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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징계'에 몰린 '기획미투' 보도 강진구 기자를 응원하는 시민들

"삭막했던 제 책상이 환해졌다... 꽃다발과 홍삼, 빙수상품권 격려편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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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숙
기사입력 2020/08/05 [18:01]

허재현 "피해자 중심주의는 피해자 절대주의가 아니다.. 페미니즘 오해한 경향신문"

김민웅 "경향신문의 조처는 언론의 적극적 책무를 스스로 징계내린 것.. 징계 철회해야"

 

강진구 경향신문 탐사보도 전문기자가 5일 독자가 보낸 꽃다발을 페이스북에 게시한 사진

 

박재동 화백의 기획미투 의혹을 보도한 경향신문 탐사보도 전문 강진구 기자가 경향신문 구성원으로부터 징계 요구를 받고 참담한 심정을 털어놓으면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정론지 뉴스에서는 아예 다뤄지지 않고 주로 SNS와 인터넷 언론과 유튜브 등으로 공유되어 가면서 시민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5일 강진구 기자는 모처럼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이날 강 기자는 페이스북을 통해 "어수선하고 삭막했던 제 책상이 환해졌다"라며 "홍삼을 보내오시겠다는 분도 계시고 빙수 상품권을 보내주신 선생님도 계시네요"라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강 기자는 "그제는 사법현장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변호사로부터 ‘팬레터’도 받았네요."라며 "어제는 남편이 억울하게 여론재판으로 가짜미투의 피해자가 됐다는 분을 만나서 한참 동안 얘기를 나눴고요. 제 기사를 보고 30분 동안 우셨다고 한다"라면서 미투운동을 보도함에 있어 언론들이 그동안 잊고 있었던 존재들을 다시 고민하게 된다고 전했다.

 

이어 "가짜미투는 당사자뿐 아니라 또 한명의 여성, 그리고 가족들에게 평생 지울수 없는 상처로 남는다"라며 "단테는 ‘완벽한 인간일수록 더 큰 슬픔과 기쁨을 느낀다’고 했다. 기자생활 28년차가 되도록 간과하고 있었던 깊고 처절한 슬픔이 있었다"라고 내면의 아픔을 전했다.

 

그러면서 "후배들에게 했던 ‘당신들은 완성된 기자가 아니다’는 말은 당연히 저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라며 "기사 한줄 한줄의 무게를 다시 되돌아보게 한다. 여전히 후배들은 제 기사에 대해 피해자에 대한 ‘2차가해’우려를 하고 있지만 우리는 좀더 넓고 깊게 살펴야 한다."라고 했다.

 

아울러 "물론 ‘댓글만 보고 기사 쓰지 말라’ ‘당신만 참기자라는 도취에서 벗어나라’는 후배님들의 지적도 가슴 깊이 새기려 한다"라고 여전히 냉랭한 사내 분위기이지만 역지사지로 후배들의 지적도 헤아린다는 28년차 베테랑 기자의 깊은 속내가 엿보였다.

 

앞서 강 기자는 지난 4일 페이스북에서 "<미디어오늘>을 통해 사실상 징계위 회부 방침을 통보받았다. 대략 박재동 가짜미투 의혹 기사와 관련, 징계사유는 3가지가 될 것 같다"라며 "무단송고, 외부미디어와 SNS를 통한 해사행위, 피해자중심보도 원칙위반(2차가해)."라고 꼽았다. 

 

이어 " 징계사유로 인정되려면 직장질서 침해가 인정돼야 하는데 지금 누가 경향신문의 공적책임을 가로막고 명예를 훼손하는지 끝까지 따져볼 일이다"라고 했다.

 

강진구 기자와 유튜브 방송을 같이하면서 동병상련의 씁쓸한 심경을 표했던 허재현 전 한겨레 기자는 강 기자가 시민들의 응원을 받는다는 소식을 이날 페이스북에 올리고는 "징계위원회가 열리는 날, 저같은 후배기자들과 시민들이 경향신문 앞에 모여서 출근하시는 강진구 기자께 꽃다발이라도 전해드리면 어떨지요. 함께 하실 분 계실까요"라고 제안했다.

 

허재현 기자는 이어 "페미니즘은 저널리즘에게 해석과 연대의 대상이지, 페미니즘이 저널리즘 통제의 언어여서는 안된다"라며 "피해자 중심주의는 피해자 절대주의가 아니다. 경향신문이 페미니즘을 오해하고 있다. 진보 저널리즘을 개척하고 만들어온 화석같은 원로 선배께 경향신문 후배들이 어떻게 이런 모욕을 줄 수 있는지 어처구니없고 참담함을 느낀다"라고 거듭 자신의 심정을 드러냈다.

 

앞서 강 기자를 응원해 온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전날 페이스북에서 "한국 언론사의 비극적 사건, 강진구 기자에 대한 탄압을 좌시할 수 없다"라며 "강진구 기자에 대한 징계조처는 기본적으로 이성을 상실한 결정이다. 그에 더하여 언론 자신이 언론의 제대로 된 역할에 징계를 내린 기가 막힌 사건"이라고 개탄했다.

 

김 교수는 "경향신문 편집국 책임자와 통화로 알아본 결과 아직 징계위 회부에 대한 논의만 있을 뿐이며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한다"라며 "하지만 이 사태는 한국 언론사에 중대한 사건이 될 것이다. 언론의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언론기관이 근거도 박약한 이유를 들어 기자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야만적인 일을 벌이고 있다"라고 개탄했다.

 

이어 "강진구 기자는 박재동 미투 의혹 제기를 통해 피해를 주장하는 당사자의 진술에 대해 면밀히 검토했고 이를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했다고 한다"라며 "박재동 화백에 대한 취재는 그간 전혀 없었던 상황에서 성추행 피해 주장 당사자의 발언과 진술은 차고도 넘쳤다. 이에 반해 이러한 취재를 통해 알게 된 사실에 대한 기사는 모래사장의 모래 한 알도 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마치 균형을 상실한 것처럼 몰아 징계를 내렸다"라며 "자, 이런 기준으로 보자면 그간 경향신문의 검찰 그리고 조국 전 장관 보도는 어땠을까요?"라고 묻고는 "자체 징계를 해도 한도 끝도 없었을 것이며 스스로 문을 닫는 편이 도리어 낫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해사(害社)행위라? 경향신문의 역사와 명예는 이미 훼손당했다"라며 "누구에 의해서? 바로 이번 징계를 내리겠다는 이들에 의해 이루어진 해사행위다. 그런데 누굴 징계하겠다는 것일까요?"라고 반문했다.

 

김 교수는 "'피해자 중심주의'라는 마법의 지팡이가 돌아다니고 있다.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의 진술은 모두 진실이다?"라고 묻고는 주장에는 언제나 증명의 과정이 있게 마련이다. 그건 의무다. 박원순 시장 사건의 김재련은 바로 이 증명의 의무를 충실히 하고 있지 않은 대단히 불량한 법조인이다"라고 지탄했다.

 

이어 "박재동의 SBS 정정보도 소송에서 1심 판결 재판부는 증명의 과정을 제대로 살펴보지 못한 부실한 판결을 내렸다"라며 "승소한 반론 보도 판결문에 비해 그 질이 상당히 떨어진다. 기사를 판결문을 근거로 쓰지 않았다? 판결문의 문제를 집중해서 기사를 작성했다면 아마도 강진구 기자는 더 강력한 기사를 썼을 것이다. 판결문이 엉터리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항소심은 그 부실한 1심의 한계를 넘기 위해 존재한다"라며 "판결을 근거로 진실을 규정하려 든다면 언론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 법정의 결론을 전해주면 되기 때문이며 그건 언론이 아니라 법정의 대변인일 뿐"이라고 질타했다.

 

아울러 "무수한 오판 사건이 있다"라며 "사법 피해자들도 적지 않다. 바로 이 지점에 언론의 존재가치가 있는 것이다. 경향신문의 이번 조처는 언론의 적극적 책무를 스스로 징계내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미투 또는 성추행 혐의와 관련한 비이성의 지배, 본래의 의미와는 결별한 채 피해자 중심주의, 2차 가해라는 말이 발휘하는 폭력, 그것으로 우리의 인식의 세계가 파손당하는 사태."라며 "<이성의 파괴>를 기반으로 하는 파시즘으로 가는 길이다. 막아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이어 "강진구 기자와 연대한다"라며 "이를 위한 시민사회의 운동이 일어나야겠다. 이대로 가다가는 다음번 희생자를 고르는 야만의 심판대가 언론이라는 이름의 무허가 법정에서 힘을 얻게 될 것이다. 다음번은 바로 '당신'이 될 수 있다. 그 공포에 눌려 이성의 기세가 꺾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이 지독한 '반(反)지성주의'는 역사의 퇴각을 가져올 것"이라며 "싸울 필요가 없는 일이 싸울 수 밖에 없는 일이 된 것은 오로지 경향신문의 결정에 책임이 있다. 싸울 때는 파죽지세(破竹之勢)로 싸워야 한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강진구 기자같은 이를 홀로 고군분투(孤軍奮鬪)하게 해서는 안 된다"라며 "여러분들의 격려와 응원이 절실하다. 경향신문이 아직 징계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면 기사 제에 공개 사과를 하고 징계를 즉각 철회하기를 바란다"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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