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NATO) 75주년 정상회의 참석 일정을 마친 김건희씨가 지난 1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덜레스 국제공항에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씨의 변호인이 명품백 수수와 관련해 검찰의 출장 조사를 받은 김씨가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라는 말을 검사들 앞에서 했다고 밝혔다. 대다수 언론매체들이 단순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닌 현직 대통령 부인의 뇌물수수라는 본질을 방기하고 "대국민 사과"에 초점을 맞췄다.
검사 앞에서 한 ‘대국민 사과’는 대통령실 공식 채널이 아닌 최지우 변호사가 25일 '매일신문' 유튜브 방송 '이동재의 뉴스캐비닛'을 통해 공개했다. 최 변호사는 "황제 조사, 특혜 조사는 정말 억울하다”라며 “명품백 사건 같은 경우 한 번밖에 안 쉬었다. 굉장히 오랫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라고 했다. 또 조사가 끝난 뒤 김씨와 관련한 소감에 대해 “검사들이 갈 때 영부인이 나와서 고생하셨다고 인사까지 드렸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국민 사과가 아니라 대검사 사과" "콜검 사과" "개사과 시즌2" "수사도 배달 사과도 배달" "사과도 대리하나" "황당" "국민 우롱" "장난치나" "누구에게 사과했다는 거냐"라는 네티즌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김씨가 변호사를 내세워 검사 앞에서 밝힌 ‘대국민 사과’는 부적절성으로 역효과만 배가하고 있다.
'한겨레'는 26일 사설에서 "그간 정무적 판단을 내세워 사과를 거부해온 김 여사가 검찰 앞에서 사과를 언급했다는 게 변호인 주장"이라며 "그러면서도 김 여사는 26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요청’ 2차 국회 청문회에는 불출석했다. 숨어서 사과하는 ‘시늉’만 대신 전할 게 아니라, 국민 앞에 직접 고개를 숙여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현직 대통령 배우자가 각종 범죄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이 된 것 자체가 도저히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엄정한 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는 것은 물론 김 여사의 대국민 사과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라고 거듭 지적했다.
'동아일보'도 "이런 중대 사안을 뒤늦게 변호인이 당사자의 사과를 갈음하는 듯이 불쑥 공개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라며 "김 여사의 변호사는 유튜브 방송 내내 일방적 방어논리만 폈다. 김영란법으론 처벌이 불가능했고, 서면조사로도 충분하지만 12시간 수사에 협조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주가조작 수사가 본 수사였던 만큼 명품백은 시간이 남으면 조사받기로 했다는 설명에선 ‘검찰총장 패싱 논란’을 잠재우려는 의도가 역력했다. 장황한 변명은 이어졌지만 정작 국민이 궁금해하는 명품백을 어떻게 처리했고, 앞으로 어떻게 수사받고 국민 앞에 어떤 설명을 내놓을 것인지는 쏙 빠졌다"라고 밝혔다.
최지우 변호사는 "정무적 판단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사죄를 쉽게 할 상황은 아니었지만, 진심 어린 마음"이라며 다만 조서에는 기록하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김씨의 발언 청취자는 변호인과 휴대폰을 압수당한 수사 검사들뿐인 셈으로 '대국민 사과'가 무색할 따름이다.
최 변호사는 검사 휴대폰 반납 논란과 관련해서는 "핸드폰은 무선 조작으로 폭발이 가능하게 조작할 수도 있다"라며 "결국에는 대통령이나 영부인을 갖다 할 때는 당연히 핸드폰을 갖다 반납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 변호사의 이런 황당한 인식은 대통령의 공적 직무 수행과 선출직 공인이 아닌 김씨 개인에 대한 범죄 혐의 조사를 같은 선상에 놓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손원제 한겨레 논설위원은 "애초 검찰 조사실로 출두했으면 폭발 테러 운운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이런 주장 자체가 얼마나 특권의식에 젖어있는지를 말해줄 뿐"이라고 했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찰은 잠재적 테러리스트였다"라고 어이없어했고 김용남 개혁신당 전 의원은 "007 영화 같은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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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유튜브 갈무리
조국혁신당 조국대표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장난치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김건희씨의 사과가 조서에는 안 적혀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공식적 기록상으로는 김건희 씨는 사과하지 않도록 배려를 한 겁니다"라고 비판했다.
노종면 민주당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사과하는 시늉은 사과가 아니다. 본인이 직접 국민 앞에 나선 것도 아니고, 변호인을 내세워 사과하는 시늉만 해놓고 국민께 받아달라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노 대변인은 "개사과 시즌2라고 볼 수밖에 없다. 조용한 내조하겠다던 약속을 어긴 것도 모자라 뇌물을 수수해놓고 국민 앞에 사죄하러 나서지도 않겠다니 참담하다"라며 "이런 사과가 ‘쉽지 않은 사죄’고 ‘진심 어린 마음’이라니 국민의 울화통을 터뜨리려고 한건가? 지난 대선 당시 개에게 사과를 내밀며 ‘개 사과’ 사진을 올리던 것과 똑같은 국민 우롱"이라고 비판했다.
손원제 논설위원은 "전두환부터 박근혜까지 역대 전직 대통령 누구도 검찰청 소환조사를 피해가지 못했다. 전두환씨는 검찰 출석을 거부하다가 체포·구속돼 조사를 받았다. 그런데 아무런 공적 자격이나 권한도 없는 대통령 배우자만이 이를 가볍게 무시했다"라며 "자신의 안방이나 다름 없는 경호처 관할 건물로 검사들을 불러 조사를 받았다. 검사들은 경호처에 휴대폰까지 제출해야 했다. 이쯤 되면 검사들이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법치 원칙에 대한 조롱이 아닐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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