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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선균 씨의 안타까운 죽음, 경찰과 받아쓰기 언론 모두가 살인자다
이득신 작가 2023.12.29 [16:53] 본문듣기

 

배우 이선균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연예인은 공인이 아니다. 그저 유명인일 뿐이다.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시달렸던 그의 시간은 얼마나 비참했을까. 안타까운 그의 죽음을 많은 이들이 애도한다. 애도하는 이름 곁에 명배우가 등장한다. 기생충으로 오스카상을 받은 영화의 주인공이라는 타이틀이 미국 언론에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언론은 여전히 마약의혹이라는 단어를 앞에 붙여서 그의 죽음을 조롱한다. 심지어 공개하지 말라는 유서의 일부까지 보도한다. 고인을 두 번 죽이는 행태를 죄의식 없이 반복한다. 죽음을 대하는 한국 언론의 태도이다.

 

우선 고인과 관련한 사건은 고인이 당한 협박으로 시작된 것이었다. 그가 모 유흥업소 여성종업원으로부터 수차례 협박을 받고 돈을 뜯긴 나머지 고인이 해당 여성을 고발한 사건으로 출발한다. 고인이 만약 마약을 흡입했다면 먼저 고발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사실관계 확인 없이 이 사건이 마치 마약 사건인 듯 보도하기 시작한다.

 

둘째, 경찰은 피의사실을 공표하기 시작한다. 고인이 피해를 당한 사실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마약 여부만 집중 다루기 시작한다. 여기에 언론은 경찰의 피의사실유포가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받아쓰기에 열중한다. 여기서 사실관계란 중요하지 않다. 언론은 그저 자극적인 제목을 뽑아 클릭장사에 치중한다. 누군가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보다 경찰은 실적 올리기에 집중한다. 그렇게 경찰과 언론은 한통속이 되어 한사람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간다.

 

셋째, 소변검사에서 음성이 나오자 모발검사 음모검사 겨털검사 심지어 다리털까지 뽑아서 검사를 하지만 모두가 음성으로 나온다. 이쯤 되면 경찰은 과잉 수사를 반성해야 하지만 고인을 17시간이나 불러서 조사를 한다. 유흥업소 여성의 말만 믿고 고인의 말은 믿지 않은 것이다. 쥴리라는 여성의 영부인 등극 이후 그 쪽 업계 사람들의 위상이 참으로 많이 오른 듯하다. 언론도 계속 받아쓰기에 몰두한다. 

 

넷째, 고인이 목숨을 끊자 경찰은 발뺌하기 시작한다. 언론은 이제 경찰을 추궁한다. 고인의 죽음에 공범역할을 했던 며칠 전까지의 상황은 까맣게 잊은 듯하다. 경찰의 피의사실 공표에 앞 다투어 받아쓰기를 하던 언론들이 이제는 경찰을 비난하는 여론이 팽배해지자 경찰을 몰아세운다. 사실은 얼마 전까지 한통속이었던 자들이다.

 

다섯째, 언론은 알 권리를 내세운다. 그런데 누구를 위한 알권리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기자들과 언론사주의 호기심을 채우고 클릭장사를 위한 알 권리가 마치 국민을 위한 알 권리로 둔갑해 버린 꼴이다. 알 권리라는 것은 재판이 모두 끝나고 유무죄의 여부가 확정된 이후에도 늦지 않다. 경찰은 열 명의 범죄자를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면 안 된다. 그러나 우리 경찰은 한명의 범죄자를 잡기 위해 열 명의 억울한 희생자를 양산해 낸다.

 

끝으로 이렇게 억울한 죽음이 나올 때마다 공권력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 오송참사 이태원참사 같은 다수의 죽음에도 사과 없이 지나가던 자들이 ‘겨우 한명 죽었다고 눈 하나 깜짝할 듯 싶으냐’ 라는 태도이다. 하기야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신 윤석열 존엄과 한동훈 존엄의 마음에 들기 위해 얼마나 과잉수사를 했는지 알고도 남을 일이다.

 

오늘은 배우 이선균씨의 발인일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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