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출처=연합뉴스 © 서울의소리 |
윤석열이 영어를 좋아해서인지 요즘 유행하는 말이 ‘디커플링(decoupling)’과 '디리스킹'(de-risking)이란 말이다. 전자는 탈동조화(脫同調化)로 변역되고 후자는 위험성 제거로 번역된다. 또한 전자는 미국과 중국과 관계가 깊고 후자는 중국과 유럽(특히 나토국가)과 관계가 깊다. 여기에 미국의 고민이 숨어 있다는 것도 흥미롭다.
디커플링(decoupling)이란, ‘인접한 다른 국가나 보편적인 세계 경제의 흐름과 달리 독자적인 경제 흐름을 보이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과거 미국이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중국은 오히려 경제적 호황을 누렸다. ‘함께 움직인다’라는 뜻인 커플링과 달리 중국엔 그 반대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한때 미국은 중국을 자유 민주주의 세계로 끌어들이기 위해 막대한 무역적자에도 불구하고 중국 제품을 많이 수입해 썼다. 그 바람에 무역적자가 커지고 중국이 G2가 되더니 이제 미국마저 넘어 G1이 되려고 하자 미국이 드디어 칼을 꺼낸 것이다. 거기에는 반도체가 비수처럼 자리잡고 있다.
칼 뽑은 바이든, 새우 등 터진 한국
미국과 중국의 경쟁에서 미국이 차츰 밀리자 뿔이 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시작했는데, 트럼프에 이어 바이든이 그 선봉에 섰다. 그 바람에 미국과 중국 사이에 무역 전쟁이 벌어졌고, 그 틈에 낀 한국이 피해를 당하고 있다. 이런 걸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하는데, 한국이 그 모양새다.
바이든이 중국을 견제하고 나선 것은 무역수지 적자도 기인했겠지만, 그동안 세계의 경찰국가로 군림한 미국의 위상이 바닥으로 떨어진 탓이 더 크다. 미국은 베트남에 수천 조를 퍼붓고도 결국 철수했으며, 아프카니스탄에서도 마찬가지다. 또한 중동 전쟁에도 관여했으나 잃은 것은 돈과 인명일 뿐이다.
내년에 치러질 미국 대선이 최대 변수
하지만 바이든이 중국에 칼을 뽑아든 가장 큰 이유는 내년에 치러질 미국 대선 때문이다. 바이든은 나이(80세)도 많고 미국 국민 사이에 별로 인기가 없다. 따라서 바이든이 내년 대선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미국의 경제를 살리는 것 밖에 없다. 괜히 세계의 경찰국가 노릇을 해봐야 돌아온 이익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공화당에서는 트럼프가 다시 출마할 텐데, 경제가 계속 나빠지면 바이든이 패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자 마음이 다급해진 바이든이 우선 중국을 견제하고 나섰고, 거기에 한국과 일본이 들러리를 선 것이다. 윤석열이 G7 정상회의 때 일본을 방문하자 바이든이 ‘후다닥’ 자리에서 일어나 윤석열을 반긴 것도 윤석열을 신뢰하거나 좋아해서가 아니라, 윤석열을 이용해 중국을 견제하고 차기 대선에서 이기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바이든과 윤석열은 동병상련
한국에서 인기가 없는 윤석열은 바이든의 엉덩이 뒤에 숨어 떡고물이라도 얻어먹으려 했으나 떡고물은커녕 미국에 퍼주기만 해 원성을 샀다. 바이든이 집권한 후 한국 기업이 미국에 투자한 돈이 1000조가 넘는다. 윤석열 정권 들어 그 추세가 더 커지고 있다. 윤석열 정권은 출범 1년 만에 미국산 무기만 18조를 사주었다.
바이든과 윤석열은 같은 신세로 경제를 살리지 못하면 자신의 지위가 위태로워진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최대 현안은 경제 살리기로, 이것에 실패하면 정권 재창출은 요원해진다. 한국에서는 내년에 총선이 있다. 국힘당이 총선에서 참패하면 야당이 윤석열 탄핵을 추진할 거라는 것은 수순이다.
경제를 안보에 종속시킨 바이든과 윤석열
문제는 바이든이나 윤석열이 경제를 안보에 종속시켜 세계를 갈라치기 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이든은 중국과 러시아를 악의 축에 두고 연일 대포를 쏘아대고 있으며, 윤석열이 그에 부화뇌동해 러시아와 전쟁을 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우회 수출하고, 그것도 모자라 우크라이나에 연 0.15% 금리로 80억불(10조)을 빌려준다고 약속한 것이다.
바이든은 중국과 지정학적으로 가까운 한국과 일본을 ‘꼬드겨’ 중국을 견제하고, ‘한미일 공조’ 운운하면서 한국과 일본이 군사 동맹을 맺을 수 있도록 은근히 압력을 넣고 있다. 만약 한일 간에 군사 동맹이 맺어지면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가 개입할 수 있기 때문에 국민정서상 성립되기 어렵다. 이 문제는 한국에서 내년 총선이 끝나야 다시 거론될 것이다.
한국이 미국의 속국인가?
윤석열이 그야말로 미국에 퍼주기만 했지만 미국이 우리에게 준 것은 ‘굳건한 한미동맹’이란 말뿐이다. 하지만 그 말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들어온 말로 언어의 수사에 지나지 않는다. 굳건한 동맹이 한국의 안보실을 도청하다 들켰겠는가? 미국은 과거 ‘카스라테프트’ 밀약으로 한국을 배신한 적이 있다. 자국에 이익이 안 된다 싶으면 언제든지 돌아설 수 있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요, 바이든이다.
윤석열의 퍼주기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돌아온 것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전기자동차를 생산하는 현대 자동차가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은 그것도 모자라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제품을 쓰지 않으려하자 한국의 반도체가 중국에 못 들어가게 압력을 넣었다. ‘내 못 먹을 떡 남 주기 싫다’라는 심보다.
한국이 미국의 속국도 아닌데 왜 중국에 반도체를 보내라 보내지 마라 압력을 넣는지, 이러고도 한미 동맹 운운할 수 있는지 분노가 인다. 하지만 윤석열은 무슨 책을 잡혔는지 그런 미국에 항의 한 마디 못하고 돌아왔다. 바이든마저 돌아서면 비빌 언덕이 없기 때문이다.
유럽은 중국과 손잡으려 안달
미국이 중국을 견제한 반면에 나토국이 많은 유럽은 오히려 중국과 손잡으러 안달이 났다. 벌써 유럽 여러 나라 정상들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앞에서 머리를 조아렸다. 유럽 역시 중국이 돌아서면 막대한 무역 적자로 경제가 파탄나기 때문이다.
중국에는 반도체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천연자원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묻혀 있다. 유럽이 미국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납작 엎드린 이유다. 한국만 중국을 무시하다가 경제 보복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참 멍청한 외교가 아닐 수 없다.
웃기는 것은 겉으론 중국과 대적하는 것처럼 보이는 바이든 정부도 속으로는 중국과 더 많은 교류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중국에 대형 공장을 세우는 이유가 뭐겠는가? 결국 바이든의 쇼는 내년 대선용으로 한국만 그 중간에서 새우 등이 터지고 있는 것이다.
유럽 국가들이 디커플링에서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으로 바뀌고 있는 이유도 자국의 이익 때문이다. 괜히 미국에 동조해 중국의 심기를 건드렸다간 돌아올 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중국을 방문하면서부터 대(對)중국 분야에서 '디리스킹'이라는 말이 본격 사용되기 시작했다.
미국과 서방 세계도 균열, 윤석열만 오로지 미국에 충성
바이든의 정책에 미국에서도 반기를 들고 디리스킹을 옹호하는 세력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을 필두로 한 자유주의 진영이 전방위적 중국 고립 전선을 시도하고 있지만, 유럽 일부 국가가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는 등 단일대오에 균열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지난달 말 논평에서 "디리스킹이 디커플링을 감추려는 것일지 모른다는 느낌이 있다"며, 미국의 접근법이 "세계를 지배하는 지위 유지에 관한 불건전한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오직 윤석열 정권만이 복수 심리만 가득해 중국을 계속 무시하고, 심지어 중국과 대만 사이를 개입하며 내정 간섭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가 계속 나빠지면 윤석열도 결국 ‘디리스킹’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기 때문이다. 총선에서 참패하면 탄핵이 추진될 거라는 걸 윤석열도 알고 있을 것이다. 경제가 계속 나빠지면 대기업과 조중동이 먼저 돌아설 수 있다. 비빌 언덕이 사라지면 소는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