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출처=연합뉴스 © 서울의소리 |
한동안 ‘윤적윤’ 즉 ‘윤석열의 적은 윤석열’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윤석열이 한 말을 뒤집을 수 있는 증거가 얼마 안 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사실인지 모르지만 붕어는 3초 동안 기억하다 잊어버리고 다시 낚시를 문다고 한다. 그래서 뭔가를 자주 잊어버리는 사람을 ‘붕어 아이큐’라 부르기도 한다. 그 현상이 6차 헌법재판소에서 벌어져 전 국민이 시청했다.
곽종근 특전사령관은 윤석열이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라도 안에 있는 인원을 끌어내라”고 명령했다고 증언했다. 그러자 윤석열이 발끈하고 나서 “인원이라고 이야기했다고 하는데, 저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놔두고 의원이면 의원이지 인원이라는 말을 써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1분 15초 후 대반전이 일어났다. 윤석열이 “당시에 국회 본관을 거점으로 확보해서 불필요한 ‘인원’을 통제한다는 목적으로 들어갔는데, 그 안에는 약 15명, 20명이 안 되는 ‘인원’이 들어갔다. 밖에도 혼잡할 뿐 아니라 7층 건물 안에도 굉장히 많은 ‘인원’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붕어 아이큐 실증
방금 전에 평소 인원이란 말을 써 본 적이 없다고 하더니 그 사이에 그 말을 잊고 인원이란 말을 세 번 연속 난사해버린 것이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윤측 변호인들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 모습을 본 국민들도 배꼽을 잡고 웃었다. 이제야 요즘 개그맨들이 맥을 못 추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입만 열면 거짓말’이란 말이 정말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그 순간 헌법 재판소 재판관들도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윤석열은 전에도 ‘인원’이란 말을 여러 번 썼다는 게 네티즌들의 검색으로 드러났다. 윤석열은 지난달 23일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직접 신문하며 “그 많은 인원이 다 들어갔느냐?”고 말했다. 비상계엄 이전에도 윤석열은 공적인 자리에서 ‘인원’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다. 지난해 3월 27일 주재한 23차 비상경제민원회의에서 한 차례, 지난해 4월 1일 의대 증원·전공의 파업 관련 대국민담화에서도 세 차례 ‘인원’을 언급했다.
독해도 못하는 윤석열
학력고사 세대이든 수능 세대이든 국어에서 비문학 독해를 공부했을 것이다. 비문학 독해란 일정한 길이의 지문을 놓고 무엇을 어떻게 왜 썼는가를 묻는 시험 형식이다. 그것을 통해 사실적 사고 능력, 추리 상상적 사고 능력, 비판적 사고 능력, 창의적 사고 능력을 테스트 한다. 독해에선 전후 문맥이 중요한데, 그 이유는 전후 문맥에 따라 단어의 뜻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것을 헌법재판소에서 증인으로 나온 곽종근 특전사령관의 말을 가지고 풀어보자. 곽종근 특전 사령관은 헌재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께서 저에게 전화를 해 정족 의결수가 다 안 찬 것 같으니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라도 안에 있는 인원을 다 끌어내.” 라고 말씀하셨다.
(1) ‘대통령께서’는 그 말을 한 추체로 윤석열이 맞다.
(2) '의결 정족수가 다 안 찼다'란 말은 당시 상황으로 봐 국회 본관에서 국회의원들이 계엄해제를 의결하려는 정족수를 말한다. 만약 윤석열 측 주장대로 의원이 아니라 요원이라면 의결 정족수란 말과 아무런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요원은 보통 국정원 직원이나 군대 정보사나 방첩사 직원들을 말한다.
(3) 요원이 맞다 해도 당시(00:20분)엔 계엄군(요원)이 국회 본관으로 들어가지도 못한 상태다. 그런데 무슨 요원을 끌어내란 말인가?
(4) ‘문을 부수고서라도’는 당시 국회의원 보좌관들이 국회 본관 정문을 막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계엄군을 투입시켜 국회가 계엄 해제를 못 하도록 윤석열이 지시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5) 의원, 요원, 인원, 사람으로 말이 바뀌었으나, 그것이 국회 본관에 있는 국회의원들을 뜻하는 것은 삼척동자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이 문장은 독해랄 것도 없이 직감으로 알 수 있는 아주 쉬운 추론이다. 만약 의원이 아니라 요원이었다면 당시 화면을 보고 있었을 윤석열이 “요원들 다 밖으로 나오라고 해”하고 명령했을 것이다. 윤석열의 명령으로 국회의 계엄 해제를 막으러 간 군인들을 “끌어내라”고 했다는 것도 논리에 맞지 않는다.
그 점은 방첩사 1단장이 한 말도 마찬가지다. 그는 국회에서 “요인(14명)들을 잡아서 구금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는데, 수구들은 “거기 어디에 체포하라는 말이 있느냐?”고 따졌다. 하지만 ‘잡아서 구금하라’는 말 자체가 체포인 것이다. 이건 마치 술은 마셨지만 음주는 안 했다란 말과 같다. 웃기는 말장난이다.
언어유희로 위가 벗어나보려는 꼼수
윤석열과 윤측 변호인들은 ‘바이든-날리면’ 말장난 식으로 위기를 벗어나려 하지만 헌법 재판소 재판관들이 바보인가? 그것이 의원이든 요원이든 인원이든 사람이든 ‘의결 정족수’ 하나 만으로 그 말들이 국회의원이란 것은 초등학생도 알 수 있다.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으면 곧 비가 올 수 있다고 추론하는 것은 상식이다.
이렇듯 윤석열과 윤측 변호인들은 기본적인 독해 실력도 갖추지 못했다. 윤석열은 방문록에 ‘지평을 열었다’가 아니라 ‘지평선을 열었다’고 해 망신을 당했고, 광주 5.18 국립묘지를 방문해 “5월 정신을 반듯이 세우겠다”고 했다가 욕을 먹었다. 그렇다면 그동안 5월 정신이 굽어져 있었다는 것인가? 이 경우 “5월 정신을 반드시 실천하겠습니다”해야 올바른 문장이 된다.
불리해지니 공작설 꺼낸 윤석열
윤석열은 파면되고 평생 감옥에서 썩을 것 같자 공작설까지 꺼냈다. 곽종근 특전사령관과 홍장원 국정원 1차장이 민주당과 짜고 탄핵 공작을 벌였다는 것이다. 평생 검사 생활을 하면서 공작만 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도 공작만 하는 것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그 말을 한 순간 자신도 몹시 부끄러웠을 것이다.
조폭도 마지막엔 “모든 책임은 제가 질 테니 부하들은 선처해 주십시오”하는 게 관례다. 하지만 윤석열은 부하들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심지어 그들이 공작했다고 공격했다. 이런 걸 후안무치(厚顔無恥),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고 한다.
서부지법에 난입해 폭동을 일으킨 폭도들도 지금쯤 구치소에서 땅을 치며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그 사건으로 다수가 구속되었지만 국힘당이 먼산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 딴에는 윤석열이 복귀할 것을 믿고 마음껏 폭력을 휘둘렀겠지만 윤석열도 그 일엔 입을 닫고 있다. 그 바람에 극우들끼리 싸움이 붙어 사분오열되고 있다. 그들에겐 의리란 말은 사치스럽다. 이어서 명태균 게이트가 제대로 터지면 사방에서 곡소리가 터져 나올 것이다. 오죽했으면 천주교 신부가 “사람이 어째 그 모양이냐?”하고 말했겠는가. 그들은 사람이 아닌 악마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