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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총선이 남긴 진짜 의미와 경고 메시지
의미 없었던 한동훈의 등장...‘尹·韓’ 서로에 총구 겨눌 것
선데이저널 2024.04.11 [15:37] 본문듣기

 

한국 시간으로 4월 10일 치러진 22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을 포함한 범야권이 190석에 육박하는 의석수를 가져가는 압승을 거뒀다. 국민의힘은 개헌저지선을 간신히 넘어서는 성과로 만족할 수 밖에 없는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야권의 승리라고 말하지만 21대 총선과 비교해서 정국이 크게 달라질 것은 없어 보인다. 이번 총선에서 중요한 것은 야당이 개헌선인 200석을 넘느냐 아니면 국민의힘이 과반을 넘느냐의 문제였을 뿐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현재 상황과 달라질 것이 없다. 야당이 압도적 의석수를 가지고 김건희 특검법 등을 발의하면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고, 이것이 국회로 돌아오면 재의결해서 부결되는 일이 3년 간 반복될 것이다.

따라서 이번 선거는 그 결과 자체로만은 별의미가 없다. 오히려 이번 선거는 국민의힘 내부의 자중지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특히 총선 전 사사건건 부딪혔으나 총선 승리를 위해 잠시 미뤄뒀던 윤 대통령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간의 갈등이 점화되며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두 사람은 서로의 약점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여권에 더 큰 상처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단순하게 계산해보면 이번 총선은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이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합쳐서 약 190석에 가까운 의석을 확보한 것은 헌정사상 유례없는 일이다. 집권 3년 차에 치러진 중간평가 성격의 총선에서 여당이 이런 격차로 참패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22대 국회에서도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의석수가 많은 여소야대 구도가 이어지게 됐다. 22대 총선 투표율은 67.0%로, 1992년 14대 총선(71.9%) 이후 32년 만에 역대 총선 중 가장 높았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따지면 민주당의 승리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국회법 등에 따르면 재적의원 3분의 2에 해당하는 200석 이상을 차지할 경우 개헌, 대통령 탄핵소추,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무력화, 국회의원 제명 등을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총선 유세 기간 내내 전국을 돌며 “200석을 막아 달라, 대한민국을 무너뜨릴 것”이라며 70차례 이상 외쳤다.

180석이 무의미한 까닭

범야권이 200석을 차지할 경우 그동안 대통령이 행사했던 거부권도 무의미해질 수 있었다. 대통령이 거부한 법안도 국회에서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다시 의결하면 그 법률안은 법률로 확정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으로 막아 왔던 쌍특검법(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의혹 특검법, 대장동 50억클럽 특검법), 이태원참사특별법, 양곡관리법 등도 모두 통과될 수 있게 됐었다. 하지만 10여석 차이로 200석 확보가 물 건너갔기 때문에 이런 가정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됐다. 여소야대의 지금 정국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김건희 여사도 하고 싶은 대로 나대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3년은 지난 2년 간 벌어진 일이 그대로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범야권이 단독으로 180석을 차지할 경우 범야권의 도움 없이도 국회선진화법 중 하나인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법안을 올려 단독 처리가 가능하게 됐다. 다수당의 법안 일방 처리를 막기 위해 만든 국회선진화법 중 하나인 신속처리안건으로 법안을 올려 단독 처리가 가능하다. 또 상대 당이 법안 반대를 위해 벌이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24시간 내에 강제로 종료시킬 수 있게 된다. 사실상 개헌·대통령 탄핵·국회의원 제명을 제외한 모든 국회 권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민주당과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180석을 차지한 바 있다. 민주당은 범야권이 200석을 넘기지 못하더라도 180석만 넘기면 검찰개혁 공약 등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해 의결할 수 있게 된다. 재적의원의 과반인 151석 이상을 민주당이 차지하면 국회의장직을 확보할 수 있다.

국회의장은 다수당이 차지한다는 명문화된 규정은 없지만 투표를 통해 당선되기 때문에 출구조사 결과대로 확정된다면 민주당의 차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예산안을 비롯한 본회의 상정 각종 법안 처리, 국무총리·헌법재판관·대법관 임명동의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임명권도 갖게 된다. 주요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장 자리도 과반 정당의 몫이다. 22대 국회 원 구성 협상에 접어들면 주요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야당이 싹쓸이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관례상 국회의장을 내지 않은 당에서 맡아 왔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두고 치열한 신경전도 예상된다.

의미 없었던 한동훈의 등장

오히려 주목할 만한 것은 여권 내부의 싸움이다. 그 이유는 이번에 국민의힘이 받아 든 성적표가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패배인지 혹은 현 정권의 패배인지 애매모호하기 때문이다. 한 위원장 입장에서는 개헌저지선을 무너지는 것을 막았다고 내세울 수 있고,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한 위원장이 대통령실과 갈등을 일으켜 집토끼를 잡지 못했다고 비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정치에 뛰어든 뒤 여권의 유력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던 한 위원장은 당장은 총선 성적표와 별개로 당에 남아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이 이번 총선 책임이 윤석열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에 있다는 입장을 보이며 물러나지 않을 경우 윤 대통령 간 ‘윤-한 갈등 시즌 2’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당도 용산도 총선 패배 책임을 면하기 위해선 서로에게 책임을 미룰 수 있는 상황이란 의미다. 한 위원장은 10일 오후 민주당 단독 과반에 더해 민주당과 민주당이 주도해 만든 더불어민주연합과 조국혁신당 등이 개헌선인 200석에 육박할 수 있다는 방송 3사 출구조사가 발표된 직후 “국민의힘은 민심의 뜻을 따르기 위한 정치를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출구조사 결과가 실망스럽다. 끝까지 국민의 선택을 지켜보겠다”며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개표 결과 국민의힘이 개헌저지선인 100석을 넘어 110석을 전후한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나름 선방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한 위원장은 총선 국면에서 총선 결과와 관계없이 정치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여러차례 밝혀왔다. 그는 지난달 25일 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총선 이후 거취’에 대해 “공적인 영역에서 공적인 봉사를 하면서 여생을 살 생각”이라며 “정치를 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충남 당진 전통시장을 방문해선 “제가 선거가 끝나면 유학을 갈 거라고 아침에 누가 그러더라. 저는 뭘 배울 때가 아니라 공적으로 봉사할 일만 남았다”며 총선 후 유학설을 일축했다.

당 지도부 인사는 “한 위원장도 TK 의원들이나 당권에 도전하는 중진들 사이에서 자기 정치 내공을 쌓아 나가야 하지 않겠나”라며 “아직 대선까지 3년 남았는데 순탄하게 꽃길만 걸을 순 없다. 온갖 거친 시기를 겪어야 될 것”이라고 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한동훈이 빠지면 누가 당을 재건하겠나. ‘대구·경북(TK)판 자민련’으로 가겠다는 건가”라고 말했다.

‘尹·韓’ 서로에 총구 겨눌 것

따라서 총선 패배 책임론을 두고 윤-한 갈등이 새로운 양상으로 본격화 될 가능성이 크다. 한 위원장이 당권을 쥐고 가려면 윤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그 여론을 동력으로 삼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 위원장은 취임 이후 이어진 윤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리더십과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 오기와 독선에 따른 불통 논란에 중도층이 등을 돌린 것을 선거 참패의 원인으로 꼽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디올백 수수 논란, 이 전 대사 논란 등이 이어지며 민심이 이반했다는 것을 지적할 수 있다.

두 사람은 이미 김건희 여사 디올백 수수 의혹 문제 등을 다루면서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 사이가 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 선후배로 다졌던 끈끈한 관계가 한참 틀어질 대로 틀어진 셈이다. 반면 대통령실은 여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한 위원장이 요구했던 이종섭 호주 대사 사퇴, 의료개혁 대화 등을 모두 수용한 만큼 한 위원장의 책임이 크다는 기류다. 따라서 대통령실은 총선 이후 있을 여당 전당대회에서 어떤 식으로든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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