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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당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과 통화한 정치인 체포명단을 정리해서 기록한 메모. MBC 갈무리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조태용 국정원장, '조선일보' 사설을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홍 전 차장은 "가만히 있으니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것으로 느껴졌다"라며 인터뷰 이유를 밝혔다.
홍 전 차장은 지난 14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자신을 빨갱이라고 비난하는 윤 대통령 극렬 지지자들을 향해서 "본명도 제대로 못쓰는 블랙요원으로 빨갱이를 잡는데 평생을 보냈다"라며 "내가 소위 말하는 골수, 꼴통 보수"라고 받아쳤다. 특전사 707 출신인 홍 전 차장은 1980년대 국가급 대테러 최정예 특수부대인 707특수임무단에서 중대장을 역임했다. 그는 이 경험이 윤 대통령의 정치인 체포명단 지시를 폭로하게 되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앞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8차 변론기일(13일)에서 윤 대통령 측과 조태용 국정원장은 홍 전 차장의 체포명단 진술 신빙성을 흔드는데 주력했다. 이날 윤 대통령 측과 조 원장은 "홍 전 차장 메모는 4개의 버전이 있다"라며 "계속 수정돼 신빙성이 떨어진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과정을 지켜본 홍 전 차장은 "그동안은 대통령과 국정원장의 대척점에 있는 것이 두려웠지만 그런 마음이 사라졌다"라고 털어놨다. 계엄 이후 윤 대통령에게 체포 대상자 명단을 들었다고 폭로한 뒤 자신에 쏟아진 비방을 두고 “앉아 있는 사람 바보로 만드는구나. 눈 뜨고 코 베이는 세상이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홍 전 차장은 "이 사람들도 다 사람이구나. 쉽게 말하면 '내가 살겠다'라고 하는 부분으로 모든 부분에 그림을 그리고 있구나. 저는 대통령이 거짓말한다 공개적으로 그런 생각을 지금까지 한번도 해보지 않은 거 같다"라고 말했다.
이날 홍 전 차장은 직접 메모 원본을 들고 나와 보여주며 정리 과정에서 달리 적었을 뿐이지 내용은 같은 사실상 '하나의 체포 명단'이라고 강조했다. 또 "거의 같은 체포 명단이 방첩사와 경찰에서도 확인돼 교차 검증 되었다"라며 "그런데도 메모 신빙성을 공략하는 건 다른 기관과 달리 윤 대통령이 자신에게 '싹 다 잡아들여'라는 지시를 직접했기 때문으로 본다"라고 분석했다.
특히 홍 전 차장은 "오히려 계엄 당일 자신에게 보고를 받았던 조 원장의 증언이 때마다 바뀌고 있다"라며 "생거짓말을 한다"라고 직격했다. 그는 "헌재에서 저렇게 생으로 거짓말하는 거 보니까‥생으로 거짓말 하는 거죠. 지금 방금 말을 도대체 몇 번 바꾼 건가?"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인사 청탁설, 공작금 유용설,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친분설 등에 대해서도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했다.
홍 전 차장은 또 “제가 이번에 굉장히 충격적으로 느낀 부분”이라며 “아버님이 매일 조선일보만 보셨다. 저도 조선일보만 보기 때문에 2대째 구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대조선일보가 오늘 조선일보 사설에 홍장원 메모 작성 시간 장소 모두 거짓이라고 한다. 11시6분에 직무실에 있었다. 11시6분에 관저에 있었다. 이 부분에 착오가 있으면 모두 거짓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조선일보는 지난 14일 <'홍장원 메모' 작성 시간·장소 모두 거짓, 진위 밝혀야> 제목의 사설에서 홍 전 차장 메모에 대해 불신을 피력했다.
조선일보는 사실상 대놓고 대통령과 국정원장 측 편에 선 셈이다. 오는 20일 열리는 탄핵심판에 재차 증인으로 채택된 홍 전 차장은 헌재에 출석해 다시 한 번 있는 그대로 말하고 나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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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조선일보' 사설
김규완 전 CBS 논설실장은 지난 15일 TV조선 '강적들'에서 "홍 전 차장은 굉장히 억울해한다. 이 분의 아버지는 해군 제독이고, 이 분은 오랜 기간 대북공작요원으로 활동해 왔다"라며 "누가 봐도 뼛속까지 보수인 사람을 '민주당의 프락치' '탄핵의 부역자' 이런 분위기로 몰아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홍 전 차장의 메모에 대해선 "너무 구체적인 명단이 사람들로 하여금 계엄을 실감하게 하는 것"이라며 "한동훈 까지 집어넣었으니 너무 정치적인 계엄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홍 전 차장과 45년 지기라는 홍창성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조선일보는 철학만 없는 줄 알았더니, 역시 영혼도 이미 오래전에 팔어먹은 것 같다. 이래서 우리는 조중동과 한경오를 두루 읽어야 한다. 이 사설에서 지적하는 메모지와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는 홍 전 차장이 이미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잘 반박했다"라며 4가지 예시를 들었다.
1. 조선일보 사설에서 "계엄 직후 홍 전 차장은 박선원 의원과 연락했다."고 하는데, 박 의원은 그 문자 내용이 문제의 메모지와는 아무 관련 없다고 이미 오래전에 해명했다. 박의원이 홍 전 차장에게 연락한 사실만으로 민주당과 모종의 공작이 있었다고 몰아가려는 치졸한 의도로 쓴 문장이다.
2. "이날 조 원장은 홍 전 차장이 박선원 등 민주당 의원에게 “7차례 인사 청탁을 했다”고 진술했다." 박지원 의원은 홍차장이 그런 적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박선원 의원도 그런 적 없다면서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분노했다. 그런데도 이 사설은 조태용 원장이 그렇게 진술했다고만 전하며 독자 마음에 공연히 의심을 일으키게 만들려 한다. 뻔한 술수다. 나쁘다.
3. "박 의원은 지난달 12일 “홍 차장이 (여인형) 방첩사령관과 통화할 때 목소리를 크게 하니까 옆에서 보좌관이 (체포 명단을) 받아 적었다”고 했다. 그런데 홍 전 차장과 당시 방첩사령관이 통화할 때 보좌관은 옆에 있지도 않았다." - 이것은 홍차장이 아니라 박선원 의원이 한 말인데, 그것으로 홍차장 진술 신빙성에 물타기를 하려는 시도다. 박 의원이 상황을 잘못 이해했을 수도 있을 텐데, 그것이 왜 홍차장의 잘못인가?
4. "홍 전 차장은 방첩사령관이 이재명·한동훈 등 체포자 명단을 불러줬다고 주장하지만, 방첩사령관 측은 헌재에서 “홍 전 차장에게 ‘체포’라는 말을 쓴 기억이 없다”고 했다." - 분명히 기억하는 홍차장 말은 의심하면서, 불리하면 기억이 없다거나 불분명하다는 여인형 방첩사령관의 말은 신뢰한다. 우습다. 게다가 당시 방첩사 요원들은 체포조를 만들어 다니고 있었다. 무슨 코메디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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