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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척(慘慽)의 고통'도 인간의 말일뿐.."한 말씀만 하소서"

"유족들과 함께 싸우지 않는다면 다음은 누구 차례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강미숙 칼럼니스트 l 기사입력 2022/11/24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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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10.29 참사 유가족한테 발부해준 사망진단서 

사망 장소: 이태원 노상 

사망 사유: 미상 

 


"한 말씀만 하소서"

“너무 배가 고파 혹시라도 밥이 들어가면 어쩌나 싶어 입을 꿰매고 싶고 뼈에 붙은 내 살을 찢어발기고 싶다... ”

 

배우 이지한의 어머니의 절규다. 자식을 잃은 슬픔을 참혹할 참, 슬플 척 자를 써서 참척(慘慽)의 고통이라 하지만 이 또한 자식을 잃은 어미의 마음을 담아내기엔 턱없이 부족한 그저 인간의 말일 뿐이다.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녹아내리고 눈물이 그치지 않는데 도대체 누가, 왜 저들의 외침을 가로막아 왔는가.

 

이태원 참사 24일만에야 눈물과 오열 속에 있는 유족의 목소리를 들었다. 내 자식이 왜 죽었는지 누구를 만나야 정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며 재난참사의 피해자로서의 권리를 보장하라고 절규했다.

 

29년 전 태어난 날짜와 시간이 분명한 내 아들이 죽었는데 사인도 미상, 사망시간도 미상, 사망 장소도 미상인 채 어떻게 떠나보낼 수 있냐고 물었다.

 

칼만 들지 않았을 뿐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나 다름없다며 발로 뛰지 않고 자기 자리를 지키느라 숨만 쉬는 식물인간들을, 직무유기에 업무상 과실치상으로 부작위에 의한 살인으로 엄벌에 처해 달라 주문했다. 

 

상은씨와 민아씨 은지씨 아버지, 남훈씨와 지한씨 어머니, 내 아이들과 또래인 자식들을 잃은 부모님들. 저 자리에 내가 앉아있을 수도 있었다. 8년 전에도 운이 좋았고 지금도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다.

 

엄청난 참사 앞에서 한 치도 부끄러워하거나 죄스러워하지 않는 무리들을 보며 다음은 또 누가 저 자리에 앉을 것인가만 남은 것이냐 싶다.

 

26세 이상은씨 아버지가 딸의 이름으로 절규한 "한 말씀만 하소서"는 아들을 잃고 통곡한 박완서 작가의 절규이기도 했다.

 

원태야, 원태야, 우리 원태야, 내 아들아. 이 세상에 네가 없다니 그게 정말이야? 하느님도 너무 하십니다. 그 아이는 이 세상에 태어난 지 25년 5개월밖에 안 됐습니다. 병 한 번 치른 적이 없고, 청동기처럼 단단한 다리와 매달리고 싶은 든든한 어깨와 짙은 눈썹과 우뚝한 코와 익살부리는 입을 가진 준수한 청년입니다. 걔는 또 앞으로 할 일이 많은 젊은 의사였습니다. 그 아이를 데려가시다니요. 하느님 당신도 실수를 하는군요. 그럼 하느님도 아니지요.

      -「한 말씀만 하소서」, 박완서

 

생전에 스물여섯 살의 외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은 작가는 이 글을 일러 일기라 했다. 통곡 대신 쓴 글이라 했다. “내 수만 수억의 기억의 가닥 중 아들을 기억하는 가닥을 찾아내어 끊어버리는 수술이 가능하다면 이 고통에서 벗어나련만... 하나님이란 그럴 수도 있는 분인가. 차라리 없는 게 낫다.”

 

그는 참척을 당한 어미에게 하는 조의는 아무리 조심스럽고 진정에서 나오는 위로일지라도 모진 고문이고 견디기 어려운 수모라고 했다. 그리고 내 아들이 죽었는데 기차가 달리고 계절이 바뀌고 그것까지는 봐주겠는데 올림픽은 예정대로 열리고 내 자식이 죽었는데도 고을마다 성화가 도착했다고 잔치를 벌리는 것을 어찌 견디란 말이냐 통곡했다. 

 

자식을 키워본 사람이라면 그리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당장 젊은이들이 죽어나가는데 책임자가 되어서 설렁탕 한그릇에 뒷짐지고 어슬렁 어슬렁거릴 수는 없는 것이다. 책임을 묻는 외신기자들 앞에서 영어실력이나 자랑하며 웃을 수는 없는 것이다. 

 

똑같이 자식 키우는 어미이면서 축제가 아니라 현상이라느니 할 만큼 했다느니 경찰이 있었어도 못 막을 사고였다느니 씨부릴 수는 없는 것이다.

 

내 나라 생때같은 젊은이들이 158명이나 죽고 아직도 그 이상의 ‘숫자’가 병원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현장에서 몸에 불이 나도록 뛰어다닌 책임자를 피의자로 만들 수는 없는 것이다. 인두겁을 쓴 사람이라면 말이다. 

 

유족의 6가지 요구사항은 모두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이 거의 대부분이다. 유족들과 함께 싸우지 않는다면 다음은 누구 차례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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