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윤재식 기자] 육군사관학교 교정에 설치된 항일민족영웅 5인의 흉상을 모두 철거하려다 거센 반대에 부딪히자 홍범도 장군 흉상만 철거하는 것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해당 계획과 같은 내용을 먼저 언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일보는 29일 <尹 “홍범도 항일공로 인정, 육사보다 독립기념관서 기려야”>라는 기사를 통해 윤 대통령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과 관련해 “독립운동의 공적은 정당하게 평가받아야 하나, 우리 군의 확고한 대적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가까운 참모들에게 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매체는 해당 대통령의 발언을 여권 핵심관계자로부터 들었다며 그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홍범도 장군 흉상을) 지금의 육사보다는 독립기념관 같은 곳에서 기리는 것이 더 적합하다”라는 말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매체는 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홍범도 장군 흉상을 ‘육사보다는 오히려 일반인의 접근성이 높은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하는 게 타당하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한 여권 관계자 발언도 실었다.
국방부는 28일 육사 교정에 설치된 독립영웅 5인 흉상 중 소련 공산당 입당 기록이 있는 홍 장군 흉상만 이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취지를 밝혔으며 이날 배포한 ‘육사의 홍범도 장군 흉상 관련 입장’이란 보도 자료를 통해 “홍 장군의 흉상은 육사 교내보다 독립운동의 업적이 가장 잘 선양될 수 있는 독립운동의 성지인 독립기념관에 모시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여 국가보훈부와 독립기념관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했다.
국방부는 윤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했다는 발언과 같은 내용을 같은 날 공식화 한 것이다.
하지만 '흉상의 독립기념관 이전은 일반인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이들의 주장과는 다르게 독립기념관으로 건너간 흉상은 일반인들에게 전시되지 않을 예정이었다.
독립전쟁 영웅 기념사업단체에서 한시준 독립기념관장에게 확인한 바에 따르면 독립기념관은 당초 육사로부터 흉상을 건네받은 후 이를 전시하지 않고 수장고에 보관만 하는 조건으로 이전을 수락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내용이 사실이라면 독립영웅 5인의 흉상은 사실상 방치될 예정이었던 것이다.
앞서 지난 25일 이번 흉상 철거 시도를 규탄하며 국회에서 개최된 독립전쟁 영웅 기념사업 단체들의 긴급 기자회견에서 사회자로 나섰던 황원섭 신흥무관학교기념사업회 공동대표는 “국방부에서 국가보훈부에 철거된 흉상을 독립기념관에서 보존할 수 있도록 협조를 받았다”며 “독립기념관에서 ‘이걸 전시는 못하고 단지 수장고에 보관은 해줄 수 있다’라는 조건으로 (육사로부터 흉상 이전을) 받아줄 수 있다‘라고 하는 것을 한시준 독립기념관장에게 확인했다”고 밝혔었다.
한편 군은 육사뿐 아니라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홍 장군 흉상도 철거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홍범도,지청천,김좌진,육사,육군사관학교,흉상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