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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와 인터뷰한 유족 "슬퍼할 시간은 끝났다, 이젠 분노할 시간"

BBC “준비했다면 이태원 참사 막을 수 있었음 분명해져..지금까지 아무도 의미있는 사의표명 안 해”

정현숙 l 기사입력 2022/11/18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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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한국 언론이 하지 못하는 것을 BBC 서울 특파원 '진 매켄지' 기자는 했다"

 

'이태원 참사'로 딸 은지씨를 잃은 송후봉씨 인터뷰를 실은 BBC 홈페이지.


"한국 언론이 하지 못하는 것을 BBC 서울 특파원 '진 매켄지' 기자는 했습니다. 분노할 대상에 '언론'도 포함해야 하는 것을 잊지 말아 주세요"

 

SNS 인플루언서 노승희씨가 세계적인 영국의 공영방송 BBC 서울 특파원 진 매켄지 기자가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유족 인터뷰를 보도한 것을 두고 전한 말이다.

 

BBC는 17일 <슬퍼할 시간은 끝났다. 이제는 분노할 시간>이라는 제목으로 참사 피해 유족의 인터뷰와 윤석열 정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20대 청년들의 목소리를 진 매켄지 기자의 이름으로 전했다. 

 

BBC는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과 관련해 한국인의 분노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 “거의 3주가 지난 지금 당국이 더 잘 준비하고 더 빨리 대응했더라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게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BBC는 이태원 참사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일이었다는 점이 확인된 반면 고위 관계자들은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해 윤석열 정부를 향한 비판이 더욱 거세졌다면서 이날 유족의 실명 인터뷰를 보도했다.

 

지난 10·29 참사로 24살 딸 은지씨를 잃은 송후봉씨는 BBC에 “슬퍼할 시간은 끝났고 이제는 분노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은지씨는 아버지 송씨를 닮아 장난기가 많았고, 둘은 아주 사이가 좋은 부녀였다고 BBC는 전했다. 서울의 한 여행사에서 일했던 은지씨가 세계여행의 꿈을 꾸며 어떻게 일했었는지를 떠올리던 송씨는 고통스러운 듯 말을 잇지 못하고 울부짖었다.

 

송씨는 “가장 가슴이 아픈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이태원에 몰릴 것을 예상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경찰 12명만 배치가 됐었어도 참사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고 내 딸은 죽지 않을 수 있었다”라고 비통해했다.

 

BBC는 “다른 유족들을 만나 서로 위로를 받고 싶지만, 당국은 우리끼리 연락을 닿게 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송씨의 말을 인용해 윤석열 정부에서 이들이 서로 접촉하는 일을 막고 있다며 이는 유가족들이 단체 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일 수 있다는 의견도 전했다.

BBC는 “송씨는 유족들이 왜 분리돼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며 “아마도 그들이 (서로 단결해 집단) 행동을 취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송씨는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BBC는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뒤 약 3주의 시간이 흘렀다”라며 “사건에 대한 조사는 여전히 현장 경찰서와 소방서에 국한되며 ‘꼬리 자르기’ 식으로 희생을 강요받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아울러 매체는 "지금까지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았고, 이목을 끌만한 책임자들의 사의 표명도 없었다. 이것은 사람들을 더욱 화나게 만들었다”라며 "한국 시민들은 엉뚱한 사람들이 표적으로 자리잡게 되는 일을 두려워하면서 이들의 분노가 어디로 향해야 할 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라고 바라봤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는 시민들의 대통령 퇴진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도 전했다.

BBC는 “이것(퇴진 시위)은 250명의 학생이 숨진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라며 “당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잘못된 대처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끌어내린 주요 요인이었다”라고 풀이했다.

이어 “윤 대통령의 실수는 더 이상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며 “그는 6개월 전 아주 근소한 차이로 승리해 취임했고, 국내외에서 연이은 실책으로 지지율이 곤두박질 쳐 한때는 25%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라고 민심 이반을 전했다.

BBC는 또 “윤 대통령은 이태원에서 친구를 잃은 세대인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없다”라고 덧붙였다.

퇴진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지예(27)씨는 BBC에 “윤 대통령이 책임을 지지 않아서 화가 난다”라며 “그가 사과를 해야 했었는데 대신에 하급자들에게만 책임을 돌리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BBC는 “지금까지 수사는 경찰과 소방서의 대응에 집중됐다”라며 “경찰이 참사 몇 시간 전에 걸려온 긴급신고에 대응하지 않았다는 폭로는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렸지만, 준비가 현저히 부족한 상황에서 긴급구조대만을 탓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라고 보도했다.

고진영 소방공무원노조위원장은 BBC에 “대한민국에서 전체 권력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경우가 드물지만, 이는 다음 재난을 예방하는 중요한 단계”라며 “목숨을 걸고 생명을 구하는 소방관들이 비난받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매우 가슴 아픈 일”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BBC는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애초에 이태원에 간 것에 대해 비난을 받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공개적으로 말하기를 두려워하고 있다”라며 “한 생존자는 ‘술 마시다 다친 사람들인데 왜 세금을 쓰느냐’는 인터넷 댓글이 너무 괴로웠다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BBC는 지난달에도 이태원 참사 현장서 윤석열 정부에 직격탄을 날려 한국 언론보다 더 진정성 있는 보도로 화제에 올랐다. 이번에 유족 인터뷰를 한 진 매켄지 기자가 당시 현장 보도를 한 장본인이다.

BBC는 <이태원 사고: 슬픔과 비탄에 빠진 생존자와 유가족들> 제목의 10월 31일자 보도에서 지난해 이태원 핼러윈 축제 때 모습을 담은 영상을 소개한 뒤 “작년에 촬영된 이 영상에선 같은 장소를 경찰이 통제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다수의 목격자들에 따르면 올해엔 이런 통제가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관련 당국엔 어떻게 군중이 이렇게까지 통제를 벗어나도록 허용했는지, 이 끔찍한 비극을 막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었는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라고 했다.

"BBC News 코리아"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을 캡처한 사진.BBC 진 매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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