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걸 이전투구(泥田鬪狗)라고 해야 할지, 암중모색(暗中摸索)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국힘당에서 때 아닌 당원 게시판 논란이 일고 있어 하는 말이다. 보도에 따르면 한동훈 가족 이름으로 윤석열 부부를 비방한 글이 당원 게시판에 수백 개 올라와 논란이 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누가 한동훈 가족 이름을 빌려 윤석열과 김건희를 비방했을까? 경우의 수는 다음 네 가지다.
(1) 국힘당 당원 중 윤석열을 지지하는 반한 세력이 글을 올렸을 경우
(2) 국힘당 당원 중 한동훈을 지지하는 반윤 세력이 글을 올렸을 경우
(3) 실제로 한동훈 가족이 당원에 가입하고 글을 올렸을 경우
(4) 야당 세력이 국힘당원에 가입하고 국힘당을 분열시키기 위해 글을 올렸을 경우
정황으로 봐 (1)이 가장 가능성이 높다. 극우 유튜버 대부분이 한동훈을 공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한동훈을 당에서 축출하고 새로운 당대표를 임명하려 할 수 있다. 국힘당 지도부에서 유튜버들을 지목해 고발할 것이라 엄포를 놓은 이유도 거기에 있어 보인다.
(2)도 가능성이 있다. 한동훈은 극우 유튜버들 사이에선 인기가 없지만 당원들 사이에선 인기가 높아 당대표까지 되었다. 특히 원외 지역 위원장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따라서 이 그룹에서 누군가 팀을 짜 윤석열 부부를 비빙하는 글을 올렸을 가능성이 있다.
(3)은 가능성이 가장 낮다. 왜냐하면 한동훈과 그 가족이 아무리 윤석열 부부를 미워한다고 실제 이름으로 당원에 가입하고 그런 글을 쓸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수사를 통해 진짜 가족임이 밝혀지면 그 즉시 한동훈이 당대표에서 물러나야 하는데, 과연 그런 무모한 짓을 할 수 있을까?
혹시 야당에 덮어씌우기?
필자가 주목한 것은 (4)다. 즉 수사해 보니 국힘당에 침투한 야당 지지자들이 벌인 음모라고 덮어씌울 수 있는 것이다. 야당 중 소위 ‘수박’으로 불리는 반명 세력들이 민주당의 도덕성에 타격을 주기 위해 팀을 짜고 그와 같은 수작을 벌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수사 결과 그 글을 쓴 사람이 대부분 민주당 당원들이라는 게 밝혀지면 언론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명태균 논란이 언론에서 잠시 사라질 수 있다. 혹자는 설마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겠는가 하고 의심하겠지만, 없는 죄도 만들어 내 정적들을 죽인 실력이 어딜 가겠는가?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이나 고발사주 사건, 그리고 대북송금 사건만 봐도 수구들은 모해위증으로 사건을 뒤집은 경우가 많았다. 제발 아니길 빌지만, 그런 생각으로 꾸민 음모라면 지금이라도 포기하길 바란다. 음모는 또 다른 음모를 낳고 진실은 언젠가 밝혀지기 때문이다. 즉 역풍으로 망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당무감사로 진실 밝혀질까?
당원 게시판이 논란이 되자 국힘당은 ‘당무감사’라도 해서 실체를 밝히자는 측과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 가지고 당무감사를 하면 오히려 역풍이 불 거라는 세력이 서로 부딪치고 있다. 당원 게시판은 원래 당원들이 하고 싶은 말을 올리는 곳인데, 이를 처벌하면 반발이 심할 거라는 것이다.
일단 국힘당은 논란을 재생산한 유튜버 등에 대해 고발 조치를 예고했고, 경찰도 수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국힘당 당원 게시판은 당원으로 가입해야 하고, '본인 인증'을 완료해야 글쓰기가 가능하며, 글쓴이가 성을 제외하고 익명으로 표시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시스템상 최근까지 글쓴이의 성과 이름을 함께 검색하면 게시글이 노출되는 허점을 보였다.
한동훈의 가족은 아닌 듯
국힘당 지도부는 한동훈 가족이 직접 글을 작성했을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힘당에서 확인한 결과 문제의 글을 작성한 '한○○' 중 한동훈과 같은 1973년생은 없었다고 한다. 따라서 누군가 한동훈과 그 가족의 이름을 도용해 글을 올린 것 같은데, 그 실체가 누구냐가 문제다.
만약 한동훈을 반대하는 극우 유튜버들이 올린 글이라면 국힘당은 심한 내분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당이 분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단 논란 정리 방안 마련을 사무총장에게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예찬, 또 한동훈 공격
문제는 한동훈 가족이 윤석열 부부를 비방했다는 소문이 올라온 사이트에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홍준표 대구 시장은 SNS에 "모용이라면 모용자를 색출해 처벌하고 사실이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외쳤다.
한편 한동훈 저격수로 불리는 장예찬은 글을 올린 사람들이 한동훈 가족임을 적시하고 맹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수사 결과 한동훈 가족이 아닌 것이 밝혀지면 장예찬은 입지가 곤란해져 차기도 도모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재명 대표 1심 앞두고 벌어진 일이라 더 수상
한 가지 의심이 든 것은 이 사건이 이재명 대표의 1심 선고(15일과 25일)를 앞두고 벌어졌다는 점이다. 국힘당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심 선고 등을 앞두고 당 내부의 결속을 해치는 요소는 신속히 정리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결책으로는 '당무감사'가 거론된다. 그러나 당내에서도 반대가 많아 당무감사가 실제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한 여당 관계자는 "당무감사의 대상은 당원"이라며 "실제 글쓴이나 도용자가 당원이 아닌 경우 조사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여러 정황으로 봐 이번 사건은 국힘당의 내부 분란으로 보인다. 보도는 잘 안 되고 있지만, 국힘당원들은 친한파와 친윤파로 갈리어 날마다 으르렁거렸다. 특히 극우 유튜버들은 한동훈을 제거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민주당도 한때 친명과 반명 사이에 그런 글들이 오갔다. 다만 국힘당이 지금의 내부 분란을 야당에 뒤집어씌우지 않기를 바란다. 어쨌거나 지금 국힘당은 분열하고 있다. 한동훈은 결국 당에서 축출되고 말 것이다. 오세훈이 국힘당 중진들은 만난 이유가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