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출처=조선일보 © 서울의소리 |
방씨조선일보에는 박은주 에디터가 있다. ‘티 내지 말고, 남에게 폐 끼치지 말고 변명하지 말자’는 가치관으로 산단다. 굳이 한 사람의 가치관이 궁금해진 이유는 그가 써대는 글에서 드러내는 모습과는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이다. 파면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로 추켜세운 이가 박 씨다. ‘‘’돌아온 것은 공허함만 남았다’ 대통령의 국어 실력‘이란 칼럼에서 박 전 대통령의 비문을 그야말로 융단 폭격을 한 사람도 박 씨다.
'운동권' 정년 연장의 꿈, 계엄이 도왔다‘ ’내 머릿속에 '수갑'을 채우려는 사람들‘ ’좌파가 점령한 도시의 '달콤한 지린내'‘ ’동물성 보수와 식물성 지식인의 동거‘ ’"박정희 목 따러" 왔다가... 목회자 되어 떠난 김신조‘ 등등. 한결같이 제목만으로도 티가 확 난다. 자극을 느껴 자연스레 끌려다녔다. 티 내지 않으려는 가치관을 가진 박 씨 책임일 리는 없다. 이렇게 티 내지 않는 제목에도 경솔하게 낚인 자신을 탓하는 일은 내 몫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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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씨는 지난 4월 11일에 ’어느 79세 청년의 죽음‘이란 칼럼을 썼다. 언뜻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을 떠올린 것은 내가 과문하고 과민하기 때문이리라. 얼마 전 ‘전태일을 진영에 가두지 말라’고 절규했다는 한석호의 글을 방씨조선일보에서 읽게 된 후유증인지도 모른다. 1946년생 79세 청년은 성공한 사업가였고 공동체와 미래에 대해 걱정하던 순진한 사람이었다고 박 씨는 적고 있다. 그는 민주주의를 지킨다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시위에 꼬박꼬박 나간 것으로 보인다. 그런 그가 3월 7일 정오, 덕수궁 근처 서울도시건축전시관 노천 옥상에서 분신하고 12일 후 사망했단다. 윤석열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종교를 지키려는 자발적 순교였다고 말하는 친구도 있다고 전한다. 문득 군사독재 시절에 청년들이 목숨 바쳐 저항할 때 방씨조선일보가 갈겨대던 말을 돌려주고 싶다. 죽음의 굿판 당장 걷어치워라!
박 씨는 윤석열을 버렸으면 대선이 조금 더 유리해졌으리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단다. 박 씨 스스로 심판의 절차적 정당성을 두고 갑론을박하는 가운데 민주주의는 ‘절차의 전쟁’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는 믿기 어려운 고백도 있다. 최근 대법원장 조희대가 저지른 ‘을사대법란’을 겨우겨우 진압해 가고 있는 민주 시민들은 ‘절차적 정당성’이라는 말에 귀가 번쩍 뜨일 만하다. 세상이 하 수상하니 박 씨 같은 사람에게서도 위안을 얻게 된다.
![]() ▲ 출처=조선일보 © 서울의소리 |
그가 5월 9일에 ‘늙은 보수가 사는 길 ’정치적 사전 증여‘라는 신선한 발상을 뽐냈다. 조금도 티 내려 하지 않는데도 유독 눈길을 끄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위대한 낭중지추(囊中之錐)이기 때문이리라. 아, 그리도 티 내려 하지 않는데도 할 수 없이 드러나는 발칙함이여! 한남동을 지키던 이들에 대한 ’조손시위대‘라는 표현도 산뜻하다. 그들에게서 ’어리석은 행위‘에 대한 처벌도 군중의 기분이 아니라 ’법적 질서‘를 따라야 한다는 것을 배웠단다. 대법원의 법적 질서 문란에 대한 서늘한 죽비로 들린다. 설마 재기가 지나쳐 국민을 향해 총구를 겨눈 용서하지 못할 반역 행위를 어리석은 행위 정도로 말장난하지는 않았으리라. 결국 스스로 국민의 잇단 경고에 거둬들이긴 했지만 대한국민의 뜻을 왜곡하려 했던 법비들의 시도에 이보다 더한 꾸지람은 없으리라.
박 씨는 무엇 하나에 꽂히면 놓아주지 않는 집요함을 갖춘 듯하다. 79세의 청년을 말하던 박씨가 이번에도 나이 만을 중심에 놓고 정치판을 분석하는 데 열중한다.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를 두고 ’늙은 아버지‘와 ’젊은 할아버지‘로 표현하는 발칙한 발상은 크리에이티브 에디터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에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는 청년층이 참전할 이유도 이슈도 없다고 진단한다. 아무리 그래도 ’망상해수욕장에서 스키 타는 소리라는 걸‘이라는 마지막 문장은 발칙을 넘어 발작으로 들린다. 어디서 주워들은 월남스키부대 정도의 창조적인 모방일까? 티 내지 말되 튀어야 한다는 강박의 찌꺼기인 듯하다.
아직도 서늘한 79세 청년의 얘기로 돌아가야겠다. 시민들은 지금도 그가 분신한 장소에 접근할 수 없다. ‘본 도시건축전시관 옥상은 안전관리 차원에서 폐쇄한 상태로, 무단 출입할 때에는 형법 제319조에 따라 처분받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라는 서울특별시 관광정책과의 안내문이 길을 막고 있다. ‘수사 중 출입금지’라며 폴리스라인도 함께 설치되어 있다. 79세 청년이 죽음을 결단한 그 장소가 막혀있음을 보며 박 씨는 무슨 생각을 할까? 혹시라도 언젠가 순교 성지로 많은 사람이 들르는 곳이 되리라는 꿈을 꾸고 있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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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79세 청춘 그의 영혼이 안식처에 이르렀길 빈다. 미래를, 공동체를 생각하는 청년의 마음이 그가 남기고 간 사람들의 마음에 살아있길 바란다. 자기와 생각이 다르면 죽여도 된다고 악을 쓰는 사람들이 그의 순진한 마음을 따라 돌아서길 바란다. 먼저 가신 그처럼 기부, 봉사, 배려를 하며 여생을 보낼 수 있기를 기도한다. 만일 방씨조선일보가 조금의 양심이라도 남아있다면 못된 선동으로 이들이 다시는 광장에서 좌절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박 씨는 어이없이 떠난 이 못지않게 처절하게 살아남은 자들에게도 안식을 허락해야 할 일이다.
‘하늘의 그물은 성기지만 하나도 빠뜨리지 않는다. 진실은 결국 밝혀진다.’ 박은주 씨가 아끼는 말인 듯하다. 12.3 내란 세력을 비호하느라 광분하는 방씨조선일보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일본제국주의에 충성을 다하고 독재 정권과 한편이 되어 민주주의를 훼손하고도 아직 처벌을 받지 않았다. 새로운 민주 정부를 세우고 내란 특검법을 통해 방씨조선일보의 죄를 반드시 물어야 한다. 진실은 결국 밝혀진다. 사필귀정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진리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다시 방씨조선일보는 폐간과 처벌만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