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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에게 입닥치라고 위력으로 요구하는 경향신문 왜이러나요"

박재동 화백 기획미투 사건 보도 강진구 기자 미디어와 SNS 등 외부발언 못하도록 지시하고 징계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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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숙
기사입력 2020/08/04 [10:12]

김용민 "경향신문, 상식이 있는 신문사의 모습일 수 있을까? 손절할 때가 온 것 같다"

김민웅 "성범죄에 앞뒤 따지지 않고 유죄를 내려야 성인지감수성을 인정받는 시대"

 

거의 2년 동안 취재해 공을 들인 박재동 화백의 기획미투 의혹을 보도한 경향신문 탐사보도 전문 강진구 기자가 경향신문 구성원으로부터 징계 요구를 받았다고 한다. 강 기자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기사가 처참하게 단 한 번의 해명 기회도 받지 못하고 후배권력에 의해 삭제당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강 기자는 경향신문 내부에서 도저히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어 차선책으로 '고발뉴스' 유튜브 방송에 3일 저녁 나와 이번 기사 작성 경위와 고참기자로서 애환을 털어놨다. 하지만 방송 시점에 그를 징계한다는 보도가 이날 '미디어오늘'을 통해 알려지면서 다시 한번 해명 기회도 제대로 주지 않는데 대해 억울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경향신문에 28년 재직하면서 받기 어려운 한국기자협회상 등 다수의 수상 이력을 가진 베테랑 기자로 알려져 있다.

 

진행자 이상호 기자는 경향신문 구성원들의 강진구 기자 징계 요구 보도에 어안이 벙벙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5공시대도 아니고 지금 시대에 기사 삭제도 모자라 징계 요구에 SNS는 물론 외부발언도 할 수 없도록 한다는 것은 기자에게 손발을 자르는 것과 다름없다는 취지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시사평론 방송을 하는 김용민 씨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강진구 기자가 그 입을 틀어막아야할만큼 무책임하고 개념없는 기자인지 한 번 확인해보시죠"라며 "경향신문은 강 기자를 집단 왕따는 물론, 위력으로써 말할 자유를 박탈하려 하고 있다"라고 했다.

 

그는 "편집국원들이 참여하는 경향신문 독립언론실천위원회가 강진구 기자가 작성한 기사의 문제점과 사태 발생 경위를 정리해 경향신문 안팎에 알리고, '피해자' 즉 박재동 화백 사건 폭로자에게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사과를 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라며 '아울러 강진구 기자에 대해 징계 등을 포함해 엄격 조치하고, 미디어와 SNS 등에 외부발언을 할 수 없도록 지시하라고 밝혔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건의 진실이 규명되지도 않은 상황, 반론과 이견이 상당한 상황에서 마음에 안드는 기사를 썼다고 기자를 징계하고 또 기자에게 입닥치라고 위력으로써 요구하고 있는 경향신문, 이게 상식이 있는 신문사의 모습일 수 있겠나?"라고 묻고는 "이제 깨끗이 손절할 때가 온 것 같다. 미련둘 여지가 없다"라고 비판했다.

 

 

앞서 이날 보도에 따르면 경향신문은 박재동 화백 성추행 사건 미투 의도를 의심하는 취지의 강진구 기자 보도에 대해 편집국 차원에서 경위 파악에 나서기로 했다. 기사는 성추행을 당했다는 웹툰작가 이X경 씨의 동선주례 부탁 사실을 두고 진술이 엇갈린다며 미투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날 경향신문 편집국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독립언론실천위원회(독실위)와 국장단은 해당 보도에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피해자 사과·재발 방지를 위한 사태 규명 절차에 나서기로 했다.

 

경향신문 구성원들은 강 기자가 유튜브와 SNS 등을 통해 기사 삭제를 비판하는 입장을 연이어 밝혀 2차 가해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독실위를 소집해 편집국에 사태 규명과 공개 입장 표명, 피해자 사과, 재발 방지책을 요구했다. 독실위는 해당 기사의 문제점과 사태 발생 경위를 정리해 경향신문 안팎에 알리고, 피해자에게 공식적이고 공개적인 사과를 할 것을 요구했다. 기사를 작성한 강 기자에 대해선 징계 등을 포함해 엄격 조치하고, 미디어와 SNS 등에 외부발언을 할 수 없도록 지시하라고 밝혔다. 

 

이날 방송에서 강 기자는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며 2차가해를 유도하지 말고 입도 벙긋 말라는 경향신문 후배 구성원들의 태도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번 박재동 화백 성추행 의혹건은 자신이 거의 2년을 공들인 내용이라며 누가 봐도 박재동 화백 성추행 의혹은 기획미투라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가 없다고 했다. 

 

첫 진술에서 이X경 씨는 명백한 성추행이라면서도 추후 성추행 당사자인 박재동 화백에게 택시에 같이 동승까지 해서 쫓아가며 결혼식 주례를 서달라고 조른다. 처음에 일부 녹취록과 카톡대화록으로 성추행을 주장했다가 전체 공개를 명령받고 성추행 내용이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 또 그간 알지 못했던 내용도 드러났다. "미투 고발이 누군가를 '개박살' 내기 위해 '솔직히 자신'이 '판을 깐' 작업이라는 것이 다른 누가 아닌 자신의 입(이X경)을 통해 나왔다.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도 이날 SNS로 '여러분들은 이걸 어찌 생각하십니까?"라는 단 한 줄로 탄식하면서 해당 징계 보도 기사를 링크했다. 앞서 김 교수는 "'강진구 기자'라는 이름이 지금 태어나고 있다."라며 "'성범죄 관련판결'에 앞뒤 따지지 않고 유죄를 내려야 성인지 감수성을 인정받는 시대에 대한 젊은 여성 변호사의 강진구 기자에게 보낸 편지"라며 강 기자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공유했다.

 

이날 김민웅 교수의 페이스북 게시글에는 여러 답글이 달리면서 오늘날 미디어 현실을 비판했다. 

 

"경향신문 젊은 기자단이 협조체제로 움직이는 듯합니다. 이 정도면 언론을 사유화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불쌍하고 애처롭다란 생각뿐이네요. 얘들 동네 패싸음 수준으로 누가 더 조폭스러운지 대결하나 봐요. 서로가 격을 떨어뜨리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네요. 같은 여자로써 이들의 판단력이 창피하고, 후배양아치 권력이란 말이 실감납니다. 단지 그 권력이 사회의 공기를 더럽히고 있고 조만간 시민들에 의해 퇴출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백초롱-

 

"정말 주객이 전도되었다는 말이 이 경우에 적용될 것 같습니다. 언론사와 그 곳에 몸담고 있는 기자들이 제정신이 아닙니다. 언론개혁 반드시 이루어 내야 합니다." -Gie Seog Park-

 

"이건 언론의 가면을 쓴 양아치 조직폭력배네요. 신자유주의 세례를 받은 엘리트들의 파시즘으로 보입니다" -김영종-

 

이날 강진구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박재동 화백 기획미투 기사에 자기가 여자이면서 젊은 변호사라고 암시하는 어느 독자의 편지 내용을 공개하면서 많은 위안과 힘을 얻었다고 밝혔다. 강 기자는 "오늘 오후 어느 독자분이 보내주신 메일이다"라며 "읽다가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저 혼자만의 고민은 아니었다. 미투운동이 또 한 단계 전진할 것이고 저는 그 과정에서 아주 의미 있는 징검다리를 놓았다는 자부심 정도는 가질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소감을 피력했다.

 

다음은 강 기자에게 편지를 보내 이 사태를 위로한 독자의 편지다.

 

강진구 기자님, 안녕하세요.

 

저는 기자님을 실제로 뵌 적은 없지만, 기자님의 글을 즐겨 읽었습니다. 제가 어떤 기자님께 기사에 관해 메일을 쓰는 것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팬레터를 쓰던 때의 기분이 나네요.

 

기자님의 기사가 올라왔다가 삭제됐다는 기사를 보고, 기자님의 기사 전문도 찾아 읽게 되었습니다. 전, 기자님이 박재동 화백의 무죄를 변소했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아무도 하지 않는 이야기를 하셨다고 생각합니다.

 

'고소인의 진술이 진실이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고소인과 피고소인(피고인) 양자의 주장을 다 알려주시고, 제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끔씩 성범죄 사건의 피고인을 변호하기도 하고, 고소인 편에 서기도 하고, 때로는 성범죄를 고소했다가 무고로 기소된 사건의 피고인을 변호하기도 합니다. 갈수록 성범죄 사건을 변호하는 게 힘듭니다.

 

피해자 진술은 검찰이 제시한 증거 중 하나일뿐입니다. 당연히 변호인 입장에서 그 신빙성을 탄핵해야 하고, 그 진술이 경험칙에 부합하는지, 고소에 이른 다른 동기는 없는지 살펴야 합니다. 그러나 '피해자중심주의', '성인지감수성', '2차가해'라는 말이 저를 옥죕니다. 변호하는 게 갈수록 부담스럽습니다.

 

무죄를 다투를 사건을 좋아하고, 억울하다는 피고인을 만나면 에너지가 생기는 편인데도, 최근 성범죄 사건에서는 그렇지를 못했습니다. 의뢰인이 억울하다고 하는데도 자백이 유리할 수 있다고 말한 적도 있었습니다. 무력감과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기자님의 기사를 읽으면서 많이 반성하고, 저를 돌아보았습니다. 사실은 거룩한 것이라고 배웠습니다. 그 어떤 주장도, 주장하는 내용 자체로, 혹은 주장하는 자의 지위나 진영만으로 '사실'의 위치에 설 수는 없다고요.

 

박재동 화백이 유죄라면, 그것은 성범죄이기 때문이 아니라, 성범죄 피해자나 검사가 주장했기 때문이 아니라, 성범죄 피해자(혹은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자)와 검사의 주장이 박재동 화백의 자유롭고도 날선 반박을 충분히 견디고도 살아남았기 때문이어야 하겠지요.

 

무죄추정과 무기대등이 없는 재판은 가해자를 처벌하는 과정이 아니라, 사법피해자를 만드는 과정일 뿐이라는 것을 이번 일을 통해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저널리즘은 제가 잘 모르지만, 반론 없는 보도도 비슷하지 않을지요.

 

성범죄에 무죄를 선고하면 '성인지감수성'이 없다고 조리돌림 당하는 세상에서 갈수록 판사는 무죄를 선고하기 부담스럽고, 검사는 신이 나고, 변호사는 무력합니다.

 

기자들은 그렇게 검찰개혁, 검찰개혁 외치면서, 사건에 대해 완전히 파악하지 않은 채 무죄 판결을 비난하는 기사가 얼마나 검찰의 힘을 키워주는지 알기는 할까... 원망한 적도 많았습니다만, 기자님께서 쓰신 기사를 보고 잠시 마음이 풀렸습니다. 이번 기사를 쓰실 때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하셨을까요. 직업이라는 이유로 변명(?)할 수 있음에도 순간순간 용기내지 못한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기자님, 감사드려요. 저를 부끄럽게 해주셔서.. 여러가지로 힘드실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변호사도 그렇고 기자도 그렇고, 도제식 교육이 먹히지 않는 세상이라 이쪽에서도 고민하는 선배님들이 많습니다. 기자님, 힘내세요. 원래 저희 세대가 좀 싸가지가 없고(저도 그렇고), 더 좋은 직업인이 되기 위한 노력은 부족하고(역시 저도 그렇고), 그렇습니다.

 

말귀 알아먹고 똘똘...하지는 않아도 돌대가리까지는 아닌 후배가 나타나서 기특한 짓도 하고 그럴 때도 올 거에요. 주절주절 길어졌네요. 모쪼록 기자님을 응원하고, 기자님의 글을 사랑하는 독자가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주셔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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