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출처=연합뉴스 © 서울의소리 |
21세기 대한민국은 여러 가지 험난한 가운데서도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달성했고, 노무현의 2만 달러, 문재인 정부 시절 3만 달러 시대를 열어가며 고군분투하는 세월을 보내왔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문화강국의 반열에 오르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나라가 될 줄 알았다. 우리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품는 꿈을 꾸고 있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등장과 함께 국가의 끝없는 몰락이 계속되고 있다. 어느덧 국가의 경제 지표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서방 선진국을 모델로 삼아 도약을 꿈꿨던 시절은 사라지고 이제는 더 이상의 추락을 막아야 하는 현실에서 동남아 국가들의 상황과 비교하는 현실이 너무도 절망스럽다. 그러나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 우리는 다른 나라와 비교를 통해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필리핀은 스페인의 식민지로 약 330년을 지내다가 1898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다. 마치 명·청시대 중국의 속국처럼 지내왔던 조선의 역사와 맞닿아 있는 듯하다.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후, 필리핀은 다시 미국의 식민 지배를 받는다. 미국과 전쟁까지 치르지만 결국 패하면서 미국의 식민지로 고통의 세월을 보낸다. 이후 2차 세계대전이 터지면서 미국과 함께 연합국의 일원으로 일본에 맞서 싸우기도 한다.
결국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나서야 그들도 역시 미국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할 수 있었다. 그들이 미국의 식민지배를 받았던 시기에 우리도 역시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게 된다. 그 유명한 카쓰라-태프트 밀약은 일본과 미국이 한국과 필리핀에 대한 식민지배를 상호 인정하자는 양국간의 외교 밀약이었다. 한국과 필리핀은 일본과 미국의 약탈 대상 국가였던 셈이다.
1946년 미국으로부터 독립 후 필리핀은 국민당과 자유당이 번갈아 집권하면서 정치가 안정되었고 책임정치로 인해 정치가 안정되니 국가가 번영일로를 걷게 된다. 한 때, 아시아 최고의 부자국가였던 필리핀은 우리나라와 묘하게 닮아있다. 1950 ~ 60년대, 필리핀은 아시아에서 가장 부자 나라 중 하나였다. 필리핀은 그 영예를 20여년간 유지한다. 우리나라 또한 민주화이후 김대중 대통령의 문화지원사업을 국가정책으로 내세우며 아시아에 한류가 피어나기 시작했고 이후 한류는 BTS와 오징어게임 등이 서방세계에서 대히트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1965년 필리핀은 마르코스 독재정권이 들어서면서 서서히 나락의 길로 들어서기 시작한다. 그는 대통령 선거에서 상대후보의 친일 경력과 자신의 독립운동 경력 등이 우호적으로 작용하면서 수월하게 대통령에 당선된다. 하지만 이후 그는 독재자의 길을 걷게 된다. 20여년의 독재 기간중 마르코스 대통령은 10여년 동안 계엄령 통치를 하기도 하고 언론과 야당인사를 탄압하고 숙청하면서 자신만의 아성을 구축한다.
페르디난도 마르코스 대통령은 1965년부터 86년까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한다. 특히 자신의 최대 정적이었지만 필리핀 민중들의 정신적 지주였던 아퀴노 상원의원을 귀국길에 자신의 부하를 통해 공항에서 저격하게 한다. 이런 사건이 발생한 후 분노한 필리핀 민중들이 들고 일어난다. 이후 마르코스 정권은 몰락한다. 그리고 필리핀에 민주정권이 들어선다.
이렇게 필리핀과 우리나라는 여러 면에서 역사적으로 정치적으로 닮은 듯한 길을 걷고 있다.
첫째는 식민통치 기간이다. 미국의 식민통치가 1905년부터 공식적으로 시작되었지만,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미국이 승리한 1902년부터 미국은 필리핀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권을 행사하게 된다. 이후 1946년까지 필리핀은 미국의 식민지배를 받게 된다. 우리나라 역시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을 박탈당한 1905년부터 1945년까지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게 된다.
둘째, 독재정치가 나라를 망국의 길로 걷게 한다. 우리나라는 이승만 독재와 박정희 전두환의 군사 독재로 험난한 민중들의 고통스러운 역사가 존재했고 필리핀은 마르코스 독재로 인해 잘나가던 민주주의 역사가 후퇴를 계속하면서 결국은 아시아의 부자나라에서 명함조차 내밀지 못하는 가난한 나라로 전락하게 된다.
셋째, 민중들이 들고 일어난 항쟁의 역사가 존재한다. 아퀴노 상원의원의 암살을 계기로 필리핀의 민중들이 들고 일어난 항거의 역사가 1986년에 발생했다면, 우리는 이승만 독재에 항거하며 4.19 혁명을 통해 들고 일어났던 민중의 역사가 있었다. 그리고 군사독재에 맞서 싸운 1987년 6월 항쟁의 역사가 존재한다. 이처럼 필리핀과 우리나라는 민중들이 힘들게 써내려온 역사의 여러 장면들이 오버랩 되기도 한다.
넷째, 민중들이 만들어 놓은 역사를 다시 무너뜨린 건 강고한 기득권 세력들이다. 필리핀의 경우 각 지역들마다 강력한 토호세력들이 존재하는 데, 이른바 지방 명문가문이라고 불리는 기득권층들이다. 우리나라가 해방이후 친일청산을 이루지 못해 아직까지 강고한 기득권 세력들에 의해 끊임없이 시달리는 것처럼, 필리핀도 역시 스페인 집권기와 미국 식민지배 시절 그들에게 부역했던 수많은 지방 토호세력들이 강고한 기득권을 형성하며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나 필리핀 역시 국가와 민족을 배반했던 반역자들을 처단하지 못한 역사의 슬픔이 존재한다.
다섯째, 민주화된 이후 양국 모두 다시 기득권이 집권하는 세상이 반복된다. 필리핀은 마르코스의 부인 이멜다 여사가 2010년 하원의원으로 당선되었고 그의 딸은 주지사가 되었으며, 그의 아들 페르디난도 마르코스 주니어는 상원의원을 거쳐 적폐언론의 조작과 도움으로 현직 필리핀의 대통령이 된 것이다. 이것은 마치 독재자 박정희의 딸이 대통령이 된 한국의 상황 그리고 사기꾼 이명박의 집권과 검찰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윤석열의 모습과 흡사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김건희가 국회의원이 되고 진짜 대통령이 되는 현실이 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끔찍한 상상이다.
여섯 째, 잘나가던 국가의 이미지가 한 순간에 추락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필리핀은 1960년대 까지만 하더라도 아시아 최고의 부자 나라였고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기도 했다. 풍부한 자원과 지도자들의 리더쉽이 국민들을 결집하게 만든 힘이기도 했다. 하지만 마르코스가 집권하면서 개인의 부정부패 사리사욕 그리고 견고한 독재의 카르텔이 국가를 망국으로 이끌게 된 근본원인 이었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잘 갖춰진 IT와 문화 인프라 기반이 우리를 문화강국으로 이끌게 한 장본인 이었지만 한 순간 잘못 뽑은 지도자 한명이 나라를 계속된 절망과 나락으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일곱 째, 지도자 일가의 부정부패는 민중의 분노를 사게 된다. 필리핀의 경우 미르코스와 이멜다 부부가 20여 년간 저지른 부정부패 행각은 정권이 무너진 근본 원인 되었다. 심지어 마르코는 이멜다를 마닐라 주지사로 임명하며, 부정부패를 가속화시키기도 했다. 지금의 대한민국도 윤석열의 본부장 비리와 김건희의 사치 행각과 그 일가의 부정부패가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고속도로의 노선변경 뿐만 아니라 최은순의 오랜 사기행각 그리고 김건희 부정부패 사치 행각이 민중들의 분노를 폭발하게 만들고 있는 중이다.
지난 정부에서 G7 반열에 올랐던 대한민국 경제는 어느덧 10위권 밖으로 밀려나 버렸다. 정권이 바뀐 지 불과 1년여 만에 벌어진 일이다. 경제성장은 투명성과 비례한다고 한다. 부정부패 지수가 높은 나라치고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는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경제 폭망은 통치의 문제가 아니고 집권자의 부정부패 문제에서 기인하고 있으며 그를 비호하는 그의 측근과 집권야당에 있음을 윤석열 일가가 자각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