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만 열면 공정을 떠들어대는 ‘윤석열-한동훈’ 두 사람에게 가장 치명적인 질문은 다름 아닌 표절 의혹이다. 야당에서 누군가가 한동훈에게 김건희의 숙명여대 석사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서 묻는다면 아마도 “대학에서 조사 중일 것”이라는 답변만 둘러대고 말 것이다. 하지만 이미 김 여사의 논문은 교수들 및 전문가들의 표절율을 조사한 결과 2/3가 표절이라고 단호하게 대답한다. 대학 측이 살아있는 권력의 후환이 두려워서 표절을 표절이라고 결론내지 못하는 것뿐이다.
툭하면 ‘내로남불’이란 표현을 쓰는 한동훈이 형수이자 영부인인 김 여사의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서 똑 부러지게 답하지 못하는 이유는 총선 전에 불거졌던 윤대통령과 갈등이 빚어서는 안 돼는 이유도 있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자신의 딸의 논문 표절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 MIT에 입학한 한 위원장 딸의 논문표절과 입시 스펙 쌓기 의혹은 불법과 편법 선상에 서 있다. 이미 본인들이 논문을 스스로 철회하는 기괴한 행동까지 자행했다. 이를 두고 검경이 수사력을 총동원해 논리를 만들면 유죄가 되는 것이고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그냥 ‘혐의 없음’이 되는 차이다. 학계에서는 만약 검찰과 경찰이 조국 수사 당시처럼 수사력을 총동원한다면 한동훈 딸의 입시비리 내지 적어도 표절 의혹은 99% 유죄가 나올 것을 확신하고 있다. 한동훈 위원장 딸의 논문표절 의혹과 과정들을 <선데이저널>이 철저하게 파헤쳐 보았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당시 법무부 장관 한동훈의 딸 한유진(미국명 Alex Eugene Han)은 지난해 세계적 명문 공대인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에 합격했다. 한양은 지난해 4월 9일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사진과 함께 합격 사실을 올렸다. 문제는 2022년 부친인 한동훈이 법무부 장관 청문회를 앞두고 정당하지 못한 방식으로 스펙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그가 쓴 논문의 대필 논란, 표절 논란, 스펙 부풀리기 논란이 불거지자 당시 한동훈 장관후보자는 “입시에 사용 안 했고 사용할 계획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자 미주의 맘카페 회원들을 중심으로 최대 청원 사이트(change.org)에 MIT 낙방 청원이 올라갔다. 현재도 이 청원은 해당 사이트에서 검색이 되며 5만 명이 넘게 청원에 동의했다. (별지 사진1 참조)
<MIT shouldn̓t be a playground for cheaters>이라는 제목의 청원은 한동훈 딸이 논문을 표절하고 논문 대필한 의혹이 있으며 본인의 능력이 아닌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비윤리적으로 스펙을 쌓았으니 MIT가 조사를 한 뒤 입학을 취소해야 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학술저널에 발행된 한유진 양의 논문 상당수가 표절이라는 의혹, 그리고 약탈적 저널에 실렸다는 의혹이다. 논란이 거세게 일자 바로 그가 발행한 논문 대다수가 저널 홈페이지에서 이미 삭제된 것이 확인됐다. 학계에서 발행된 논문이 삭제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보통 표절 문제가 있거나, 학력 사칭으로 저자 자격에 문제가 있을 때만 삭제가 된다. 그는 약 10개 정도의 논문을 썼는데 고등학생이 이런 식의 논문을 쓴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주제에 대해 논문을 작성했다.
논문 대부분 삭제
이를두고 미씨쿠폰에서는 <<다들 아이비리그 입학을 두고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하는데 왜 그런지 이제야 납득이 가네요. 학교성적에서 탑이고, SAT(미국 대입 수학능력시험), ACT(미국대학 표준능력검증시험) 만점을 받고 학교 클럽, 봉사 죽도록 해도 안 되는 이유를요. 이렇게 레오나르도 다빈치급으로 머신러닝, 의학, 철강산업, IT 관련 다양한 주제로 논문을 10개 정도 써야 들어갈 수 있었던 거예요.>>라고 논문 작성에 대해 의구심을 보였다. 10개 논문은 대부분 삭제가 됐다.
예를 들어 ‘INDUSTRY 4.0 AND FUTURE OF KOREAN STEEL SECTOR(인더스트리 4.0과 한국 철강산업의 미래)̓라는 논문은 2021년 2월에 한 저널에 실렸지만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이 논문은 한국 철강 산업의 디지털화로 인한 생산 공정의 최적화, 그리고 철강 산업의 전망에 대해 쓴 것이다. 그런데 저널에는 이 논문의 철회 이유로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Due to the author̓s privacy reasons, a decision has been taken for the article̓s retraction and removal.” 논문을 출판한다는 것은 논문의 내용과 그에 대한 비판까지도 저자가 모두 책임진다는 뜻인데, 저자의 프라이버시를 핑계로 논문을 철회한다는 것은 듣도 보도 못한 얘기다. 논문 철회는 학계에서 사형 선고에 비유될 정도로 논문에 결정적인 하자가 있을 때만 취해지는 조치로서 연구자에게는 가장 불명예스러운 상황인데 그 이유가 privacy라는 건 학계에서는 처음 보는 사례라는 평가가 많다.
그런데 이 논문을 본 사람들은 원문의 어순과 단어만 살짝 바꿔서 전체를 베끼고, 원문의 참고문헌까지 그대로 베끼면서도 정작 원문은 참고문헌에서 누락한 교활한 표절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한 위원장 측은 당시 청문회에서 ‘카피 킬러’로 분석한 결과 딸의 논문 표절률이 4%라고 강변했다. 카피 킬러는 단어를 유의어로 바꾸거나 어순을 섞는 수법(sneaky plagiarism)을 잡아내지 못한다. 하지만 국제전기전자기술자학회(IEEE)는 이런 수법도 표절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 기준에 따르면 한동훈의 딸은 60% 이상을 표절문으로 채웠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금도 한 위원장의 딸 논문은 대필의혹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2021년 해외학술지 ‘ABC Research Alert(ABC)’에 ‘Does National Debt Matter?-Analysis Based On the Economic Theories(국가 부채가 중요한가?-경제이론에 입각한 분석)’이라는 논문을 게재했다. A양은 같은 논문을 2022년엔 학술논문 데이터베이스 SSRN에도 올렸다.
경찰의 황당한 무혐의 배경
이후 한동훈 딸 논문과 관련해 케냐 국적의 대필 작가 벤슨(Benson)이 썼다는 의혹이 불거졌다.문서 작성자의 이름이 벤슨으로 되어있다는 것이다. 벤슨도 인터뷰에서 “해당 논문은 자신이 2021년 11월 직접 쓴 것이 맞다”라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경찰은 지난 1월 한 위원장 딸의 논문 대필 등 스펙 부풀리기 혐의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경찰은 “논문을 실은 단체가 구체적 심사기준을 갖추고 있지 않아 업무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지만, 실제로는 단체의 정확한 심사기준을 파악하지 않은 채 수사를 종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대법원 판례를 들어 한동훈의 딸 A양의 논문 대필 혐의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에둘러 판단했다. 대법원 2003도7927 판결은 “업무담당자가 신청인이 제출한 허위의 신청사유나 허위의 소명 자료를 가볍게 믿고 수용했다면 이는 업무담당자의 ‘불충분한 심사’에 기인한 것으로, 신청인의 위계가 업무방해의 위험성을 발생시켰다고 할 수 없다”라고 황당한 결론을 내렸다.
반면 충분한 심사 과정이 있었으나 허위 자료를 파악하지 못했다면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의 요지다. 경찰은 이 판례를 인용해 해당 단체들의 충분한 심사 과정이 없었으므로 대필 논문 게재는 A양의 업무방해가 아니라 업무담당자의 불충분한 심사라는 논리를 폈다.
경찰은 “위 각 단체는 논문 등록과 관련한 구체적인 심사규정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고, 업무 담당자가 충분한 심사를 하지 않는다면 논문 등록이 업무방해의 위험성을 발생시켰다고 할 수 없는 바,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고 구차한 변명까지 하면서, 경찰은 근거로 ABC가 동료 심사를 하지 않는 점, 편집 검토만을 거치는 점, SSRN이 특별한 심사·확인·보증 절차를 거치지 않는 점을 예로 들었다. 경찰은 이 단체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심사기준을 적용했는지 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결정서에서 경찰은 논문심사 규정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세 차례 단체에 협조 공문을 보냈으나 현재까지 답변을받지 못했다고 했다. 이 사건 고발인 중 한 명인 이제일 변호사는 “확인이 안 됐으면 수사를 계속해야지 답변을 못 받았다고 불송치하는게 어딨느냐”면서 “수사 자체가 너무 미진하다”고 분개했다. 불송치이유서에 논문 대필의 실재 여부에 대한 판단은 담기지 않았다. 벤슨을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했는지 묻자 경찰 관계자는 “수사 내용에 대해 논할 수 없다”고 발뺌을 했다. 법리상 업무방해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더라도 사실관계는 확인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형식적 판단이 먼저”라고 지극히 형식적이고 변명에 가까운 답변으로 대신했다.
민주당 정권 재창출되면 반드시 문제
학계에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한 경찰의 판단이 사실상 A양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며 전문가들이 봤을 때는 대필과 표절이 분명하다고 말한다. 즉 법적으로 면죄부를 줬을지 몰라도 학자적 양심에 비추어 봤을 때 이것은 명백한 윤리적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만약 경찰이 아닌 검찰이 나서서 조국 수사 때처럼 한동훈 가족의 집과 이메일, 통신 내역 등을 샅샅이 들여다보고 강도높게 수사를 벌였다면 이 과정들이 명백하게 밝혀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최근 신당을 창당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기가 막힌다. 한동훈 위원장 따님에 대해서 제기된 의혹이 한 11가지 됐다. 논문 대필, 해외 에세이 표절, 용역 개발 앱 대회 출품, 봉사 시간 2만 시간 부풀리기 등등으로 11가지가 고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데 무혐의 처리된 이유가 뭐냐 하면 문제가 된 논문이 실린 저널이 심사 규정 회신을 안 보내왔기 때문에 이게 심사 규정 위반인지를 우리는 모르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그런데 그 문제가 됐던 그런 논문 중에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저널이 있다. IEEE(전기전자공학자협회)라는 전 세계 전기전자공학자들의 저널로 ‘탑 클라스(Top Class)’의 저널”이라며 “이 탑 클라스 저널에 여고생이 투고했고 실렸다. 그러나 경찰은 IEEE 저널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한 위원장 딸 A양의 ‘논문 대필 의혹’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한동훈 위원장의 따님이 문제된 논문과 관련해서 케냐 논문 전문 대필업자가 스스로 나타나서 ‘내가 대필했다’고 먼저 인터뷰를 했다”라며 “지금은 다 잊어버린 것 같지만 그 케냐인에 대해서는 (경찰이) 조사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제 딸은 생활기록부에 적혀 있는 각종 인턴 활동들이 진짜 했는지 시간이 정확한지를 조사한다는 이유로 검찰이 제 딸의 일기장·고교 생활기록부·체크카드·신용카드 모두를 내역을 조사했다”며 “특정 시기에 그 장소에 있었는지 없었는지, 아니면 그 장소에 없고 밥을 먹었는지 영화를 보러 갔는지를 다 조사를 해서 ‘인턴 증명서에 적혀 있는 시간이 원래보다 좀 더 많다. 부풀려져 있다’고 기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동훈 위원장 따님 같은 경우는 (수사기관이) 단 한 차례도 소환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한동훈 따님이 다니고 있는 인천의 모 국제학교에 각종 자료가 있었을 것인데 압수 수색했다는 얘기를 제가 들어보지 못했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민주당 정권이 재창출되면 반드시 한동훈 위원장 딸의 논문 대필과 베끼기 의혹들이 불거져 나올 것이 자명하다. <역사는 반복적으로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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