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본국의 건설업체인 삼부토건의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지난달 초 우크라이나 재건 테마주로 주목받은 뒤 주가조작 의혹이 제기된 삼부토건이 회계감사인으로부터 반기 검토 의견 거절을 받아 주식 거래가 중지됐다. 한국거래소는 16일 삼부토건을 관리종목으로 지정, 주식 매매를 정지했다. 삼부토건은 지난 대선 때부터 익숙한 이름이다. 바로 김건희 여사의 ‘쥴리’ 의혹을 최초로 공개적으로 제기했던 안해욱 전 대한초등학교태권도협회장이 김 여사를 처음 봤다고 지목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안 회장은 여기서 당시 김명신이란 이름을 쓰고, ‘쥴리’라는 예명을 썼던 김건희 여사를 처음으로 봤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그런 삼부토건이 현 정부 출범하고 잠잠하더니 지금은 채상병 구명로비 의혹은 물론이고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우크라이나 방문으로 인한 테마주로까지 엮여서 결국 상장폐지됐다. 상장이 폐지되는 과정에서 지금 정국의 핵인 임성근 해병대 전 사단장 이름까지 언급되는 등 그야말로 이 사건은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본국 정치권 일각에서는 결국 김건희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뿐만 아니라 이 사건에 발목이 잡혀 비극적 말로를 맞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중이다. 삼부토건 내부에서는 현 최대주주인 이일준 회장이 윤석열 김건희 정권과 가까운 인사들로부터 사기를 당했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이 회장은 공시 의무가 없는 과거 조 전 회장 세력이 현 정부와 결탁해 사전 정보를 알고 주가를 들썩이는 동안 손쓸 틈도 없이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디와이 이일준 회장은 삼부토건 지분 인수 과정에서 장부에 적혀 있지 않은 손실까지 떠안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과 그 관계자들은 그야말로 눈뜨고 코베인 꼴이 되어 버렸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삼부토건은 앞서 조남욱 전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 내외와 가까웠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치권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조 전 회장은 안 전 회장의 진술에서 김 여사를 처음 소개시켰던 바로 그 인물이다. 안 전 회장은 당시 만남을 이렇게 진술한 바 있다.
“좌석에 앉아 조회장과 담화한지 오래되지 않아서 젊은 여성 2분이 우리 좌석으로 와서 조회장에 인사하였는데 조회장이 “어이 김교수 어서와” 하면서 반갑게 맞이하였고, 두 명의 여성은 키가 크고 마른체격에 남성적인 여성과 키가 조금 작고 약간 살집이 있어 보이는 여성이었는데 키 큰 여성이 조회장에게 늦게 연락 받아 저희 둘만 왔다고 하였고 키 크고 남성적인 김 교수라는 여성을 내 파트너로 조회장이 지정해 주었고 그 사이에 우리일행 중 젊은 측인 지인 2명은 우리는 저기가 있을께요. 하면서 바에 가서 앉았던 것입니다. 연회장에 쥴리(김명신)가 온지 얼마 되지 아니하여 10여 명의 정장차림의 젊은 측에 속하는 무리가 와서 테이블 2개를 차지하여 앉았는데 조회장이 서울지검 검사들이라 소개하였고 그중 두세 명과 악수하고 인사하고 명함을 주고받았다.”
조 전 회장이 삼부토건에서 물러난 후 그의 친척인 조성옥이 삼부토건 회장직을 물려받은 바 있는데 그의 아들 조모씨는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사태(라임사태)에 연루된 기업사냥꾼이다. 조 씨는 라임자산운용의 투자를 받아 코스닥 상장사 에스모 등을 무자본 인수한 뒤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삼부토건은 지난해 2월 최대주주가 디와이디(최대주주 이일준)로 바뀌었다. 언뜻 조성옥 부자가 삼부토건에서 손을 뗀 것처럼 보이지만 조성옥 부자는 휴스토리(구 루트원플러스)를 통해 디와이디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고 있다.
지난달 초 우크라이나 재건 테마주로 주목받은 뒤 주가조작 의혹이 제기된 삼부토건이 회계감사인으로부터 반기 검토 의견 거절을 받아 주식 거래가 중지됐다. 한국거래소는 16일 삼부토건을 관리종목으로 지정, 주식 매매를 정지했다. 삼부토건은 지난 14일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올해 상반기 삼부토건 연결 재무제표에 대해 의견 거절을 받았다. 삼부토건은 지난달 피격 사건으로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과 함께 우크라이나 종전 시 재건 테마주로 묶이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그러나 지난달 23일 종가 기준 1천 775원에 달하던 주가는 이후 급락해 지난 14일 1천 54원까지 떨어졌다. 삼부토건의 주가 폭등 배경의 배경이 된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은 지난해 5월 16일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인의 방한으로부터 비롯됐다.
우크라이나 재건주로 엮어
당시 김건희 여사는 방한한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인을 만났고 다음날인 5월 17일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와 EDCF(유상원조기금) 차관 공여 협정을 맺고 우크라이나 재건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후 5월 22~23일에는 원희룡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 등 정부 대표단이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우크라이나 재건 협력을 위한 고위급 면담을 가지고, 우크라이나와 재건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문제는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인의 방한 바로 이전인 지난해 5월 14일 이종호 전 대표가 미리 ‘삼부’를 언급한 것이나, 삼부토건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위한 포럼에 초청된 사실이 알려지기 전인 5월 19일 삼부토건의 거래량이 하루아침에 40배 가량 증가한 점은 의문스럽다.
이종호 전 대표는 임성근 사단장 구명로비 의혹의 출발점이 된 문제의 단톡방에서 “삼부 내일 체크하고”라는 언급을 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됐었다.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도 이름을 올린 인물로 김건희 여사의 약점을 가장 많이 알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종호 전 대표가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삼부’를 언급한 후 삼부토건의 주가는 급등했다. 삼부토건의 주가는 지난해 5월 15일 1013원으로 마감했지만 다음날인 5월 16일부터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 7월 21일에는 5500원까지 올랐다. 두 달 사이 5배 이상 오른 것이다. 다만 이 전 대표는 ‘삼부’가 삼부토건이 아닌 골프장 야간운영 시간인 ‘3부’를 의미했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삼부토건 최대주주인 디와이디는 삼부토건 주가가 급등하자 최대주주로 등극한 지 4개월 만인 지난해 6월 28일 보유 중이던 삼부토건 지분의 40%가량을 처분했다.
그로 인해 당시 디와이디 지분율은 8.85%에서 5.06%로 대폭 축소됐다. ‘이낙연 테마주’ ‘윤석열 테마주’ 등 정치테마주로 분류되던 삼부토건이 ‘우크라이나 재건 테마주’로 분류되기 시작한 것은 재작년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부터다. 우리 정부는 2022년 7월 5일(외교부)과 6일(국토교통부) 우크라이나 재건과 복구를 위해 협력할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는데, 삼부토건은 그보다 한발 앞선 2022년 6월 23일 사단법인 유라시아경제인협회와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해 눈길을 끌었다. 유라시아경제인협회는 유라시아 국가들과 관련한 일을 하고자 하는 기업, 단체 등에 자문과 현지 네트워크 등을 제공하는 국내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삼부토건이 정부 재건 사업에 포함될지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었지만, 그와 별개로 국내 비영리 사단법인과의 업무협약 체결을 보도자료 형태로 배포하며 ‘우크라이나 재건’을 언급한 것이다.
보도자료 배포 당일 삼부토건 주가는 전일 대비 30% 급등했다. 이종호 전 대표는 지난해 9월 통화에서 라임 연루 기업사냥꾼인 조모씨와의 친분을 언급하면서 조 씨의 아버지인 조성옥 씨가 삼부토건 회장이라고 말한다. 또 ‘조모씨가 동부구치소로 이감되지 않고 서울구치소에 남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다. 이 전 대표의 이 같은 언급은 그간 삼부토건의 실소유주를 두고 시장이 가졌던 의구심에 의혹을 더한다. 조성옥 전 회장은 2019년 3월 삼부토건 사내이사로 취임해 2021년 9월 사임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이 사내이사로 있을 당시 삼부토건 최대주주는 휴림로봇이었다. 이후 삼부토건의 최대주주는 2022년 4월 조 회장의 가족회사인 휴스토리로, 2023년 2월 디와이디로 교체된다.
현 최대주주는 지분 8.12%를 보유한 디와이디다. 디와이디의 최대주주는 지분 12.71%를 보유한 이일준 회장이다. 하지만 이 회장은 공시 의무가 없는 과거 조 전 회장 세력이 현 정부와 결탁해 사전 정보를 알고 주가를 들썩이는 동안 손쓸 틈도 없이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회장은 삼부토건 지분 인수 과정에서 장부에 적혀 있지 않은 손실까지 떠안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일준 회장과 그 관계자들은 그야말로 넋 놓고 당한 것이다.
한동훈·원희룡 이름도
삼부토건 경영진이 국민의힘과 연관이 있다는 점도 관련 의혹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나아가 삼부토건이 주가조작을 사실상 방조했다는 의혹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창래 디와이디·삼부토건 대표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사법연수원 동기다. 정 대표는 검사 출신으로 2003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정 대표는 2022년 9월 삼부토건 사내이사로 합류했고, 2023년 3월에는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요약하면 이종호 전 대표가 ‘삼부 내일 체크하고’라 말한 이틀 후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인을 만났고, 불과 나흘 뒤 삼부토건 주식 거래량은 40배나 뛰었다. 원희룡 전 장관과 삼부토건 등이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에 방문한 지난해 5월 22일에는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종호 전 대표가 이 같은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관련 정보를 미리 알고 조직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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