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SBS '총장 직인' 보도 '오보' 아니라면서 근거도 못 내놓고 변명

‘동양대 총장 직인 발견’ SBS 오보.. 방심위, 보도 8개월 만에 ‘법정제재’

가 -가 +

정현숙
기사입력 2020/06/04 [14:15]

이소영 위원 "물증없이 취재원 말만으로 보도하나.. 불이익 언론사가 감당해야"

 

작년 9월 7일 SBS가 단독보도한 <조국 아내 연구실 PC에 '총장 직인 파일' 발견> 방송화면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업무용 PC에서 동양대 총장의 직인 파일이 발견됐다고 허위 보도한 SBS ‘8시 뉴스’가 법정제재 주의로 결정됐다. 추후 전체회의에서 제재 수위에 대한 논의가 한 번 더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4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방심위 방송심의소위원회는 전날인 3일 SBS 보도국 관계자들을 불러 지난해 9월7일 SBS 8뉴스에서 단독 보도한 “조국 아내 연구실 PC에 ‘총장 직인 파일’ 발견” 리포트가 보도의 객관성을 위반한 것으로 결론내렸다.

 

이날 방심위에 출석한 SBS 보도국 관계자는 '총장 직인 파일' 발견 단독 보도와 관련해 근거를 묻는 방심위원들의 질문에 끝까지 ‘오보’라는 말을 입밖에 내지 않았다. “합리적 의심을 바탕으로 취재해 추정한 것”이라는 입장만 되풀이 하면서 구체적인 취재 경위와 근거에 대해서는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방심위원들은 '검찰이 정경심 교수 PC에서 동양대 총장 직인이 파일 형태로 저장돼 있는 것을 발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단정적으로 보도한 근거를 따지는 데 집중했다.

 

이소영 위원은 “물증 없이 취재원의 말만 가지고 '단독'을 붙여 ‘확인됐다’고 보도하는 게 취재방침인가?”라고 SBS를 향해 강도높은 비판을 했다.

 

이 위원은 “9월 7일 보도 시점에는 표창장 위조 방식이 총장 직인을 임의 날인한 것인지, 디지털 방식으로 위조한 것인지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당시 시점에서 기존 표창장을 디지털화해 직인을 오려 붙이는 방식으로 위조했다는 것인지 확인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날 출석한 김정인 SBS 법조팀장은 “당시 표창장 직인 날인에 대해 핵심 증거가 있다는 부분이 확인됐고, 사문서위조 수사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이들을 취재해 총장 직인 파일일 것이라고 추정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이소영 위원은 “1차 공소장을 보면 ‘임의 날인했다’고 되어 있는데 디지털 캡처를 붙이는 건 임의 날인이라고 하지 않는다. SBS 보도 이후인 휴게실 PC에서 직인 파일이 발견되고 나서야 추가 공소한 것인데, 당시 누구에게 이 사실을 확인한 것이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이 위원은 “업무상 가지고 있던 직인으로 표창장에 날인한 것인지, 디지털 파일에서 오려 붙였는지도 확인되지 않은 시점에서 어떻게 이런 보도가 나올 수 있느냐”라며 “검찰에게 들은 내용인가”라고 거듭 물었다.

 

김정인 법조팀장은 “통상적인 방식으로 취재했다”라며 “사문서 위조 혐의 관련 취재원으로 취재원 보호를 위해 말할 수 없다”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그 취재원이 검찰이란 말은 끝까지 함구했다.

 

이소영 위원은 “만약 SBS가 (관련 내용을) 검찰이 아닌 취재원에게 들었다면 확인된 부분도 없이 보도한 것이고, 검찰에게 들었다면 검찰 말만 믿고 보도한 것과 다름없다”라면서 “취재원 보호를 위해 말할 수 없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믿을 만한 취재원을 통해 취재한 것인지 확인해줘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허미숙 부위원장은 “‘총장 직인 파일’과 ‘총장 직인과 관련된 파일’은 표현상의 실수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사실인 것”이라면서 “SBS는 이 부분에 대해 ‘표현상의 실수’라고 해명하는데, 저널리즘은 이런 것을 ‘오보’라고 규정한다”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김정인 법조팀장은 “검찰은 아들의 상장 파일에서 직인 부분을 잘라 딸의 표창장을 위조했다고 보고 있고, 지난해 9월 10일에 아들의 상장에서 직인 부분만 오려낸 부분이 발견됐다”면서 오보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허미숙 부위원장은 “정경심 교수 PC에서 총장 직인이 나온 건 아니다”라면서 “보도를 본 사람은 정 교수 PC에서 직인이 나왔다고 이해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SBS의 합리적 추정은 틀린 것”이라고 했다.

 

이소영 위원은 “SBS는 의견진술서에 ‘다각적인 검토를 통해 유력한 물증을 찾았다’고 했는데, 이는 (객관성 입증에 대한) 답이 아니다”라면서 “SBS는 (자신들이) 제대로 취재했다는 것을 뒷받침하지 못했다. SBS 보도는 문헌상으로 오보가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심의의 본질은 ‘검찰과 언론의 공생관계에 대한 문제제기’”라면서 “언론은 언제까지 취재원 뒤에 숨어있을 건가. 민주화 이전 제보자가 모든 것을 걸고 제보하던 때와 지금이 같은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 위원은 “언론이 취재원 보호라는 미명 하에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무책임하게 전하고 있다”면서 “명확한 취재 과정을 밝힐 수 없다면 언론사가 불이익을 져야 한다. SBS뿐 아니라 다른 언론사도 검증할 수 없는 보도에 신중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견 진술 내용을 종합하면 지난 9월 7일 보도 시점에서 SBS 측이 확인한 사실은 ‘압수된 정경심 교수 PC에서 딸 표창장 위조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물증이 발견됐다’는 정도였다. 

 

지난해 SBS 보도내용을 보면 정황상 그 취재원이 검찰로 의심할 수밖에 없는 합리적 추론이 대두된다. 당시 총장 직인파일 건을 SBS 저녁뉴스로 단독 보도하게 한 이현정 기자의 리포트 내용을 보면 금새 드러난다.

 

"검찰이 이 PC를 분석하다가 동양대 총장의 직인이 파일 형태로 PC에 저장돼 있는 것을 발견한 것으로 S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검찰은 총장의 직인 파일이 정 교수의 연구용 PC에 담겨 있는 이유가 석연치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기사의 문장이 모두 '검찰이' '검찰은' 등으로 시작하는 '검찰발' 인데도, SBS는 취재원 보호라는 구실로 밝힐 수 없다며 '합리적 의심에 따른 추정'이라는 논지로 허위 기사를 썼다. '눈가리고 아웅 한' 격이다. 철저히 검찰에 충성하고 의리를 지켜준 셈이다. 따라서 시청자를 기만하고 옹색한 변명으로 일관했다는 비판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동안 SBS의 오보는 정 교수의 자녀 표창장 위조 의혹 사건에서 영향력이 상당했다. 보도 이후 SBS의 보도가 사실로 전제돼 각종 일간지는 물론 방송사와 통신사 심지어 경제지까지 총망라해 ‘정경심, 총장 직인 파일’ 키워드를 포함한 기사가 수만 건 쏟아져 나왔다. 총장 직인 파일을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오려 붙였다는 이유로 영화 ‘기생충’에 빗대는 조롱성 기사도 나왔다.

 

지난 9월 7일 SBS가 단독으로 보도한 '조국 아내 연구실 PC에 총장 직인 파일 발견' 리포트.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band naver URL복사

최신기사

URL 복사
x
  • 위에의 URL을 누르면 복사하실수 있습니다.

PC버전 맨위로

Copyright ⓒ 서울의소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