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프레(cospre)란, ‘게임이나 만화 속의 등장인물로 분장하여 즐기는 일’을 말한다. 쉽게 표현하면 ‘~아닌 사람이 ~인 척하는 것’이다. 가난하지 않은 사람이 가난한 것처럼 하면 ‘가난 코스프레’라 하고, 피해자가 아닌 사람이 피해자인 척하면 ‘피해자 코스프레’라 한다. 우리 정치인 중 이 두 가지를 가장 잘하는 사람이 바로 한동훈이다.
한동훈의 서민 코스프레
한동훈이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을 찾아 어떤 상인이 준 생닭을 검정 비닐에서 꺼내 보이자 기자들이 일제히 촬영해 기사로 내보냈다. 한동훈 딴에는 자신이 서민 편이란 걸 보여주기 위해 그런 퍼포먼스를 했겠지만, 정작 윤석열 정권은 대기업 법인세 인하, 상속세 감세, 부자들 종부세 감세 등 이른바 부자감세를 해주었다.
한동훈은 비싸기로 소문난 타워팰리스에서 산다. 그런 그가 경동시장에서 상인으로부터 받은 생닭을 집으로 가져가 직접 요리를 해 먹을지 의문이다. 한동훈의 퍼포먼스가 안 통하는 이유는 평소 그가 패션에 신경 쓰고, 평생 검사 생활만 해 정작 서민들의 고통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어떤 행위가 진정성 있게 보이려면 평소 그러한 실천적 행동을 했을 때 가능하다.
한동훈이 생닭을 들고 한쪽 손에는 상품권을 들고 있는 사진이 신문 지상에 도배되자 네티즌들이 “닭이 불쌍하다”고 힐난했다. 그러나 4조에 달하는 지역 화폐를 폐지한 정권이 바로 윤석열 정권이다. 그나마 민주당이 반발해 8000억 정도 통용되고 있다. 전통시장에서 사용되는 지역화폐를 폐지해 놓고 마치 서민 편인 척 생닭을 들고 흔들었으니 진정성이 통할 리 없다.
한동훈의 피해자 코스프레
한동훈은 부산 엑스포 유치 참패로 PK여론이 안 좋아지자 부산에 내려가 자신이 문재인 정부 때 부산으로 좌천되어 “밤마다 송정로 바닷길을 걸었고, 부산 서면 학원에 가서 기타를 쳤으며, 사직에 가서 롯데 야구를 보았다”라고 말했다. 자신이 문재인 정부 때문에 피해를 보았다는 것을 강조해 동정을 얻기 위한 꼼수로 보인다. 이런 걸 논리학에서는 ‘동정심에 호소하는 오류’라고 한다.
그러나 네티즌들이 한동훈이 부산에서 근무할 당시는 코로나로 인한 무관중 시합을 할 때라며 반박하자, 한동훈은 엉뚱하게 2008년에 자신이 사직구장에 가서 찍은 사진을 올렸다. 하지만 2008년은 문재인 정부 시절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 시절이다. 그러자 한동훈이 당황했는지 “전 사직이라고 했지, 사직구장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라고 둘러댔다. 검사 출신의 논리가 이 지경이니 윤석열 정권이 잘 될 리가 없다.
청와대 압수수색해 놓고 피해자 코스프레
윤석열과 한동훈은 검찰에 있을 때 ‘하명 수사,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감찰 중지’ 등으로 청와대를 압수수색 하였다. 헌정사상 자신이 임명해준 대통령이 근무하고 있는 곳을 압수수색한 것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혹자는 이걸 두고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에도 칼을 댔다’고 말하지만, 그 내부에는 검찰개혁을 막으려는 꼼수가 숨어 있었다. 그들은 검찰개혁을 막기 위해 조국과 추미애 장관 가족을 도륙내다시피 했다.
이런 걸 바로 ‘피해자 코스프레’라 하는데, 피해자가 아닌 사람이 마치 피해자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피해자들끼리 자신의 피해를 경쟁하기도 하고, 자기가 가해자인데도 오히려 피해자인 것처럼 역공작을 펼치기도 한다. 이런 걸 흔히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고 한다. 일종의 ‘유체이탈화법’이기도 하다.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이유
사람들이 피해자 코스프레를하는 이유는, ‘피해자는 보호해야 한다’는 암묵적 규범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작용하게 위해서다. 어린 아이가 일부러 울음을 터뜨려 부모를 부르는 것과 같은 원리다. 자신을 피해자의 위치에 둠으로써 유아적 특권을 획득하기 위함일 수도 있고, 주변의 관심이나 주목을 끌기 위해 이런 행동을 하기도 한다.
정치인이 권력을 획득하기 위해 피해자인 척할 수도 있는데, 자신을 반대파에 의해 가장 탄압을 많이 받은 사람으로 부각해 도적적 권위와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피해를 본 사람에게 보내는 동정심을 이용해 지지를 얻어보려는 정략적 의도인 것이다. 이는 피해자 코스프레 가운데 ‘적반하장의 카테고리’에 해당한다.
휴대폰 압수수색 나온 검사를 고발한 한동훈
상대방과 동등한 위치에서 싸우고 비슷한 정도의 피해를 주고받았는데, 상대방을 먼저 고소, 고발하여 상대방만 가해자로 만들 수 있다. 한동훈은 검언유착 사건 때 휴대폰 압수수색이 들어오자 담당 검사와 몸싸움을 한 바 있다. 한동훈을 그 검사를 ‘독직폭행’으로 고소하였으나, 법원은 담당 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현직 검사장이 압수수색을 나온 검사의 요구에 불응하고 이를 독직폭행으로 고발한 것은 파렴치한 행위다. 한동훈은 휴대폰을 제출했지만 잠금장치 비밀번호를 가르쳐 주지 않아 결국 무혐의로 풀려났다. 그후 검사들이 아이폰으로 바꾸었다는 웃지 못할 말도 들려왔다.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하지만 코스프레로 국민들의 공감을 얻기는 힘들다. 국민들은 그가 평소 한 행동이나 걸어온 길을 보고 투표하지, 가난 코스프레나 피해자 코스프레에 속지 않는다. 사퇴 카드로 갈등하는 척하더니 하루만에 서천 화재 현장에 내려가 90도 폴더 인사를 하는 한동훈을 보면 측은해 보이기도 한다. 정치는 연극도 영화도 아닌 현실이다. 국민을 잠깐 속일 수는 있지만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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