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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에서 줄곧 오세훈을 앞서가던 안철수가 최근에는 지지율이 따라잡혀 비상이 걸렸다. 김종인의 예언대로 국당 후보가 정해지자 보수가 급격하게 오세훈 쪽으로 기울고 있다. 지지율이 반등하자 오세훈은 후보 단일화 논의에 사안별로 협의하자며 시간을 끄는 반면에 안철수 측은 일괄 타결을 주장하고 있지만 양측 간에 고성만 오갔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김무성 중심의 마포포럼이 아름다운 단일화를 하라고 촉구하고 나섰지만 미사여구에 지나지 않았다. 양측은 일단 15일에 비전 발표회를 한다지만 화학적 결합은 요원해 보인다.
양측은 적합도냐 경쟁력이냐 하는 여론조사 문구 가지고 티격태격했으나 지지율이 역전된 이상 이제 문구도 의미가 사라졌다. 시간이 갈수록 오세훈이 적합도든 경쟁력이든 앞서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왜 안철수는 오세훈에게 따라잡혔을까?
우리나라 선거는 어차피 양당 체제로 전환되게 마련이다. 처음엔 무당층이나 중도층이 30% 이상 존재하지만 선거가 다가올수록 급격하게 양당 체제로 전환된다. 따라서 의원 3명의 안철수가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선거는 조직이고 바람이다.
안철수가 오세훈에게 따라잡힌 근본적인 이유는 비호감도에도 있다. 주지하다시피 안철수는 그동안 여야 대권주자 중 비호감도가 가장 높았다. 그 비호감도는 신뢰와 연결된다. 안철수가 그동안 주장했던 새정치의 실태를 국민들은 이미 경험한 터다.
대형 선거는 TV토론도 중요한데, 안철수는 그 분야에서 매우 취약하다. 지난 대선 후 보완을 했다지만 선척적인 말솜씨나 논리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부지불식간에 옛날 버릇이 나오기 마련이다.
안철수는 발표한 정책 콘텐츠도 오세훈보다 빈약하다. 그동안 목표를 대선에 두다보니 서울시에 대한 자세한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오세훈이 ‘재개발’을 잽싸게 들고 나온 것은 이명박 시절에 그것으로 재미를 좀 본 기억 탓일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철수의 향후 행보에 대한 불투명성이다. 안철수가 서울시장이 되면 국당과 함께 하지 않고 윤석열 세력과 연합해 제3 세력을 구축할 거라는 게 정가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그러다 보니 국당으로선 죽 쑤어서 남 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자신의 존망이 걸린 김종인으로선 어떻게 하든지 오세훈을 당선시켜야 한다. 단일화가 지리멸렬한 이유도 김종인의 이러한 계략이 작용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한 마디로 김종인은 안철수 잘 되는 꼴을 못 보는 것이다.
하지만 단일화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필패가 확실하므로 두 세력은 어떻게 하든지 단일화를 이루려고 노력하겠지만 양측의 생각이 달라 쉽게 이루어질지 의문이다.
여기서 대두된 것이 안철수의 철수론이다. 안철수는 절대 그런 일이 없다고 말했지만 언제 안철수가 자신이 한 말을 지킨 적이 있는가? 서울시장만 해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언해 놓고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 백신을 준비하지 않아 출마한다는 촌극을 벌였다. 변명치곤 옹색하고 또 사실도 아니었다.
하지만 안철수는 이번에는 완주할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이 또 양보해 오세훈이 만약 당선되면 제3당 창당의 명분이 사라지고 동력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안철수는 오히려 오세훈이 출마해 패배해야 제3당 길이 열린다. 안철수는 최근 윤석열 측과 간접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제3당에 출범의 포석인 셈이다.
다급해진 안철수가 최근 자신이 당선되면 좀더 큰 기호 2번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그것이 국당에 입당한다는 것인지, 국당 의원들을 빼내 제3당을 만든다는 것인지 애매모호하다.
오리무중(五里霧中), 이 애매모호의 정치도 안철수의 약점이다. 정치란 전망이 되어야 하고 저 후보를 찍어줄 경우 내 삶이 어떻게 바뀔 것이란 기대가 충족되어야 하는데 안철수는 매사안마다 확실하게 답한 적이 거의 없다. 오죽했으면 ‘간보기 정치’라고 할까.
3주 남짓 남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양측의 아름다운 단일화는 요원해 보인다. 거기에 김종인의 전략이 작용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설령 안철수가 최종 후보가 되어도 김종인이 적극 나서 도울지 의문이다. 만약 안철수가 최종 후보가 되면 김종인은 소극적이거나 비대위원장 자리를 박차고 나갈지도 모른다. 즉 양측 후보 중 누가 되어도 1+1이 2가 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따라서 누가 나와도 박영선 후보가 5~6% 차이로 이긴다는 필자의 분석은 아직 유효하다. 서울시 국회의원 49명 중 41명이 민주당 소속이고, 구청장은 서초구 빼고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또한 시의원과 구의원은 90%가 민주당 소속이다. 이들이 모두 나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면 투표율 50% 내외에선 민주당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또한 서울엔 약 30%의 호남 출신들이 살고 있고 박영선 후보가 영남 출신이라 어느 정도 기본 득표율은 담보하고 있다. 거기에다 다양한 정책 콘텐츠, 야무진 토론 솜씨, 종소기업부 장관 시절의 업적, 부동산, 코로나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감 등이 반영되면 박영선 후보가 신승할 것이다.
지금 나오고 있는 각종 여론조사는 수구들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듣보잡이 여론조사에 현혹되지 말기를 바란다. 어둠은 결코 빛을 이길 수 없다. 지난 총선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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