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출처=SNS 갈무리 © 서울의소리 |
토마스 스턴스 엘리엇은 미국계 영국인으로 시인이자 극작가이며 문학 비평가다. 그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이며, 영문학에서는 가장 위대한 문학인 중 한 사람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의 작품들은 전 세계 모든 대학교의 영문학과에서 교과서처럼 쓰이는데, 그의 대표적인 시가 바로 황무지이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망을 뒤섞어,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황무지라는 시의 일부이지만 대중들은 대체로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시구를 많이 기억하곤 한다. 거칠고 메마른 땅에서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기 위한 몸부림으로 엘리엇은 4월을 표현했지만, 우리가 맞이하는 4월은 언제나 혹독한 추위 속에 땅이 얼어붙고 생명을 부여잡은 뿌리는 말라 비틀어져 기대도 희망도 찾을 수 없을 만큼의 절망이 가득한 계절이기도 하다.
1948년 4월은 제주에서 끔찍한 민간인 학살이 일어났다. 3·1절 기념 행사에서 기마경찰이 어린 아이를 다치게 하고 사과도 없이 도주하는 바람에 일어난 작은 소동에 항의하는 주민들을 폭도로 몰아 경찰이 민간인을 향해 발포한 사건으로 확산되었다. 이 사건으로 수만 명의 양민이 경찰과 군인 그리고 서북청년단에 의해 즉결 처형이라는 이름으로 학살되었다. 무려 7년 7개월간 계속된 사건이다.
1960년 4월은 부정선거에 항의하던 학생이 경찰이 발포한 최루탄이 눈에 박힌 채 마산 앞바다에서 발견되면서 국민적 분노가 전국을 덮치며 결국 4·19 혁명이 일어나기도 했다. 당시 이승만은 사퇴를 거부하다가 결국 시민들의 거센 항쟁으로 하야 후, 하와이로 도망쳐 그곳에서 자연사했다. 독재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못한 혁명은 결국 또 다른 독재로 이어지는 비극이 되었다.
2014년 4월은 수학여행으로 기쁨에 들떠있던 학생들이 차디찬 바다에서 목숨이 물에 잠긴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으로 무려 304명의 고귀한 생명이 세상을 하직했다. 사건에 책임 있는 자들은 진실을 숨기기에 급급했다. 아직도 세월호 사건은 왜 침몰했는지, 왜 구조하지 않았는지, 대통령은 7시간동안 뭘 했는지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는 채 11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말았다.
2025년 4월, 내란의 주동자 윤석열은 파면되었지만 그 당은 아직 반성도 사과도 없이 대통령 선거에 후보를 내겠다며 경선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하며 정당 해산으로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아야 할 정당이 다시 집권을 하겠다며 벼르는 것은 처벌받지 않은 살인자가 다시 연쇄 살인범이 되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4·19 혁명 기념일을 앞두고 있다. 의미있는 혁명을 기념하기보다 각 정당들이 대선 행보에 맞춰 달리는 일이 급선무가 되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결코 4월을 잊을 수 없고 잊어서도 아니 된다. 4월에 희생된 그 안타까운 선혈과 그 무고한 생명을 기리기 위해서라도 우리에게 4월은 더 이상 잔인하지 않는 계절이어야 하며 그 모든 진실과 정의를 꽃피우는 4월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