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출처=연합뉴스 © 서울의소리 |
윤석열이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 출석해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원을 체포하고 의사당에서 끌어내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지 않았다며 ‘호수 위에 달그림자 쫓아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군이 국회의사당에 진입했지만 국회의원들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제지하지 않았다는 결과론을 근거로 자신의 내란 혐의를 부인한 것이다. 윤석열의 이와 같은 발언에 대해 극우 층에서는 시인의 면모가 풍긴다며 환호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지도 했다.
윤석열이 말하는 달그림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니 실체가 없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그의 계엄령 선포를 전 국민이 지켜보았으며 국회로 쳐들어가는 계엄군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시청한 국민들이 있다. 또한 군인들이 헬기에서 내리는 장면과 국회의 창문을 부수는 장면 등이 고스란히 방송을 탄 바 있다. 유혈 사태가 없었다고 계엄령을 부정할 수는 없으며 이것은 윤석열이 계엄령을 선포했지만 계엄의 목적 달성에 실패했다 하여 내란죄가 아니라는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중국 역대 최고의 시인이라고 불리는 이태백(이백)은 호수 위에 떠 있는 달을 잡기 위해 뛰어들었다가 물에 빠져 사망했다는 일화가 있다. ‘호수 위의 달그림자’라는 의미는 달은 호수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 있는 것인데, 자신을 잡기 위해 호수에 뛰어들다가 죽을 수도 있다는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감옥에 갇혀 있으면서도 자신이 탄핵되지 않고 풀려날 수 있을 것이라는 일종의 환상을 갖고 있는 윤석열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윤석열이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이 있다. 그 하나가 부정선거이다. 이는 아주 오래전부터 황교안과 민경욱 중심으로 극우들이 주장하는 프레임이다. 하지만 부정선거가 있었다면 윤석열은 어떻게 당선되었으며 대선 이후 실시되었던 2022년 지방선거는 어떻게 그들이 압승할 수 있었을까. 극우 층에서는 부정선거가 없었다면 윤석열이 대선에서 더 압승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만일 부정선거가 있었다면 이재명 당선으로 설계해야 하는 것이 상식적인 주장 아닌가. 그리고 2022년 지방선거 중 특히 경기지사 선거에서 패배한 것을 두고 부정선거라고 하지만 경기도는 이미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이루어 놓은 업적이 많고 또한 민주당 강세 지역인 부천 지역에서 김동연 후보에게 몰표가 나오는 바람에 선거 결과가 민주당의 승리로 끝난 것이다. 16개 광역선거 중 11개 지역에서 압승하고서는 경기지사 선거 패배를 두고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 중에서도 억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윤석열은 법원 폭동을 선동하거나 비호한 정황이 있다. 특히 서부지방법원 폭동사건을 선동한 인물로 전광훈과 함께 윤석열이 의심을 받고 있으며 폭동에 참여한 자들을 애국지사라며 김용현을 통해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12.3 내란 사태 이후 윤석열은 체포와 구속을 계속 거부한 상황에서 지지자들의 폭동을 유도한 정황이 전개되었다. 법조인 출신인 대통령이 법치를 불신·불응하면서 사회에 끼친 해악은 상당하다. 법원 폭동은 시작에 불과할 수 있으며 내란죄 형사 재판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까지 참담한 사태가 이어지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는 상황이다. 극렬 지지층의 선동을 통해 자신이 다시 대통령직에 복귀하려는 의도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윤석열이 실체가 없다고 말하면서 주장하는 내란죄는 오직 윤석열의 주장일 뿐이다. 오히려 그가 주장하는 내란죄 부인과 더불어 부정선거와 법원 폭동 선동에 대해 달그림자를 말하기 전에 국민들 앞에서 무릅꿇고 사죄해야 하며 모든 처벌을 달게 받겠다고 말하는 것이 올바른 처신이다. 과거 박정희의 유신을 무너트렸던 김재규 장군은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 부하들은 내 명령에 따랐을 뿐 아무런 죄가 없다”라고 말하며 리더다운 모습을 보인 바 있으나 윤석열에게는 이런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세계의 극우 폭력 사례를 보면 극우 정치지도자들이 직접적으로 ‘폭동을 일으켜라, 타격해라’라고 지시하지 않는다. 교묘하게 조장만 하고 빠지면서 법적 책임은 폭도들만 지게 된다. 특히 그러한 폭동 사태가 문제가 되면 나는 폭력을 선동하지 않았다고 발뺌하기도 한다. 윤석열은 달그림자를 운운하기 전에 리더다운 모습을 보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