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웬만한 무당 제가 봐줘요. 그래서 소문이 좀 잘못 난 게 있는데 제가 무당을 가서 점 보는 이런 게 아니라 제가 무당을 더 잘 봐요. 사주 공부하면 좋지. 자기 팔자도 풀고 그렇지. 그러네 이런 영감이 있으니까 군인, 경찰 이런 거 하면 잘 맞죠. 군인, 경찰은 그런 감이 있어야 해요. 그냥 머리만 똑똑하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 우리 남편도 그런 약간 영적인 끼가 있거든요, 저랑 그게 연결이 된 거야" -7시간 녹취록-
본 매체 이명수 기자와의 '7시간 녹취록'에서 "웬만한 무당 내가 봐준다"라고 자평했던 영부인 김건희씨가 지난 2019년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때부터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인 작년 12월 명품백 수수 당시까지 위기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불안에 떨며 역술인에게 조언을 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해당 역술인은 주로 대구·경북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다가 2006년 강남 수서역 쪽에 '혜명 학술원'을 운영하는 류동학씨로 알려졌다. 이른바 명리학자라고는 하지만 명리학이라는 게 학문적으로 합리성과 신뢰성을 확인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한겨레21'에 따르면 류씨는 "공적으로 중요한 정치적 고비마다 김 여사가 거취 등에 대한 조언을 구해왔다"라며 "김 여사가 공적인 결정과 관련해 조언을 구하는 명리학자나 무속인이 분야별로 7~8명 더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밝혔다.
서울의소리 '7시간 녹취록'
류동학씨는 대중 강연과 지역 일간지 기고, 보수 유튜브 방송 출연 등을 하며 정치인들의 사주풀이 등으로 유명세를 얻은 인물로,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2019년부터 김건희씨에게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에도 '이봉규TV'에서 '문다혜 사주와 운세 풀이' '한동훈, 전당대회 운세 풀이' 한동훈의 올해와 내년초 운세 풀이' 등을 설파했다.
특히 명품백 수수 등이 불거졌을 당시 김건희씨는 류동학씨에게 '저 감옥에 가나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류씨는 “지난해 12월 마지막으로 김 여사를 상담해주었다”라며 “그때 장이 좀 시끄러웠다. (김건희씨가) 감방 가니 안 가니, 그때 상담 연락이 왔다”라고 밝혔다.
김씨의 다급한 질문에 류씨는 “은둔하면 된다. 당신도 많이 깨달아야 한다. 제발 좀 나서지 마라”라고 말하며 “위기인 것은 분명하나 아직 기운이 좋아 (감옥에) 가지는 않는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류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예측, 박근혜 대통령 당선 예측, 안철수 대선 후보 사퇴 예측’ 등 “무수한 예측을 정확하게 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2019년 이른바 '조국 사태' 당시 류씨는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주를 풀면서 "운 총장이 대통령 사주로 태어났다"라고 주장했고, 이 영상을 본 김건희씨가 류씨에게 '만날 수 없겠느냐'라는 연락을 해왔고 곧바로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자택에서 두 사람이 처음 만나 윤석열 부부의 사주풀이를 해준 것을 시작으로 인연이 시작됐다고 했다.
류씨는 이후 김건희씨를 최소 5~6번 이상 상담해 주었으며, 김씨가 자동 삭제 타이머가 설정된 텔레그램 채팅방을 통해 질문하면 대답했다고 전했다. 류씨는 2020년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간의 갈등이 한참이던 무렵에는 김씨가 연락을 해왔다면서 "윤 총장의 거취가 어떻게 될지 물어 '천운이 좋으니까 살아난다'라고 답했다"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직을 사퇴한 2021년 초에는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물어와 "당연히 나가야 한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2021년 말 국민의힘 대선 전략을 두고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갈등하다 이 대표가 당무를 거부하고 잠행했을 무렵에는 "이준석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라고 물어 "하극상을 벌일 사람이지만 슬슬 달래서 가는 게 좋다"라고 조언했다고 했다.
류씨는 김건희씨가 공적인 문제나 결정과 관련해 “조언을 구하는 명리학자나 무속인이 본인 외에도 더 있다고 안다. 분야별로 7~8명 더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에서 비서관으로 일했던 한 인사도 한겨레에 “김 여사가 중요한 자리(인사)를 고려할 때 사주를 즐겨 본다는 얘기를 들었다”라며 “여사가 대통령실 직원을 뽑을때 이력서를 봤는데, 이력서에는 사진과 생년월일이 적혀 있어서 무당을 통한 사주를 본다는 말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출신 한 국회의원도 “캠프나 인수위원회 시절 그런 사람들의 조언을 들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그러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라며 “굉장히 큰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그동안 이해할 수 없었던 여러 국정운영이 있어왔는데, 이번에 윤 대통령이 최소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이후 줄곧 역술인에게 의존해 온 김 여사의 결정에 따라 진로 선택을 해왔음이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매체는 류동학씨의 주장과 관련해 대통령실에 확인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해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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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학 역술인.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김건희씨가 개인사도 아닌 중대한 국사에 대한 결정과 선택을 전문가들이 아닌 '무속과 주술'로 예단하는 역술인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진애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저 감옥 가요?' 나라 꼴이 원. 김건희 비선 라인이 무속 라인이더냐? 어딘가 이상하면 비선 라인, 파헤치면 무속 라인. 욕망과 두려움과 어리석음의 조합. 위선과 가식과 기만의 조합"이라고 꼬집었다. 한준호,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명리학자가 아니라 그 질문, 스스로에게 해 보시라"고 받아쳤다.
한준호 의원은 "제 발 저린 듯한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명리학자에게서가 아니라 법과 상식으로부터, 그리고 자신의 양심으로부터 구해야 한다. 디올백과 주가조작이 죄인가, 죄가 되지 않는가의 여부는 본인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않겠나. 한 편으로는 구약성경을 외우고, 한 편으로는 무속에 매달리는 김 여사의 모습에서 발견하는 것은 ‘불안’"이라며 "차라리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불안감이 조금 가실지도 모른다. 말해 보시라, 뭐가 그리 찔리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젊은 대학생들의 모임인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은' 공식 계정을 통해 "사주풀이에 본인과 나라의 운명을 맡기는 윤건희 정권 끝내야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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