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와 관련한 '감사위원회회의록' 열람을 총력 저지한 이유가 윤곽을 드러냈다. 역시나 영부인 관련한 관저 불법 증축 호화시설 문제다. 야당은 "드레스룸, 사우나실, 그리고 다른 하나가 무엇인지 밝혀져야 한다"라며 회의록을 요구했다.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5일 오전 국회 법사위 종합국정감사에서 “관저에 사우나실, 드레스룸은 물론이고 온 국민의 염장을 지를 호화시설을 만들었고, 그 내용이 감사회의록에 담겼고 한다”라며 ‘대통령 관저 내부에 김건희씨와 관련한 추가적인 호화시설’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성윤 의원은 기존에 알려진 드레스룸·사우나실 외에 김건희씨 관련 호화시설이 더 있으며, 이런 사실이 감사회의록에 남아있기 때문에 감사원이 회의록 공개를 결사적으로 막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최재해 감사원장을 상대로 “감사회의 내용과 달리 감사보고서에 누락되거나 거짓으로 작성된 부분이 있느냐”라고 질의했고, 최 감사원장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이 또 다시 “관저 내부 사적인 공간에 그 내용을 알면 온 국민의 염장을 지를 호화시설이 있다는 내용이 회의록에 있다”라며 “김건희 여사가 지시·결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공사가 있었느냐”라고 묻자, 최 감사원장은 “그런 기억이 없다. 있는 그대로 감사보고서에 담았다”라고 답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전날 국정감사에서 ‘관례가 아닌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라’ 군사·외교·대북 관계 관련 국가기밀이나 국가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면 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고 했지만, 최 감사원장은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거론하며 공개할 수 없다고 완강한 입장을 밝혔다.
구용회 CBS 논설위원은 최 원장의 발언과 관련해 '김현정의 뉴스쇼(25일)'에서 "대통령 관저의 불법과 위법이 심각했는데도 감사원 보고서를 보면 공사의 시급성 때문에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다. 이게 감사보고서의 핵심"이라며 "감사원이 회의록을 공개한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라며 편파성을 지적했다.
구용회 논설위원은 감사원이 보고서 열람을 거부하는 것에 '김건희 라인'이 득세한 대통령실 개입을 의심했다. 그는 "작년에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때 그때 감사회의록을 공개했었다"라며 "그런데 어제도 현장에서 여당과 감사원이 기를 쓰고 막았다. 그래서 감사원 주변에서는 대통령실이 이게 강력하게 요청을 한 것 아니냐, 그런 얘기도 나오고 그래서 도대체 저 내용에 무슨 내용이 있길래 저렇게 막는가, 더 의구심이 커졌다"라고 덧붙였다.
최재해 감사원장(오른쪽)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종합국정감사에서 종합감사에서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한남동 대통령 관저 불법 증축 관련 질문을 듣는 동안 최달영(왼쪽) 사무총장으로부터 자료를 전달받고 있다.
앞서 감사원 국정감사는 24일 서울 삼청동 감사원에서 현장검증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최재해 감사원장은 관저와 관련된 각종 의혹이 담긴 감사회의록 열람을 한사코 거부했다. 조은석 감사위원이 자신이 개인적으로 작성한 감사 검토의견서 열람에 응하겠다고 했지만,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이마저도 저지했다. ‘유병호 라인’인 최달영 사무총장은 조은석 위원 사무실 안내를 거부하고, 박지원 민주당 의원 등 야당을 향해 거칠게 항의하며 고성을 지르는 모습을 보였다.
박지원 의원은 “과거에도 회의록 공개를 하지 않으면 열람은 가능했다. 최소한 회의록 열람은 하게 해줘야 한다”라며 “관저에 드레스룸, 샤워룸(사우나실)이 있는데, 하나는 뭔지도 모른다. (어떤 공간인지) 밝혀져야 한다. 못 할게 뭐가 있나? 관저는 김건희·윤석열 내외가 가지고 갈 것이 아닌 국가재산”이라고 강조했다.
야당은 “관저에 숨기고 싶은게 있기 때문에 열람을 거부하는 것 아니냐”라고 추궁했다. 결국 국회 법사위는 야당 주도로 국감을 방해한 최재해·최달영 두 사람을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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