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출처=연합뉴스 © 서울의소리 |
극우란 극단적인 우파 성향 또는 그러한 성향을 가진 사람을 의미한다. 극우의 상당수는 극단적 보수주의 또는 극단적 내셔널리즘이 주축이 된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극우는 다분히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극우는 이런 기준으로 정의하기에는 다소 곤란한 지점이 있다. 우리나라의 극우는 대체로 우리 민족이나 국가를 우월적 관점에서 바라보거나 지향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반대의 관점에서 대한민국과 그 역사를 재단하고 있다.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통일을 말하거나 대한민국의 국익보다 미국의 국익을 우선시하는 점 또는 일본에 굽신거리는 점 등이 그런 예일 것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극우는 일본이나 미국의 극우들과 동일한 지향점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좌우의 개념이 상대적인 것이니만큼, 어떤 것이 극단적인 우파냐는 질문 또한 다소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통념적으로 극우라 부르는 정치 집단은 정치적 환경, 사고방식, 전통이 다르기에 극우는 한두 가지 요소로 정의내릴 수 없는 다소 복잡한 특성을 갖게 된다. 또한, 극우라는 표현이 정치적인 수사로서 상대 진영을 공격하기 위해 자주 사용된다는 점에서 이들을 정의내리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 시선에서 대한민국의 극우는 대체로 태극기부대 같은 이들을 지칭하며 최근 법원 난동사건을 참여했거나 그 폭도들을 우호적으로 대하는 이들을 지칭한다고 보면 될 듯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들은 극우의 길을 가고 있으며 대한민국은 왜 갈수록 극우화 되어갈까.
우선 독재를 저질렀던 극우 성향의 지도자들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던 역사가 한몫을 했다. 4.19혁명으로 물러났던 이승만은 미국의 도움으로 하와이 망명지에서 자연사하며 처벌을 면했다. 18년의 군사독재를 자행했던 박정희는 부하의 총에 사망하면서 우상으로 남았다. 다단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과 노태우는 사면으로 풀려나 내란범죄자의 완전한 처벌에 이르지 못했다. 독재가 종식된 후 독재자와 그 세력이 소멸되었다면 극우 세력이 발붙이기 쉽지 않을 터였지만 이들에게 우호적 시선을 보냈던 지지자들이 오히려 힘을 받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나치와 히틀러에 동조했던 범죄자들이 지금도 처벌을 받고 있는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대한민국의 교육시스템도 한 몫을 했다. 독재시절 극단적인 이념 교육과 세뇌 교육으로 교육이 정권의 시녀역할을 톡톡히 한 바 있는데, 독재자에 대한 우상화 교육을 받았던 이들이 지금도 그 세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시절 박정희 우상화 교육으로 공부했던 이들은 지금도 반신반인이라면서 박정희를 추종하고 있는 지경이다. 그 여파로 전두환마저 추앙하고 있는 세력들이 존재한다. 그러한 세력들의 이념이 대물림되고 있으며 박정희 전두환을 그리워하는 마지막 정치군인들은 윤석열을 만나 희망을 이어갔다.
또한 북한의 존재가 통치의 좋은 먹잇감으로 활용되었다. 군사 독재는 수시로 남북의 대립을 강조했고 북한이 적화통일의 야욕을 가진 이상 남한도 이를 무찌르기 위해 이념으로 무장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기도 했다. 더욱이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북한과의 대립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공산주의는 절대악이라며 끊임없는 세뇌교육을 자행했다. 북한을 이용해 먹는 세력은 민주화 이후에도 비슷한 행보를 이어갔다. 선거 때마다 북풍공작이 수시로 발생했으며 심지어 북한에게 총을 쏴달라는 요청도 서슴지 않았다. 북한이 없었다면 그들은 어떻게 생존했을까 라는 의문이 들 지경이다. 아직도 해묵은 이념논쟁에 머물러 있는 세력이 극우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등장한 일베무리들이 극우화를 가속화했다. 민주 정부에 들어서면서 표현의 자유가 확장되었다. 음악의 금지곡이나 영화의 가위질 등 문화예술분야의 검열제도가 사라지면서 일베가 등장한 것이다. 애초 일간베스트라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출발했다. 일간베스트 게시물에 막장스러운 글이 올라가면서 검열에서 자유로워진 유저들이 일종의 피난처로서 많이 이용했다. 이들은 광주민주화 운동을 향한 저주성 글은 물론 민주화 세력들을 향한 조롱과 혐오를 극대화 했다. 2012년 대선 전후 이용자 규모가 급성장하였다. 당시 대선에서 일베 유저들의 이른바 '화력 지원'은 국정원 댓글과 심리적 또는 물질적 유대관계를 맺으며 지금은 극우세력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변화한 것이다.
뉴라이트의 등장도 대한민국 극우화에 한 몫을 했다. 김대중 노무현 등 연이은 민주 정부의 등장에 그들은 위기의식을 느끼며 더욱 우경화 노선을 취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나타난 이들이 바로 뉴라이트였다. 예전의 보수라고 불리는 이른바 올드라이트는 그나마 식민지 시절의 일본에 대한 적대적 관점이 존재했다. 하지만 뉴라이트는 일본을 옹호하는 새로운 역사관으로 탈바꿈하며 등장했다.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면서 정말 한국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자국 혐오적인 역사관을 주장하기도 한다. 심지어 한국은 그냥 인종 계열부터가 잘못되어 있다고 인식한다. 윤석열 정부에서 요직을 차지했던 대부분의 관료들이 뉴라이트 성향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극우들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극우의 중심 세력인 과거 독재자들을 제대로 처벌하거나 소멸시켰다면 지금 같은 극우들이 준동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대한민국 극우의 뿌리는 그런 독재자들로부터 시작되며 독재자들 주변에는 늘 친일세력들이 존재했다. 미국이 이승만을 보호하면서 처벌을 면제해주고 신군부 쿠데타의 주동 세력을 사면하고 이명박과 박근혜를 사면한 것이 오히려 국민통합이 아니라 극우 세력을 확장시키는 데 역할을 하였으며 그로 인해 윤석열 같은 내란세력을 옹호하는 밑바탕이 되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