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편적 취재 활동에 터무니없이 공권력 남용
극단적으로 편파적인 검찰권 행사의 적나라한 단면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주거지를 무단 침입했다는 혐의로 고소당한 '시민언론 더탐사'의 강진구 공동대표가 지난 14일 오후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검찰이 27일 탐사보도 전문 매체인 '시민언론 더탐사'의 공동대표 강진구 기자와 최영민 감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앞서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가 두 사람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자 이를 바로 법원에 청구한 것이다.
이에 더탐사는 '기자를 구속한다고 청담 게이트의 진실을 감출 수 없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한동훈 장관 자택 방문이 언론사 기자를 압수수색하고 구속까지 할 만한 사안인가. 그럼에도 수차례 압수수색에 이어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에는 다른 저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더탐사는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청담 게이트의 진실이 드러날 것이 두려운 나머지 취재 중인 기자를 구속하여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 아니겠는가"라며 "한동훈 장관이 검찰을 통해 더탐사 기자들을 구속하라고 압력을 넣었거나 지시한 것은 아닌지 매우 의심스럽다"고 강조했다.
이어 "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것은 언론의 기본 사명"이라며 "법원에서도 지난 12월 10일 한동훈 장관의 자택 방문 건에 대해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의 취재 자유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스토킹 행위 또는 스토킹 범죄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 "더탐사의 입에 재갈을 물린다고 청담 게이트의 진실을 가둘 수 없다"면서 "시민언론 더탐사 기자 구속은 윤석열 정권 몰락의 신호탄이 될 것이며, 진실은 덮으면 덮을수록 송곳처럼 삐져나와 윤석열 정권의 가장 아픈 곳을 찌르게 될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강진구 기자와 최영민 감독은 지난달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거주하는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에 찾아가 자택 현관문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며 "취재 왔다"고 말하고 문 앞에 놓여있는 택배 상자를 살피기도 했다.
이에 한 장관은 이들을 공동주거침입과 보복범죄 혐의로 고소했다. 한 장관은 지난 8월에는 더탐사 취재진이 자신의 퇴근길을 자동차로 미행하고 자택 인근을 배회했다며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이에 경찰은 더탐사 사무실과 강 기자 및 최 감독 등의 주거지를 상대로 수차례 반복해서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달 7일에는 경기 남양주시에 있는 더탐사 별내 스튜디오에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 수사관들과 기동대가 대규모로 들이닥쳐 최 감독을 비롯한 더탐사 직원들과 시민들이 저항했지만 결국 영장이 집행됐다. 경찰은 강진구 기자의 경기 안양시 주거지도 압수수색해 차량 블랙박스 등을 수거했고, 23일 또다시 강 기자의 집을 압수수색 했다.
그러다 이번엔 급기야 구속영장까지 신청하고 검찰이 기다렸다는 듯이 청구한 것이다. 취재 대상인 공인의 주거지 등을 찾아가는 건 지금까지 한국 언론의 보편적인 취재 활동이었는데 검경이 터무니없이 공권력을 남용하는 상황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법무장관 자택을 무단 침입하면 국민들이 어떻게 보겠느냐"며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어떤 고통이 따르는지 보여줘야 한다"고 발언했다. 문 앞에서 1분 30초가량 서성이다 돌아간 것을 대통령이 직접 '무단 침입'으로 규정하며 '고통'이 따르도록 조치하라고 사실상 검경에 지시한 것이다.
검찰은 더탐사 취재진의 한 장관 자택 방문보다 훨씬 정도가 심한 언론사 취재 행위에 대해서도 불기소나 가벼운 벌금형으로 처분한 사례가 다수 있어 이번 구속영장 청구가 오히려 실질적인 '보복범죄'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지난 2019년 9월 5일과 6일 두 차례 걸쳐 조국 전 법무장관 딸 조민 씨의 주거지가 있는 오피스텔 1층 보안문을 무단으로 통과해 조 씨가 혼자 사는 집 앞에서 문을 열어달라며 계속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리는 등 소란을 피웠던 TV조선 취재진 2명에 대해 무려 2년 9개월이나 지난 올해 6월 24일에야 벌금 200만 원의 '구약식' 결정을 내렸다.
구약식은 약식명령을 청구한다는 뜻으로 기소에 따른 공판 절차 없이 피고인에게 벌금을 선고해달라고 검찰이 법원에 요청하는 것이다. 약식명령이 내려지면 피고인은 법정에 출석할 필요가 없고 구속의 위험도 없으며 일반적으로 300만 원 이하 벌금을 내면 사건이 종료된다.
조민 씨는 TV조선 기자들 때문에 몇 시간 동안 집 밖을 나가지 못했고, 이들이 심지어 지하주차장에서 조민 씨의 아반테 차 문을 잡고 닫지 못하게 완력까지 쓰다 차 문을 밀쳐 다리에 상처가 났다며 폭행치상 혐의로도 고소했으나, 검찰은 무혐의로 처리했다.
검찰은 또 지난 2018년 4월 '드루킹'이 운영하는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출판사에 TV조선 기자가 밤에 무단으로 들어가 현장에 있던 태블릿PC와 휴대폰, USB 등을 훔쳐 나왔을 때 기소조차 하지 않은 전례가 있다.
출판사 측이 고발하고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는데도, 형량이 무거운 야간주거침입절도 혐의였는데도, 검찰은 "취재를 위한 공익적 목적으로 보인다"며 불기소 처분한 것이다.
반면 검찰은 유튜브 매체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가 2020년 8월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 자택이 있는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의 주차장에 들어가 인터뷰를 시도했다는 이유로 공동주거침입죄로 기소한 데 이어 법정에서 무려 징역 10개월을 구형했다.
집 안에 들어갔다거나 특별히 공포심을 조장한 것도 아니고, 오로지 취재 목적으로 아파트 주차장에 들어갔을 뿐 다른 물리력을 행사한 것도 아닌데(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은 기자 질문에 답하지 않고 바로 차량을 타고 출근했다), 중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것이다. 이명수 기자는 지난 4월 26일 1심에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으며 검찰이 항소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검찰이 언론 취재와 관련해 오히려 죄질이 안 좋은 수구보수 매체의 기자들 혐의에 대해서는 솜방망이 처분을 내리고, 그보다 훨씬 경미한 진보 매체 기자들 행위에 대해서는 구속영장 청구나 징역 10개월 구형이라는 황당한 철퇴를 내리는 것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극단적일 만큼 편파적으로 행사하는 검찰의 노골적이고 상습적인 작태가 그대로 드러나는 사례다.
이런 제멋대로의 검찰권 행사 사례가 빈발하는 탓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시켜 권력 남용을 그나마 줄여보자고 많은 시민들이 절박하게 목소리를 내왔지만 현실은 오히려 검찰 공화국이 공고화하는 쪽으로 악화일로에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장관 체제에서 검찰은 상대가 적군이냐 아군이냐에 따라 선택적 수사와 고무줄 기소를 거리낌 없이 반복하며 정권 돌격대로서 당파적이고 조직적인 행보를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모습이다.
더탐사 기자 구속영장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