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조작이 사실로 드러나자 국정원장 남재준이 고개를 숙여 2분짜리 사과는 했지만 자신의 거취에 대한 언급은 일절 하지않아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국정원의 증거조작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음에도 검찰의 '윗선' 기소가 국정원 대공수사국 이모 처장(3급)에 그치고, 남 원장이 아닌 국정원 2차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이 '꼬리 자르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에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조작과 관련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News1 | |
뉴스 토마토에 따르면 남 국정원장은 15일 서울 내곡동 국정원 본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화교 유가강(유우성) 간첩사건과 관련해 증거서류 조작 혐의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된 것을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간첩사건의 피고인 유우성씨의 변호를 맡는 민변(민주화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지난 2월 14일 "중국영사관에서 검찰 측 증거가 위조라는 회신을 보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같은달 19일 서울중앙지검이 조사에 착수한 지 두 달여만이다.
남 원장은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안위를 책임지는 정보기관으로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해 왔으나, 일부 직원들이 증거위조로 기소되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원장으로서 참담하고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쯤 모습을 드러낸 남 원장은 '대국민 사과문'을 읽은 뒤 "질문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라는 기자의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서둘러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취재진이 "간단하게라도 질의응답을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항의하자 국정원측은 "정중하게 사과하는 자리니 양해 부탁드린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전날 서천호 국정원 2차장은 검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한 지 6시간여만에 '대국민 사과문'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사의를 표명했고, GH는 이를 즉각 수리했다.
국정원은 지난달 7일 간첩증거 위조 의혹이 불거지자 "국정원도 조작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했지만 이틀 만에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며 사과한 바 있다.
이에대해 조 모씨는 "국민을 물로 보는 박근혜 정권의 적나라한 모습이 남재준의 2분짜리 거만스런(?) 사과에서 드러나고있다., 희대의 간첩조작 사기극으로 국민을 기만하더니 궁지에 몰리니 머리한번 숙이고 끝내려하는 남재준의 태도가 가증스럽다"고 질타했다.
야권, 남재준 사퇴 강력 촉구.."아직도 깎을 뼈 남았나"
새정치민주연합은 15일 국회 정론관에서 "국정원의 간첩사건 증거조작은 사법체계를 흔들고, 국민의 인권을 유린하고, 중국과의 외교관계를 심대하게 손상시켰다"며 "남재준 원장은 당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광온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3급 직원이 윗선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면 체계 있는 국가기관이 아니라는 것이고, 만일 3급 직원에게 형사책임을 묻는 것으로 종결지을 수 있다고 믿으면 국가정보원이 아닌 '국가조작원'"이라며 어느 경우에도 국가정보원의 존재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뼈를 깎는 개혁을 하겠다고 했는데 아직도 깎을 뼈가 있느냐"며 "남 원장은 더 이상 자신과 국정원의 명예를 더럽히지 말고 당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역시 "남 원장이 비통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며 사과했는데 국민들이야말로 대한민국의 근본 질서를 흔든 국정원에 비통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이정미 대변인은 "이제 국정원의 검은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났고 썩을 대로 썩은 내부 관행과 권한을 넘어선 정치 공작 시스템을 그 뿌리부터 뜯어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변인은 "남 원장의 즉각 사퇴와 국정원 전면 개혁이 아닌 어떤 것도 지금의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남 원장의 사퇴를 강력히 요구했다.
한편 GH는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국정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과 관련해 "유감스럽게도 국정원의 잘못된 관행과 철저하지 못한 관리 체계에 허점이 드러나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돼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