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출처=연합뉴스 © 서울의소리 |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요일은 쉬게 하라! 노동자들을 혹사하지 말라!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
전태일은 노동환경의 열악한 현실을 알리고자 박정희 정부와 자본기업들에게 근로기준법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다가, 시위 현장에서 자신의 몸에 휘발유를 끼얹고 불을 붙이며 근로기준법 법전과 함께 분신자살하여 22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1970년 11월 13일의 일이었다.
흔히 대한민국 노동운동의 역사는 전태일 열사의 등장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할 정도로 노동 운동 발전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며, 대한민국 노동운동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라 할 수 있다. 만약 전태일 열사가 없었더라면 대한민국의 노동자들은 현재 수준보다 대우받지 못하거나 대우받는 시기가 늦어졌을 것이다.
전태일 열사 분신 사건 이후 노동자들에게 처한 열악한 현실에 대해 한국사회가 의식하기 시작하였고 지식인 계층, 대학생들, 당사자 집단인 노동자 계층이 그의 죽음으로 각성의 계기를 맞게 된다. 어머니 이소선 여사는 전태일 열사의 분신 이후 노동운동가가 되어 '노동운동의 대모(大母)' 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열사의 분신이후 50년이 훌쩍 지났지만 예나 지금이나 노동자들의 삶은 팍팍하기만 하다.
우선 노동자를 향한 갑질이 더욱 정교해지고 교묘해 졌다. 과거의 갑질은 관리자가 노동자를 향한 막말과 폭언 그리고 폭력으로 노골적이었다면, 지금의 갑질은 제도와 시스템을 통해 이루어진다. 관리자가 인간적이라고 하더라도 제도나 시스템은 인간적이지 않다. 그저 정해진 방식대로 노동자를 다룰 뿐이다. 그 정해진 방식이라는 것이 더 악랄하고 교활하게 이루어진다. 문제가 생길 경우 자신은 법대로 했을 뿐이라는 말로 시스템 뒤에 숨어버린다, 대한민국의 노동탄압은 이렇듯 제도를 통해 더욱 간악해 진다.
둘째, 2012년 대선 때부터 당시 문재인 후보의 공약으로 등장했던 노란봉투법의 2023년 시행은 요원하기만 하다. 간접고용 노동자에 대한 원청 사용자의 책임을 확대하고 노동조합 조합원 쟁의행위에 대한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의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통과는 됐으나,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해달라는 뜻을 밝힌 상황이다. 대한민국은 노동자의 인권보다 기업의 이익을 더 중요시 한다. 즉, 인권과 자본이 충돌할 경우 자본의 손을 들어 준다. 전태일 열사의 시절과 다를 바 없는 노동환경이다.
셋째, 지금은 윤석열은 대선 후보시절 주 120시간을 언급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잠도 자지 말고 일하라는 것이냐며 반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주 69시간을 언급하며 이를 제도화시키는 과정에 있다. 자본의 탐욕이 노동자 삶의 질을 강탈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20년이 넘게 산재 사망률 1위의 국가이다. 지금도 산재로 사망하는 노동자는 연간 1천명에 이른다. 하루 세 명 꼴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에게 주 69시간의 노동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전태일 열사가 주장했던 근로기준법 준수의 문제보다 근로기준법을 더 악화시켜버리는 것이 더 큰 문제인 셈이다.
열사가 주장했던 노동환경의 개선은 언제나 이루어질까. 노동 환경의 개선은 생활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