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출처=SNS 갈무리 © 서울의소리 |
무조건 반공을 국시로 내걸었던 과거 보수 정권 등은 간첩조작사건으로 꽤나 재미를 보았다. 정권을 향한 여론이 안 좋을 때마다 간첩사건을 터트려 국민들의 시선을 돌리는데 성공했다. 이승만 정권시절에는 공산당을 때려잡는다며 수많은 양민학살 사건을 자행했고 박정희 시절에는 인혁당 사건으로 죄없는 젊은 청년들을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만들었다. 이후 납북어부 간첩조작 사건으로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해 냈다. 전두환 시절에는 학림사건 부림사건 등이 있었고 군산 제일고 교사들의 시읽기 모임을 오송회 사건으로 조작하는 일도 발생했다.
이후 21세기 들어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는 국내 간첩조작으로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정권이 탈북자들에게 시선을 돌린다.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간첩조작사건과 홍강철씨 간첩조작사건이 무죄판결된 대표적인 사례이지만 이외에도 10여 차례의 탈북자 간첩사건이 존재한바 있다. 국정원을 통한 간첩조작사건으로 문제가 되어 결국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넘어가게 되기도 한다.
최근 몇 차례의 ‘칼부림 난동사건’과 연이어 발생한 ‘칼부림 난동 예고사건’으로 시민들의 걱정과 우려 그리고 외출하는 발걸음이 예사롭지 않고 무척 조심스럽다. 이는 어느 특정인을 겨냥하고 저지르는 범죄가 아닌 불특정인을 상대로 하는 분풀이 사건이라 아무 죄없는 사람들이 희생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건들이 우리사회의 병든 단면을 본질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데 만일, 이러한 예고 범죄가 기관에서 벌이는 행태라면 어떻게 될까? 온갖 사건사고 구설수로 수세에 몰리고 있는 정권에서 여론 전환용으로 기획한 사건이라고 한다면 과거 간첩조작사건과 다를 게 없어 보이는데......
경찰청 사이버테러수사대가 협박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 A씨를 22일 서울 소재 자택에서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A씨는 전날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경찰 직원 계정으로 흉기난동을 예고하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린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오늘 저녁 강남역 1번 출구에서 칼부림한다’라는 제목의 글에 “다들 몸사려라ㅋㅋ 다 죽여버릴꺼임”이라고 적었다.
'블라인드'는 이메일 등으로 직장을 인증해야 가입할 수 있고 게시 글에는 인증받은 직장명이 표시된다. 해당 글은 게시된 지 얼마 안 돼 삭제됐으나, 경찰은 즉각 인터넷주소(IP) 추적 등 수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 A씨는 경찰관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본인은 회사원이라고 진술하고 있다’며 ‘경찰을 사칭한 살인예고 글 등 유사 범죄에 대해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이 내용은 칼부림 예고 글을 쓴 사람이 경찰이 아닌 회사원이었다고 간이조사결과가 발표된 것일 뿐이다. 경찰이 아닌 사람이 경찰을 사칭하고 싶다 해서 사칭이 성사되기 어려운 게 ‘블라인드’ 게시 글이라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런 사건은 실제로 정권차원에서 여론전환용으로 벌일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해야만 한다. 또한 경찰 사칭 칼부림 예고글 뿐만 아니라 최근 진행된 살인 예고글 모두를 의심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어떤 간첩조작사건과 유사한 사건들이 어떻게 터질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