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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이진우, 여인형 등 군수뇌부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단계적 증거인멸이 드러났다. 법조계에선 이들이 조직적으로 증거인멸을 시도하며 윤석열 대통령과 자신들의 혐의를 축소하려고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이 수행장교에게 윤 대통령의 국회 진입 지시 내용이 담긴 차량 블랙박스 기록을 삭제하라고 했다는 진술을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가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또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정치인 체포조 관련 가짜 메모 등 물증 파기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포고령 작성 노트북 파기 지시 진술도 확보했다.
검찰 수사기록에서 이진우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6일 자신을 수행하는 장교 A씨에게 계엄 당시 같이 탔던 카니발 차량의 블랙박스 기록을 들여다보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A씨를 불러 조사하면서 “이진우는 블랙박스를 확인해 보라고만 지시를 내렸나, 아니면 블랙박스를 정리했으면 좋겠다고 지시를 했나?”라고 물었고, A씨는 “저는 받아들이기에 (블랙박스를) 없애야 한다고 느꼈다”라고 진술했다. 실제 A씨는 블랙박스 기록을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사령관은 계엄 당일인 지난해 12월 3일과 다음 날 새벽 A씨와 함께 이 차량을 타고 윤 대통령과 4차례 비화폰으로 통화했다. A씨는 검찰 조사에서 당시 윤 대통령이 이 전 사령관에게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군 비화폰에 '대통령님'이 떴고, 사령관이 '충성, 대통령님' 하며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 전 사령관이 답하지 않자 “어? 어?”라며 다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대통령이 갈 데까지 갔구나, 충격을 받았다"라고 했다. 국회에서 계엄 해제요구결의안이 가결된 뒤에도 윤 대통령은 "해제됐다 해도 2번, 3번 계엄령 선포하면 되니까 계속 진행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스피커폰이 아닌데도 밀폐된 공간이라 통화 내용이 차량 내부에서 고스란히 들렸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 전 사령관이 블랙박스 삭제를 지시했다는 게 A씨의 진술이다. 이 전 사령관은 검찰 조사에서 “A에게 확인해 보라고 했고, 블랙박스를 지우라고 하지는 않았다”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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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갈무리
검찰 “여인형 증거 인멸 지시” 진술도 확보
'경향신문'에 따르면 비상계엄 사태 당시 주요 인사 체포조 활동을 주도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계엄 해제 뒤 부하들에게 방첩사 활동에 관한 ‘가짜 메모’를 작성해 수사기관 압수수색에 대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여 전 사령관 휘하에 있던 방첩사 간부들을 조사하면서 이런 진술을 확보했다. 방첩사의 출동이 체포 목적이 아닌 것처럼 메모를 작성해 뒀다가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에서 확보하도록 함으로써 진실을 가리려 했다는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은 당시 체포 대상자 명단을 적은 메모를 수거해 폐기했는데, 이후 부하들은 기억을 되살려 명단을 복원한 사실도 드러났다. 여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후인 오후 11시쯤 김대우 당시 방첩사 수사단장(준장)에게 “김용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받은 명단”이라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 등 14명을 불러준 뒤 “신속하게 체포해 수도방위사령부 B1 벙커 구금시설로 이송하라”고 지시했다.
실제로 방첩사는 지난해 12월4일 오전 0시25분쯤 수사관 5명으로 구성된 1조를 이 대표 체포조로 국회로 출동시킨 것을 시작으로 오전 1시5분쯤까지 총 10개조, 49명을 국회로 보냈다. 방첩사 간부들은 ‘1조가 이 대표, 2조가 한 전 대표를 축차 검거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았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우선 순위에 따라 체포를 진행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뜻이다.
여 전 사령관은 이튿날 체포 대상자 이름이 적힌 메모들을 전부 수거하도록 지시해 폐기했다. 또한 ‘방첩사가 전날 밤 국회로 출동한 이유를 허위로 작성해 압수되도록 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 특수전사령부, 수도방위사령부 등의 국회 작전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의 출동이었던 것처럼 가짜 메모를 작성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두고 여 전 사령관이 방첩사의 체포조 활동이 위법하다는 사실을 알고 체포 목적으로 출동한 사실을 은폐하려 한 것으로 의심한다.
이후 방첩사 간부들은 김 준장에게 허위 메모 작성 등 지시에 따를 수 없다며 집단으로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간부들은 김 준장과 함께 폐기된 메모에 적었던 체포 대상자 명단을 복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 우 의장, 한 전 대표 등 14명은 서로 기억이 일치했지만,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권순일 전 대법관은 일부만 기억해냈다고 한다. 방첩사 간부들이 복기한 명단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 후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전화로 체포 대상자를 들었다는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메모와 대부분 일치한다. 검찰은 이러한 이유로 홍 전 차장 메모의 신빙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김용현 전 장관도 검찰 조사에서 “포고령 1호를 작성한 노트북을 없애라고 (측근에게) 시켰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장관의 지시를 받은 측근 양모 씨는 “김 전 장관이 시켜 망치로 노트북을 부쉈다”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윤 대통령 등의 공소 유지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윤 대통령과 군 수뇌부의 내란 혐의를 입증할 진술과 물증을 다수 확보했기 때문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인은 “군 수뇌부가 증거인멸 행위를 하면서 오히려 내란 혐의만 더 짙어졌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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