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현충일 추념사 김원봉 색깔론 불지펴.. 남로당의 후예 자한당이 할소리는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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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정경두 국방부 장관에게 약산 김원봉 선생에 대해 색깔론을 띄우며 집요하게 질의했다.
지난달 6일 문재인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에 잠깐 언급된 약산에 대한 백태클로 무정부주의 세력 한국청년전지공작대와 김원봉의 조선 의용대가 광복군에 편입된 사실과 광복군이 광복 직전까지 미국 전략 정보국과 함께 국내 진공작전을 준비한 사실을 강조하며 광복군을 "대한민국 국군 창설의 뿌리가 됐다"고 언급한 대목이었다.
이날 첫 질의자로 나선 김진태 의원은 북한 목선 삼척항 입항 사태에 대해 문제 제기를 이어간 동료 의원들과는 달리, 김원봉에 대한 국방부 장관의 입장을 묻는 질의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해 질타했다.
김진태 의원은 "김원봉이 국군의 뿌리라고 생각하나?"라고 정경두 국방부 장관에게 묻자 정 장관은 "국군의 뿌리라는 것은 김원봉 한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군과 광복군 그 자체가 그렇다는 말이다."라고 답했다.
또다시 김 의원은 "개인에 대한 평가가 아니고 전체를 의미한다"라는 정 장관의 답변에 "광복군이고 독립운동을 했으면, 나중에 남침했더라도 (공적을) 분리해야 한다는 말이냐"면서 "왜 이렇게 제대로 대답을 못 하냐"고 계속 다그쳤다.
답변을 재촉하는 김 의원에게 결국 정 장관은 "개인에 대한 부분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답하자 김 의원은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김원봉이 '국군의 뿌리다' 뭐라고 뭐라고 얘기하면 장관이 '이렇게 얘기하시면 안됩니다.'라고 제대로 건의해라."고 지적을 했다.
그는 "1948년 여순 사건 당시 남로당 문제가 제기돼 검찰에선 사형 구형, 무기 징역을 선고받은 분이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라면서 "그의 형님을 통해 연결된 좌익 활동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좌익으로 몰아붙이고 군에서의 활동이나 이후 행적을 빨갱이라 몰아붙여야 하나?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정 장관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박정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남로당 간부이다. 그는 당시 국군 내 남로당원을 관리하는 군사 총책이라는 중요 요직에 있었다. 박정희는 1948년 여수, 순천에 주둔하고 있던 군인들이 이승만 정권을 반대해 무장봉기한 여순항쟁으로 체포되었다. 1949년 2월 13일 무기징역을 선고받기도 했다. 그러니 박정희를 신으로 받들고 따르는 자유한국당이야말로 남로당의 후예에 걸맞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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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2일 자한당 이주영 의원은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민주당을 “남로당의 후예”로 빗댔다. 그의 이 발언은 문재인 대통령이 5·18 광주민중항쟁 39주년 기념식에서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고 자한당을 꼬집은 데 대한 반응이었다. 여론이 자한당을 ‘독재자의 후예’라고 비판하는 걸 비꼬며 벗어나 보려던 것이다.
그러나 이주영 의원은 자살골을 넣은 셈이다. 표창원 의원의 지적대로 사실로 따지자면 정작 남로당의 후예는 바로 자한당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먼저 자유한국당은 남로당 간부를 ‘신’으로 떠받들어 모시고 있지 않은가.
표창원 의원은 또한 "좌익이라는 매카시즘 공격을 당했을 때, 박 전 대통령은 당시 동아일보 1면에 광고를 내어 낡은 이념 공격을 하지 말라고 호소했다"면서 "(박정희를 입에 달고 사는) 그런 정신을 이어받는 보수 정당에서, 김원봉과 현충일을 놓고 이념 논쟁을 하고 국민을 분열하는 것은 결코 있어선 안 될 일이다"라고 따끔한 질책을 이어갔다.
김진태 의원이 언급한 문제의 대목은 김원봉이라는 이름과 함께 광복군 창설에 기여한 사실도 문 대통령의 추념사와 다름없이 박근혜 정부가 만든 국정교과서 고교 '한국사'에서 조차 같은 취지로 기술돼 있다.
해당 교과서는 김원봉의 조선 의용대 창립 사실을 설명하면서, 한국광복군으로 독립운동 세력이 결집한 배경을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한국청년전지공작대가 합류한 데 이어, 조선 의용대 본부 병력이 한국광복군에 합류했고 김원봉은 부사령에 임명됐다"는 부분이 대표적이다.
표 의원은 "약산 김원봉 선생의 후손이 밀양에 살고 있다. 그를 기리는 축제까지 하고 있다. 동족상잔의 비극이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끼쳤다"면서 "김원봉을 다뤘던 영화를 단체로 본 자유한국당의 전신 새누리당은 만세를 불렀다"고 말했다.
표 의원의 이 발언은 자한당이 문재인 대통령의 ‘김원봉 언급’에 “빨갱이”라는 막말까지 서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영화 '암살'을 보고 김원봉을 추어올린 ‘과거’를 지적하는 목소리로 볼 수 있다.
자한당은 과거 새누리당 시절인 2015년에 김무성 대표와 김을동 당시 최고의원이 주축이 되어 개봉한 영화 '암살'을 국회 의원회관에서 특별상영했다. 영화 '암살'에는 현재 자한당이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는 약산 김원봉이 의열단 단장으로 등장한다.
당시 김무성 대표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독립군과 임시정부 대원들의 친일파 암살 작전을 그린 영화를 국회에서 상영함으로써 역사 인식을 확산하고 나라를 위해 희생한 이들을 기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상영회에 앞서 동료 의원·관객들과 함께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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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한당의 대표적 텃밭인 밀양에는 지난해 3월 의열기념관이 문을 열었다. 새누리당과 자한당 공천으로 두 차례 시장에 당선된 박일호 밀양시장이 “밀양을 독립운동 성지로 만들겠다”며 적극적으로 추진한 사업이다. 밀양시가 약산 김원봉의 생가터를 매입해 건립한 의열기념관에서는 항일 의열투쟁에 대한 소개와 김원봉 연설장면 동영상 등을 볼 수 있다.
박근혜 국정교과서에는 약산 김원봉이 광복군에 기여했다고 기술했다. 또 약산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는 어떤 비판의 말도 없이 만세 삼창하며 관람하고 생가터에 기념관을 지어 홍보해놓고, 이제는 ‘빨갱이’라고 비판하는 모습에서 자한당의 이율배반적인 행태와 함께 역사 인식이 오락가락한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
한편 정치권의 '패스트트랙 고발전'으로 수사 대상이 된 표창원 의원이 17일 경찰에 출석했다.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도착한 표 의원은 취재진에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제게 이뤄진 고발에 대해 성실하게 있는 그대로, 사실 그대로 조사에 임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 국민은 본인이 하지 않은 일로 경찰의 조사를 받을 때가 있다. 국회에서 만든 법적 절차 때문이다"라며 "그런데 국회의원이 자기에게 적용된 혐의를 제대로 해명하지 않고 조사에 응하지 않는 것은 입법자로서 절대 하면 안 되는 행위"라며 조사에 불응하는 자유한국당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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