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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검찰이 ‘대장동 개발 비리’사건 1심 판결에 대한 항소를 전격 포기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검찰개혁이 진행 중인 민감한 시기에 항소를 포기해 논란을 자초한 걸 납득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권력의 외압인 양 몰아가는 것도 침소봉대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항소 포기에 들고 일어난 인물들은 지난 정권에서 가장 잘나가던 ‘대장동 검사’들이었다. 이들은 정권 교체 후 한직으로 물러났다가, 이번에 기다렸다는 듯이 들고 일어나고 있다. 암약했던 인물들이 물 만난 듯 자신들이 정의의 투사인 양 나서고 있다. <리차드 윤 취재부기자>
대장동 항소 포기는 이 사건의 공소 유지를 맡았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가 지난 8일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법무부·대검의 반대로 항소하지 못했다고 했다. 강 검사는 윤석열과 함께 박근혜 국정농단 수사팀에 참여했고, 윤석열이 사활을 걸었던 ‘조국 수사’ 등을 수행해 검찰 내 대표적인 ‘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그는 김만배 녹취록을 보도했던 언론사들에 대한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 수사 검사로도 이름을 알렸다.
강 검사 뒤를 이어 검찰 내부망에서 항소 포기를 강하게 비판하는 글을 올린 김영석 대검 감찰1과 검사도 대장동 수사를 맡았던 친윤 검사다. 더구나 윤석열 사단의 대표적인 검사로 윤석열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언론사들을 수사한 강백신 검사가 이제 와서 검찰 독립의 투사라도 된 듯 비분강개하는 셈이다. 윤석열 정권의 ‘이재명 죽이기’ 하명에 따라 대장동2기 수사팀을 이끌던 이들은 무리한 ‘조작 수사’ ‘증언 조작’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강백신은 친윤 대표 특수통
강 검사는 유동규에 대한 증언 조작과 핵심 혐의 기소 누락 등으로 모해위증을 유도했다는 의혹을 받는 수사 책임자였다. 이번 대장동1심에서 재판부가 유동규에게 검찰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하고, ‘이재명 자금 저수지’라고 했던 428억 원이 유동규 것임을 분명히 한 것도 수사 과정의 문제를 인정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수사팀에서 유동규 조사를 도맡은 이는 김영석 검사였다.
항소 포기 사태의 당사자로 책임 회피성 사표를 낸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도 ‘친윤 검사’라는 점 때문에 지난 7월 임명 당시부터 논란이 많았다. 그는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 재직시 ‘채널A사건’을 수사했던 인물로 당시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사건의 핵심 연루자로 지목됐지만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그에 대해선 ‘친윤’이면서 ‘친한동훈계’검사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검찰 주변에선 정 지검장의 사의 표명을 최근 한 전 장관이 맨 앞에서 항소 포기 사태를 비난하는 것과 연관 짓는 해석도 나온다. 공교롭게도 윤석열 봐주기 수사로 사실상 문책성 인사를 당한 친윤 검사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목소리를 내는 것도 특이한 점이다.
창원지검장 재직 시 명태균 사건을 축소 수사했던 정유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검찰 내부망에 “대검은 정치권을 비롯한 외부 압력이 일선까지 내려가지 않도록 막아주는 곳”이라는 글을 올렸고, 직전 서울중앙지검2차장을 지내며 김건희 허위 학력 의혹을 불기소 처분했던 공봉숙 서울고검 검사도 “검찰 수장은 검찰 구성원들이 소신에 따라 일할 수 있도록 외풍을 막아주는 것”이라고 썼다. 윤석열 정권의 외압에 맞서기는커녕 두둔하기에 급급했던 자신들의 잘못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친윤검사들 ‘자기 들보는 못 봐’
검찰의 수치를 거론하는 이들은 정작 지난 정권에서 윤석열 부부의 의혹을 대놓고 봐주기 했던 인사들이다. 도이지모터스 주가조작 사건만 봐도 알 수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개입 의혹 수사’는 김건희 여사를 직접 겨냥한 사건이다. 도이치모터스가 코스닥에 우회상장한 후 권오수 회장 등이 2010~2012년경 주가를 조작할 당시 필요한 계좌와 자금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2013년경부터 내사를 진행했지만, 정식 수사로 전환하지 못하고 종결했다.
이후 2020년 한 언론 보도로 의혹이 본격 제기되면서 김건희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서울중앙지검은 고소장 접수로부터 약 5개월이 지난 2020년 9월 고발인 조사를 시작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지만 검찰의 수사는 지지부진하다가, 2021년 3월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퇴한 후 그해 7월부터 본격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권 회장 등 관련자들을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하면서도, 1년이 넘는 수사 기간 김건희 소환조사를 한 번도 진행하지 않았다. 당시 유력 대선 후보였던 윤 전 대통령 부인에 대해 검찰이 ‘눈치 보기’ 수사를 한다는 지적이 따랐다. 이후 윤석열 정권에서 방치되다가, 2024년 7월 서울중앙지검이 당시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보고 없이 김건희가 직접 정한 장소에서 굴욕적인 대면조사를 진행하면서 논란이 됐다. 그리고 검찰은 그해 10월 김건희를 무혐의 불기소 처분했다.
윤석열이 올해 4월 4일 파면된 후 서울고검은 같은 달 25일 김건희에 대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항고 사건에 대한 재기수사를 결정했다. 김건희가 담당 증권사 직원과 시세조종을 인지하며 통화한 녹음 파일 수백 개를 확보하면서, 그간 서울중앙지검의 ‘봐주기 수사’논란은 더욱 불거졌다.
김건희 땐 침묵, 이재명 땐 항명
이후 지난 7월부터 김건희 특검팀이 본격적인 수사를 개시했다. 특검은 약 한 달간 조사를 통해 8월 7일 김 여사를 자본시장법 위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정치자금법 위반(2022·2024년 선거 개입 의혹),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알선수재(건진법사를 통한 통일교 뇌물청탁 의혹) 혐의로 구속했다. 당시 검찰이 눈감았던 숱한 증거들은 특검은 수사 개시와 동시에 찾아냈다.
김건희 특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외에도 ‘윤석열 대통령 처가의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 ‘대통령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 및 감사원 부실감사’ ‘윤석열 대통령 부부 명품백 등 금품수수 사건’ ‘윤석열 부부와 명태균의 공천 개입 등 국정농단 의혹’ ‘건진법사의 공천 브로커 및 통일교·김건희 간 알선수재 혐의’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등에 대해 동시 수사를 벌이고 있다. 모두 지난 검찰이 덮었던 사건들이다.
금품수수 사건의 경우, 2024년 8월 서울중앙지검은 최재영 목사가 김건희에게 제공한 명품과 청탁 사안이 대통령과의 직무 관련성이 없다며 ‘혐의없음’ 결론을 담은 수사 결과 보고서를 대검찰청에 송부했다. 당시 이원석 검찰총장은 직권으로 해당 사건을 수사심의위원회에 회부했고, 지난해 9월 24일 대검 수사심의위는 ‘공소 제기 권고’를 결정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은 그해 10월 2일 윤석열·김건희·최재영 등을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긁어부스럼도 문제
항소 포기에 대한 수뇌부의 판단은 수사팀의 법리적 판단보다 ‘정치적 실리’를 우선시했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는 수뇌부와 일선 조직 간의 갈등을 넘어, 내부 기득권층의 주도권 다툼이자 또 다른 형태의 발악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발악’은 궁극적으로 검찰이 외부의 ‘개혁’ 요구에 맞서 자신들의 ‘독립성’과 ‘권한’을 지켜내는 방패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함이다.
“일부 수뇌부는 잘못했으나, 대다수 일선 검사는 정의롭다”는 이미지를 구축함으로써, 조직 전체에 대한 비판을 희석하고 ‘도덕적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시도다. 하지만 이미 검찰의 신뢰를 먼저 땅에 떨어뜨린 그들이 주장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었다. 친윤 검사들을 비롯한 검찰은 그간 국민이 위임한 막강한 권력을 자신들의 권한 강화에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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