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12일 사의를 표명했다. 해병대 수사 외압 혐의 등으로 야당이 탄핵을 추진하자 선제적으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탄핵의 빌미 자체를 없애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해병대 수사외압을 파헤칠 특검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려 내년 총선 전 특검 가동을 시사했다.
'해병대원사망사건진상규명TF 단장'인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1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최근 정부가 국방부 장관, 국방부 차관, 안보실 2차장, 국방비서관 교체 움직임을 보인다며 "공교롭게도 이분들은 채수근 상병 외압 관련된 지휘라인으로 이분들을 한꺼번에 바꾸겠다는 건 꼬리 숨기기"라고 비판했다.
진행자가 "빠르면 오늘 개각을 단행한다고 하는데 그럼 국방부 장관 탄핵소추안 발의는 어떻게 되냐"라고 묻자 박 의원은 "개각 발표로 바로 장관이 교체되는 건 아니다"라며 특검에 대해선 "패스트트랙에 태울 것"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인사청문회 등의 절차가 남아 있기에 법적으로 장관은 이종섭이라며 "그래서 탄핵할 수 있는 시간, 기회는 여전히 있다"라며 "다만 서두르긴 서둘러야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장관직무가 정지돼 해임은 물론이고 새 장관 지명도 못한다며 가능하면 탄핵소추안 발의 당론을 오늘 중 마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섭 장관 후임으로는 육군 중장 출신인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의원은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이 국군의 뿌리까지 빨갛게 만들어 버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지난 7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과 관련해 이 같이 말했다. 신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를 제기했고, 최근에도 육사에서 흉상 철거의 당위성을 강하게 제기한 장본인이다.
국방부 외에도 개각 검토 부처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가 거론된다. 문체부 장관 후보로는 유인촌(72) 대통령 문화체육특별보좌관이 유력하고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로는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물망에 올랐다. 유 특보는 이미 이명박 정부 때 문체부 장관을 한차례 지낸 인물이다. 그는 지난 7월 윤석열 대통령 특보에 위촉됐다. 김행 전 위원은 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 대변인과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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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 대통령 문화체육특별보좌관,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 국민의힘 김행 전 비상대책위원
특히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은 유인촌 특보로 그가 장관에 임명되면 이주호 교육부 장관에 이어 두 번째 이명박 정부 장관 출신 윤석열 정부 장관이 된다. 최근 임명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함께 이명박 정부 출신이자 윤 대통령 특보 출신인 둘이 윤석열 정부 언론·미디어 정책을 좌지우지하게 된다.
“하아…미치겠다. 어떻게 해야 하나.”
“실화인가. (공식)발표할 때까지 안 믿을 거다.”
“국민하고 싸우자는 건가 싶다.”
12일 '경향신문'은 <국민의힘 의원들, ‘유인촌 문체부 장관 유력’에 “미치겠다” “실화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차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로 유인촌 대통령 특보를 지명할 것이 유력한 상황에서 나온 여당 의원들의 반응"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경향신문 통화에서 “도대체 왜 이렇게 인사를 리바이벌하는지 모르겠다. (여당이니) 실드쳐야(옹호해야) 하는데 말도 못 하겠다”라고 말했다.
매체에 따르면 국민의힘에서는 윤석열 정부에서 MB 정부 인사들이 득세하는 데다, 이미 장관을 지낸 인사를 또 다시 기용하는 데 대한 불만이 크다고 했다. 개각을 통해 국민들에게 쇄신 이미지를 심어주기보다, 과거의 부정적 이미지를 떠오르게 한다는 것이다.
유 특보는 문체부 장관 시절인 2008년 10월 국회 국정감사 도중 기자들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사진 찍지마! XX. 찍지마!”라고 한 사건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또한 장관 재임 초 노무현 정부에서 임명된 산하 기관장들에게 사퇴를 압박했다는 논란을 빚었다. 그가 문체부 장관을 지낼 때 국가정보원이 정부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탄압한,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이 이뤄졌다.
김행, 김건희 20년 전부터 친분.."발언권 세질 것"
정치 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윤 대통령이 조만간 개각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과 관련해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이 이번 개각의 핵심 포인트라고 보시면 된다"라며 "김건희 여사와 20년 전부터 상당히 친분관계를 유지"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장 소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현숙 장관 시절의 여가부와 김행 장관 시절의 여가부, 이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로 접근해야 된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장 소장은 "일단은 유인촌, 신원식, 이 두 분은 지명을 할 것 같고 김행 장관이 된다면 이거 상당히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고 봐야 될 것 같다. 국무회의 회의 자체도 상당히 변화가 있을 것 같다"라며 "(김행의) 발언권이 세질 것 같다"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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