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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덕담’, 노무현 ‘탄핵’

제발 국민 좀 두려워해라.

서울의소리 l 기사입력 2014/03/07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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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2014년 3월5일.
“인천이 국가적으로도 중요하고 여러 가지 어려움도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정말 능력 있는 사람이 됐으면 하는 게 바람일 것이다. 결단했으면 잘되기 바란다"
 
고 노무현 대통령, 2004년 발언.
"열린우리당이 잘됐으면 좋겠다"
 
세상에 살고 안 살고는 다르지만 노무현, 박근혜 두 사람 모두 대통령이라고 부른다. 위에 발언들은 두 사람이 자신이 속한 당을 위해서 한 발언이다. 그러나 그 의미는 엄청나게 다르게 해석되고 파장은 앞으로 계속 확대될 것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흔히 말하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스캔들’과 같은 경우다.
 
민감한 문제라서 보충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은 총선을 앞두고 '열린우리당이 잘됐으면 좋겠다'는 발언을 했다. 별것도 아닌 이 발언은 야당에 의해 즉시 고발되고 선관위는 ‘선거관여’라고 주의조치를 했고 결국 탄핵에 이른다. 참으로 험악한 세상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될 때 환하게 웃던 박근혜 의원(당시)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다. 인간지사 돌고 돈다고 했던가. 박근혜 대통령이 인천시장에 출마하는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에게 한 말씀 했는데 그것도 위에서 열거한 내용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민주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개입이라고 반발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아차 했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선거개입으로 고발했고 탄핵까지 제기한 사실은 그들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민주당은 탄핵감이라고 했다. 노대통령의 경우를 생각하면 당연히 탄핵감이다. 그런 발언 한 적 없다고 잡아떼면 됐을 텐데 그냥 ‘덕담’이라고만 했다. 거기다가 유정복이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서 당당하게 대통령의 발언을 인정했고 대통령의 발언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고 자랑처럼 말했다.
 
선거철에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얼마나 무거운가. 더구나 현직 대통령이 출마자를 격려하고 지원 하는듯한 의미의 발언을 하면 출마자는 천군만마의 지원을 받는 것과 다름이 없다. 유정복이 누구인가.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이 아닌가. 뿐만이 아니라 선거관리를 책임진 안전행정부 장관이었다. BMW에다 제트 엔진을 달아 준 셈이다.
 
분별없는 처신들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언, 사실상 지지발언을 한 것은 명백한 선거개입이자 공무원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 "겉으로는 민생을 외치면서 선거에 올인 하겠다고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
 
민주당 대변인은 청와대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이 유 장관에게 이런 말을 했는지 분명히 밝혀달라"고 요구했고, 중앙선관위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이 선거중립 의무를 위반했는지 판단해 공개적으로 밝혀달라. 위반했을 경우 상응하는 조치를 즉각 취할 것을 요청한다" 고 했다.
 
그럼 청와대 대변인은 뭐라고 했을까. 민경욱은 어리버리 하게 “어떤 말씀을 했는지 아직 파악되지 않아 좀 더 알아보겠다”고 전했단다. 대변인은 뭐하는 사람인가. 그 정도 대통령 발언의 진위조차 모르고 이제야 뭘 파악한단 말인가. 한심하다고 하면 또 뭐라고 변명을 할 것이다. 그럼 대통령의 발언이 법을 어겼다면 어떻게 어긴 것인가.
 
공직선거법 제9조 1항은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기관·단체를 포함한다)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나 선거의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
 
제9조 2항은 ‘수사기관은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행위가 있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신속·공정하게 단속하고 수사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출마가 계상되는 중요 후보자들에게 지원 발언을 한 예는 처음이 아니다. 박 대통령이 우근민 제주지사와 서병수 새누리당 의원에게 대해서도 지지발언을 했다. 이 또한 후보예상자들이 직접 공개한 것이다.
▲ 박근혜와 서청원이 노무현 탄핵 표결때 같이 않아 묘한 웃음의 표정을 보이고 있다.  
 
우근민 제주지사는 새누리당에 입당한 후 새누리 제주도당 신년인사회에서 직접 자랑을 했다. ‘박 대통령이 정부와 함께 제주 발전을 위해 우 지사가 같이 기여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다. 그래서 의기투합하고 이심전심으로 뜻을 모았다’고 했다.
 
부산시장에 도전하는 서병수는 자신이 쓴 책에서 박 대통령이 부산시장에 도전하겠다고 하자 "잘 알겠습니다. 부산은 중요한 곳이니, 하셔야지요"라는 말을 했다고 소개했다.
 
대통령은 자신이 선거법을 위반할 수도 있다는 위험을 몰랐을까. 몰랐었고 생각지 않았다면 이건 문제다.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과 관련, 국민이나 야당이 지금 얼마나 민감한 시점인가. 더구나 노무현대통령의 경우, 탄핵에까지 이른 ‘대통령의 선거법위반 가능성’의 발언이다. 이런 엄중한 발언을 태연하게 했다면 대통령 자신이 스스로를 초법적인 존재로 생각하기 때문이 아닌가. 유신시절의 대통령 사고와 다를 게 없다.
 
지금 새누리당이 전전긍긍이다. 자칫 쪽박을 깰 우려가 짙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여론조사는 뒤집혔다. 새정치연합이 출마해서 3파전이라는 꽃놀이패를 돌릴 줄 알았는데 꽃놀이패는 고사하고 망통이 될 판이다. 거기다가 대통령의 유정복 지지 발언은 악재 중에 악재다.
 
아직도 정신들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가. 어디까지 제멋대로 난폭운전을 할 것인가. 교통경찰이 못 본 척 한다고 해도 감시자는 도처에 있다. 국민의 눈은 어디서든지 무섭게 빛난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후 자신들이 겪은 소름끼치는 경험을 잊지 않았을 것이다.
 
서울시청 직원을 간첩으로 몰기위해 이른바 협조를 받았다는 화교출신이 자실을 기도했다. 벽에는 피로 혈서를 썼다. ‘국정원’이란 글자다. 그토록 애틋하게 잊지 못하는 국정원이라 벽에다 그리운 이름을 썼을까. 소문이 또 무성할 것이다. 오죽 못 살게 굴었으면 목을 칼로 그었을까. 국정원이 고사라도 지내야 될 것 같다.
 
새누리가 대통령의 유정복 격려를 ‘덕담’이라 했다. 원래 훌륭한 부모는 자기 자식 자랑하는 거 아니다. 귀여운 자식일수록 매를 치는 것이다. 국민들이 부탁한다. 생목숨 끊는 불쌍한 국민들 좀 생각해야 한다.
 
제발 국민 좀 두려워해라.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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