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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키호테' 대통령의 육두문자 발언 ‘후폭풍’

선데이저널 l 기사입력 2022/09/30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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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발언은 본인이 해놓고 “진상 조사해야한다”는 유체이탈 발언
■ 대통령 발언 진상조사 발언 나오자마자 잘 짜인 시나리오 작동돼
■ 김학의 성접대 본질 덮고 정보유출 책임자들 재판받는 것과 비슷
■ 발언 있었느냐 본질 사라지고, 방송 보도 경위 검찰 손에 쥐어져

사실 이번 비속어 파문의 발단은 누가 뭐래도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시작됐다. 지난 9월 22일 본국 시간으로 오전 6시경 윤 대통령은 미국 순방 중 글로벌 펀드 재정공약 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남 이후 행사장을 빠져나가며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X팔려서 어떡하나’라는 발언을 했고, 이 장면이 풀(Pool) 기자단의 카메라에 잡혔다. 이 영상은 아침 7시30분쯤 각 방송사의 서버로 송출됐고, 영상을 돌려보다 비속어에 깜짝 놀란 방송기자들 사이에서 이야기가 오가던 중 신문기자들과 순방기자단에도 영상이 공유되며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했다.당시 기자단 사이에선 해당 발언이 어떻게 들리는지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견이 없었다.

그것보다는 이 발언을 어떤 맥락에서 해석해야 하는지가 기자단 사이에서 화두였고 대통령실에 설명도 요청했는데, 대외협력비서관실 관계자는 설명을 하는 대신 영상취재 기자단에 ‘어떻게 해줄 수 없느냐’고 말하고 방송사 취재기자단 간사에게도 ‘공식석상이 아니었고 오해의 소지가 있다. 외교상 부담이 될 수 있는 내용’이라고 간곡한 요청을 했다. 대통령실에서 발언 자체를 부정하지 않으면서 기자단은 사안의 엄중함을 고려해 비보도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22일 오전 9시39분 엠바고 해제 이후부터 순차적으로 관련 내용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MBC가 오전 10시7분 유튜브에 해당 동영상을 게재하며 최초 보도를 했고 이후 KBS, SBS 등 지상파를 비롯해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 등 방송사와 주요 신문사 등 150여곳에 달하는 언론사에서 ‘바이든’을 명시해 기사를 썼다. 그러나 15시간 만인 오후 11시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바이든’이 아닌 ‘날리면’이라 설명하고 “짜깁기와 왜곡”, “국익 자해 행위”를 언급하면서 발언 내용에 대한 논란이 시작됐다.

잘 짜여진 시나리오?

그 다음부터는 잘 짜여진 시나리오처럼 일이 굴러갔다. 일단 다음날인 23일부터 정치권에선 ‘국익 훼손’과 ‘왜곡 보도’를 두 축으로 언론사를 비판하는 발언이 쏟아졌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하면 오전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 때까지만 해도 “공영방송사들이 사소한 트집으로 흑색선전 펼치기”를 하고 있다며 발언 내용 자체를 부정하지도, MBC를 특정하지도 않는 두루뭉술한 비판이 나왔지만, 이후부턴 MBC를 겨냥해 ‘조작 보도’를 했다는 공격이 시작됐다. 2008년 ‘광우병 조작 보도’ 사태를 상기시킨다거나 “신속한 보도가 아니라 신속한 조작”이라는 등 MBC에 비판의 화살을 꽂는 발언이 쏟아졌다. MBC가 “최대한 절제해 영상을 올렸고, 어떠한 해석이나 가치판단을 하지 않고 발언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지만 소용없었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은 MBC 소수노조인 MBC노동조합(제 3노조)에서 ‘정언유착’ 의혹을 제기하면서부터다. 5일 제 3노조는 MBC 보도보다 앞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이 ‘막말’ 비판을 했는데, MBC 쪽에서 누군가 보도 전 관련 내용을 전달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MBC가 단독으로 취재한 사안도 아닐 뿐더러 최초 보도 이전 대통령실 뿐만 아니라 대다수 언론, 심지어 SNS에까지 퍼졌던 내용이었지만 ‘정언유착’ 의혹은 정치권엔 좋은 재료감이 됐다. 26일 부턴 이를 토대로 MBC에 항의 방문을 하고,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하며 박성제 MBC 사장이 허위 방송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를 해야 한다는 요구가 국민의힘에서 빗발치기 시작했다.

때마침 비속어 발언의 당사자인 윤 대통령까지 기자들과의 출근길 문답에서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 “이 부분에 대한 진상이 더 확실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책임을 회피하면서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논란은 어느새 MBC의 왜곡 보도로 프레임이 바뀌게 됐다. 야당을 지목한 것인지 아닌지 대통령실 안에서도 말이 엇갈리지만 적어도 우리 국회를 향해 “이 XX들”이라 지칭한 대통령은 사과 한 마디 없이 왜곡 보도의 희생자가 되고, 최초 보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MBC는 민주당과 내통해 조작 보도를 한 언론사가 됐다. ‘방귀 뀐 놈이 성 낸다’는 속담은 이럴 때 쓰는 말일까. 일부 단어의 진위 여부를 떠나 국제 외교무대에서 ‘이 XX들이’라고 비속어를 쓴 윤석열 대통령이 사과는커녕 비난의 화살을 언론, 특히 MBC로 돌리고 있다.

비속어 보도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시작으로 발언 내용이 틀리다며 왜곡 보도로 몰아가고, 그것도 모자라 ‘정언유착’ 의혹까지 제기하는 등 전 방위적인 MBC 탄압에 나서는 모양새다. 대통령 비서실은 26일 저녁엔 MBC에 ‘해석하기 어려운 발음을 어떤 근거로 특정했는지’ 등 보도와 관련한 설명을 요구하는 공문까지 보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법적 조치를 공언한데 이어 27일 ‘MBC 편파조작방송 진상규명 TF’를 구성하며 다방면으로 MBC를 손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공은 다시 검찰로

결국 이번 사건은 또 다시 검찰에 의해 좌지우지 될 것으로 보인다. 잘 시나리오의 결말은 이미 정해져 있다.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과 극우단체는 “진상을 조사해야한다”는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기가 무섭게 MBC가 윤 대통령의 미국 순방 관련 기사를 왜곡 보도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MBC 사장과 기자 등을 고발했다. 이종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서울경찰청에 박성제 MBC 사장과 편집자, 해당 기자 등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및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보수 성향의 자유대한호국단도 같은 날 MBC 기자 등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각각 정보통신망법 및 형법상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방송언론소비자주권연대(회장 이순임)와 공영방송 바로세우기실천본부(본부장 김흥수)는 MBC 기자와 카메라 기자, 보도 책임자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죄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경찰과 검찰에 여러 건이 고발됐지만 사실상 경찰이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는 만큼 검찰이 사건의 향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이렇게 되면 본국 일각에서는 이 사건을 제 2의 김학의 사건처럼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이 그랬다. 이 사건의 본질은 김 전 차관의 성접대 뇌물수수 혐의였지만 그는 무죄가 확정됐고, 김 전 차관의 출국 시도를 막았던 공직자들이 오히려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사건 역시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갈 것이다. 김학의 사건은 검찰의 방식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검찰기소 독점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세상이 떠들어도, 명백해 보여도 무엇이 죄인지 결정하는 것은 우리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검찰이다. 검사 출신이 대통령이 됐으니 이런 방식은 5년 내내 작동할 것이다. 검찰의 조작수사를 지적해도 부족하지 않은 검찰공화국의 시스템은 이번 사건을 통해 더 명백하게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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