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플로리다 거주, 전 언론인 김현철 칼럼 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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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열흘이 지나도 사건 당일인 16일이 지난 뒷날부터는 구조 받은 사람은 하나도 없고 계속 시신만 올라와 행여나 또 행여나 기적을 고대했던 가족들의 가슴을 잔인하게 찢어 놓고 있다. 수중에서 열흘이 지났다면 기적이 아닌 한 생존자를 기대하긴 늦은 감이 있으니 이를 어쩌랴!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책임을 지닌 정부의 수반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 비서관 회의에서 선장과 승무원들을 가리켜 “살인과 같은 행태”라고 질타했단다.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에는 너무도 무능한 후진국 형 정부임이 만천하에 드러나자 사건 책임을 선장 등에게 떠밀어 자신을 향한 국민의 분노를 선원들에게 돌려 보려는 속보이는 짓이 아닌가.
나는 여기서 선장 및 선원들의 그 직분에 전혀 안 맞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자세를 비호하자는 게 아니다. 문제는 소속사인 청해진해운이 금감원에 제출한 작년도 118명 선원 연수비용이 겨우 54만원이었다는데 과연 선장 이하 선원들이 정상적인 직책 수행을 위한 훈련을 단 한번이라도 받았겠느냐는 것이다.
거기에 청해진해운은 돈벌이를 위해 배를 무리하게 개조했음에도 정부는 이를 묵인했고 이 낡은 배를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제까지 풀어 줬단다. 그렇다면 지금 선장과 선원만을 비난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죄를 추궁당해야 할 상대는 사고 원인을 제공한 정부와 청해진해운 그리고 선장과 선원 등 모두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국내 주류언론은 선장과 선원들의 실수 또는 직무유기만을 따져 정부 고위층의 비위 맞추기에 급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죽하면 박대통령의 발언을 두고‘구조활동에 무능한 행정부 수장이 앞으로 있을 사법부의 판단을 오도할 수 있는 발언이며 박대통령이 자신의 책임을 선장 등에 전가하려는 것 ’이라는 미 월스트리트저널의 핀잔을 들어야 했겠는가. 또 영국의 가디언은 ‘서양에서는 어떤 지도자도 의심할 여지가 없는 국가적 비극에 대해 이토록 늑장 대응할 경우 지도자의 지지율은 물론 그 자리도 무사하기 힘들다’고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사고 후 이미 닷새나 지나서 그런 경박한 발언으로 수많은 국민들을 실망시킬 게 아니라 사고 직 후에 비서관들 앞에서라도 자신의 가슴을 치며 진지하고도 겸허한 자세로 ‘이건 이 나라 대통령인 나에게 내린 신의 징벌이니 모두가 내 탓이다. 우선 한 사람이라도 국민의 생명을 살려내는 게 내 책무니 정부 능력으로는 어려운 이번 사태를 전국의 수중사고 전문가들에게 정중히 요청해서 시급히 구조작업에 올인하자’고 강인한 의지를 보였어야 옳았다.
헌데 그도 부족했을까? 이제는 대통령 다음으로 국민의 위기관리 책임이 있는 청와대 국가안보실 김장수 실장이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재난 콘트롤타워가 아니다”라고 전대미문의 헛소리로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또 있다. 이제 이번 사태를 수습해야 할 시점에 정홍원 국무총리는 27일 갑자기 사의를 표했다. 박대통령이 총리에게 이번 사태의 책임을 뒤집어씌운 듯 한 형국이다. 허나 국민 상당수는 사퇴는 대통령이 해야 한다. 지금 총리의 사퇴는 무책임의 극치이며 선장이 먼저 도망친 거나 같다는 반응이다. 이렇게 그저 도망치기에 바쁜 모습들뿐 책임질 사람은 없으니 나라의 꼴이 정상이겠는가.
해난 구조 분야의 국내 제1인자로 꼽히는 알파잠수기술공사 이종인 대표는 21일, 수중에서 20시간이나 구조작업이 가능한 다이빙벨을 활용해 실종자를 하나라도 찾아내려 했으나 정부의 ‘안전상 이유’로 되돌아 올 수밖에 없었단다. 이밖에도 수많은 민간 수중사고 전문가들이 자비로 현장에 집결, 구조작업을 도우려 했지만 거의가 정부의 비협조로 손을 쓸 수 없었단다. 안전상 이유는 구실일 뿐 이게 모두 정부의 체면 때문이었다니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사람 목숨을 놓고 체면을 따지는 정부 고관들의 모습이라니 기가 찰 노릇이 아닌가. 그래서 피해자 가족들의 정부를 향한 불신은 높아 갈 수 밖에 없었다.
또 정부가 해양전문가와의 언론 인터뷰를 방해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너무도 허황되고 자신이 없는 정부라 전문가 입에서 나올 ‘참말’이 두려웠을 것이다.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오로지 생명 구출에만 온 신경을 집중해야할 정부가 마치 구조 작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처럼 정부의 홍보기관으로 전락한지 오랜 국내 주류 언론을 통해 사실 왜곡,축소,거짓 해명,어제 발표 내용 오늘 뒤집기, 은폐, 책임회피, 모르쇠 등 ‘유언비어’를 통해 국가 기관의 총체적 부정선거 처리방법이나 간첩 조작 사건 때 보여 준 자세와 조금도 다름이 없는 모습만 보여 주고 있을 뿐이다. 또 오보가 너무 많은 언론을 믿지 못해 현장에 온 분들을 통해 알게 된 내용을 세상에 알리면 정부 발표와 다르다는 이유로 ‘유언비어’로 몰아 단속하고 있단다.
유언비어란 근거 없이 널리 퍼진 소문을 뜻하는 것,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속인 내용들은 훨씬 더 큰 죄질의 유언비어가 아닌가?
그래서 사실을 알고 있는 현장의 피해자 가족들의 분노가 폭발, 취재 카메라가 많이 망가졌다고 한다. 이게 우리의 주류 언론이라니 이제 창피해서 국내는 물론 외국인들에게 까지도 내가 ‘한국 언론인 출신’임을 숨겨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아니면 나마저 정부의 거짓 발표나 받아썼던 쓰레기 같은 기자 출신으로 볼 것 아닌가.
일본 등 다른 나라는 해난사고가 난지 3분 안에 현장 구조용 헬기가 도착하면서 96%의 인명 구출에 성공하고 있단다. 그런 비상사태 대비 준비조차 안 되어 있는 나라의 정부라면 가까이 항해 중이던 미해군함 본험 리쳐드 호가 오바마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20명 분 구명보트가 장착된 MH-60 헬기 2대를 급파했을 때 전혀 도움을 받지 않고 돌려보낼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한 미해군 제11함대 측 해명을 보면 ‘한국의 대응 효율성(Efficiency)부족으로 미군기 활용을 못 하고 그냥 돌아가도록 했다’는 것이다. 목숨이 오가는 재난구조 현장이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얘기가 아닌가.
수중 구조 전문가들에 따르면 세월호의 경우 인명구제가 가능했던 시간은 최소 1시간 40분이라고 한다. 금싸라기 같은 그 긴 시간을 무능 탓으로 허비하고 만 정부 당국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이토록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를 둔 희생자 가족들 및 국민들은 이제 어딜 두고 의지처로 삼아야 한단 말인가?
우리 국민이 필요한 것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데 무능해 빠진 정부가 아니라 생명이 위협 당할 때 든든한 보호자가 될 수 있는 정부임을 이제라도 국민 각자가 깨달아야 할 때이다.
2014,04,25. 김현철 칼럼 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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