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진압 과정서 곤봉으로 농성 중인 노동자의 머리를 내려쳐 유혈이 낭자한 가운데 병원으로 옮겨졌다. 노동자 집회에 사실상 강제진압을 독려하던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현실로 나타난 상황이다.
31일 '프레시안' 보도에 따르면 경찰 500명 정도가 포스코 하청노동자들의 고공농성장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곤봉(경찰봉)으로 농성자의 머리를 여러 차례 내리쳐 정수리가 찢어지면서 피투성이가 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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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사건은 빠르게 인터넷으로 전파되면서 "군부 독재시대보다 검경 독재시대가 더 무섭다" "진짜 백골단 등장했네..거꾸로 가는 대한민국" "전쟁이 나도 노동자는 때려잡아야지" 등의 비판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이날 새벽 5시 30분경 전남 광양시 광양제철소 앞에 설치된 포스코 하청노동자 농성장에서 경찰관 6명이 사다리차 두 대를 타고 올라가 고공농성중이던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의 머리를 경찰봉으로 내려쳐 주저앉힌뒤 지상으로 이동시켜 연행했다.
경찰이 노조 진압과정에서 '폭력 진압'의 상징인 곤봉을 사용하는 것은 매우 드물다. '경찰청 물리력 사용 기준안'에 따르면 물리력을 사용하기 위해선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하고 급박하지 않은 경우엔 대상자 설득과 안정이 우선되어야 한다. 하지만 경찰이 새벽에 기습적으로 고공농성 진압을 진행하면서 대상자를 설득하는 과정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전날 경찰은 같은 장소에서 농성중이던 김만재 한국노총 금속노련 위원장의 머리를 땅에 짓눌러 엎드리게 한 뒤 뒷수갑을 채워 연행하면서 과잉진압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조합원이 촬영한 영상을 살펴보면 경찰관 6명이 사다리 차 두 대를 나눠타고 농성중이던 김준영 사무처장에게 접근하자 그는 구조물 일부를 빼내 휘둘러 경찰의 접근을 막았다. 방패로 무장한 경찰들은 혼자 있는 김 사무처장에게 바짝 다가가 곤봉을 휘둘렀고 끝내 김 사무처장은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그가 제압된 상황에서도 경찰은 곤봉을 계속 휘둘러 내려쳤다.
포스코 하청업체인 포운 노동자들은 지난해 4월 24일부터 임금교섭과 포스코의 부당노동행위 중단을 촉구하면서 402일째 광양제철소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 되자 김 사무처장은 철탑을 만들고 지난 29일부터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현장을 목격한 박용락 금속노련 상임부위원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김 사무처장 머리가 박살이 났다"라고 몸서리쳤다.
박 부위원장은 "경찰이 김 사무처장을 몽둥이로 내려친 순간 저항을 할 수 없이 풀썩 주저 앉았는데도 온 몸과 머리를 계속 내리쳤다"라며 "도대체 왜 새벽에 기습적으로 쌍팔년도때처럼 폭력적으로 진압을 하는지 모르겠다. 제가 아닌 그 누군가가봐도 상식을 벗어난 행동"이라고 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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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더 중요한 건 경찰이 김 사무처장을 연행한 뒤 경찰서에서 15분동안 회의를 하느라 피가 나는 사람을 방치했다는 것"이라며 "경찰 호송차량이 앞장서서 응급차가 병원으로 갈 때도 천천히 호송차량을 따라가야 했다. 울분을 참을 수가 없었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찰청 관계자는 과도한 폭력 진압이라는 비판에도 "폭력 진압도 과잉 진압도 아니라 법 집행"이라며 "현장에서 불법 농성장으로 교통의 큰 불편을 초래했고 정당한 법 집행을 하는데 경찰에게 격렬하게 저항을 했기 때문에 당시 현장을 제압했다"라고 강변했다.
희일이송 영화감독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아침 댓바람부터 전쟁난 것처럼 재난문자를 보내 시민들의 심장을 덜컹거리게 하던 그 시간, 한국의 경찰은 고공농성을 하던 포스코 하청노동자들을 진압하고, 농성자의 머리를 경찰봉으로 내리쳐 정수리를 찢었다. 암, 전쟁이 나도 노동자는 때려잡아야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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