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전체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사설·칼럼

만평

커뮤니티

자유게시판

'의열단의 본산 밀양'에 무슨 일이 있었나?
대중 음악가로서는 유일하게 1등급 친일파로 선정된 박시춘 음악제라니!
김창수 2016.10.15 [18:45] 본문듣기

10월은 여름의 무더위가 물러가고 아직 겨울의 찬바람은 저 멀리 있는 가장 선선하고 여유 있는 계절이다. 그런데 2016년 밀양의 10월은 뜨거웠다.

 

밀양은 최근 ‘암살’과 ‘밀정’ 영화로 전 국민적 관심을 받았다. 영화의 소재가 된 의열단과 독립운동의 성지이기 때문이다. 밀양에는 전국적으로 보기 드물게 ‘독립운동기념관’이 있고, 약산 김원봉 장군과 석정 윤세주 열사 생가 터 앞을 흐르는 해천 주변에 국내 유일의 독립운동 테마 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거리의 벽화에는 일제강점기에 가장 치열하게 무장독립투쟁을 벌였던 조선의열단과 조선의용대의 위용이 펼쳐져 있다. 그 거리에 서면 누구나 독립선열들의 고귀한 식민지 해방 투쟁을 떠올리며 숙연한 마음으로 민족정신을 되새기게 된다.

 

약산 김원봉과 석정 윤세주 생가터에 조성되어 있는 국내 유일의 밀양 독립항쟁 테마거리

 

그런데 올해 10월 18일~ 30일 기간 동안 진행되는 밀양예술제를 앞두고 지역에서 뜨거운 논쟁이 일어났다.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밀양 출신의 대중가요 작곡가인 박시춘 음악제를 도비 지원을 받아 개최하는 것에 대해 지역의 독립운동 관련 단체들이 적극적으로 저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박시춘은 대표곡 ‘애수의 소야곡’을 비롯해 ‘감격시대’, ‘신라의 달밤’, ‘굳세어라 금순아’, ‘이별의 부산정거장’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긴 걸출한 대중 음악가였다. 하지만 이러한 면모는 박시춘의 반쪽 얼굴에 지나지 않았다. 조국의 젊은이들이 일본군으로 참전할 것을 독려하는 ‘혈서지원’, ‘결사대의 아내’, ‘목단강 편지’, ‘아들의 혈서’ 등의 친일 작품으로 일제에 부역한 전과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1996년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생전에 한 번도 자신의 친일 행위에 대해 사과한 적이 없다는 오점도 남아 있는 인물이다.

 

박시춘은 2005년 9월 25일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에서 발표한 친일 인사 명단에 대중 음악가로서는 유일하게 1등급 친일파로 선정되었다. 따라서 지역의 독립운동 관련 단체들이 좌시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밀양독립운동사연구소, 약산 장학회, 석정 윤세주 열사 기념사업회와 극단 밀양 등 지역의 시민단체들은 ‘친일청산 시민연대’를 결성하고 독립운동의 성지 밀양에 결코 친일파를 기리는 음악제를 허용할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그리고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행동을 보였다. 친일청산 시민연대 기치 아래 결집한 지역의 조직들이 수도권을 근거지로 한 안중근 의사 기념사업회, 매헌 윤봉길 월진회, 단재 신채호 선생 기념사업회, 운암 김성숙 선생 기념사업회,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사업회, 몽양 여운형 선생 기념사업회, 홍범도 장군 기념사업회, 조선의열단 기념사업회에 이어 항일독립운동가단체연합회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지지를 이끌어 내어 밀양 시장을 비롯한 관계자들과 협의에 들어갔다.

  

박시춘 음악제를 반대하는 독립항쟁 관련 단체들의 현수막

 

그 결과 박시춘 음악제는 전격적으로 취소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주도한 밀양독립운동사연구소에서는 “최근 들어 다시 친일파 세력이 준동하는 상황에서 이 문제는 단지 밀양의 문제가 아니었다. 독립운동의 메카나 다름없는 밀양에서 이러한 상황을 막지 못할 경우, 그 여파는 전국적으로 확산될 것이란 절박함을 안고 박시춘 음악제를 결사적으로 저지했다.”며 특히 이번 사태에 연대의 힘을 보여준 많은 독립운동 관련 단체에 고마움을 전했다. 또한 “대다수 밀양 시민의 뜻을 수용하여 결단을 내려준 밀양 시장과 관계자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했다.

  

한편 이번 사태가 독립운동 진영의 바람대로 귀결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힘을 모아 준 항일독립운동가단체연합회 김원웅 회장은 “친일청산에 대한 국민적 염원이 10년, 20년 전보다 오히려 높아진 것에 대해 크나큰 희망과 기대를 가지고 있다. 일본이 군국주의 부활을 기도하고 반민족 친일파들이 건국절 제정을 통해 독립투쟁의 역사를 왜곡하려는 최근의 상황은 결코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독립군 부모의 슬하에서 자란 만큼 민족진영의 염원을 실현하기 위해 남은 인생을 바칠 것이다. 대한민국 역사의 정의를 기필코 바로세울 것이다. 이번 밀양 사태는 친일청산이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역사적 대장정이 굳건히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뜻 깊은 사례이다.”라며 독립운동 진영을 격려했다.

 

2016년, 3.13 밀양 독립항쟁 재현 행사에 참여한 3천 여명 학생들과 시민들

 

밀양에서 소리 없이 일어난 10월의 작은 승리는 앞으로 더욱 큰 울림으로 전국 방방곡곡 전파되어 더 큰 승리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도도한 흐름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굴욕적으로 협상하고,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고, 건국절 법제화를 통해 항일독립투쟁의 역사를 지우려는 반민족 친일파 세력과의 역사 전쟁에서 마침내 최후의 승리를 이끌어내게 될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우리는 시간이 좀 더 흐른 뒤에 밀양의 뜨거웠던 10월이 거대한 역사적인 승리를 이끄는 도화선이었음을 깨닫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댓글

i

댓글 수정 및 삭제는 PC버전에서만 가능합니다.
광고
광고
광고

실시간 기사

URL 복사
x

홈앱추가 PC버전 맨위로 갱신

Copyright 서울의소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