민사회까지 초토화 시키려 했던 것이다.
전세계가 지금 대한민국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회복되기를 원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은 몇몇 나라에서는 여행금지국으로 지정되었다. 내수경제는 물론이고 대외 신인도 회복을 위해서라도 하루 빨리 윤석열을 탄핵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