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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자 전두환 칭송 '공덕비' 5.18 40주년에 아직도 버젓이

단죄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우리 곁에 망령처럼 존재하는 '전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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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숙
기사입력 2020/05/18 [11:43]

경기도 포천 43번 국도변에 1987년 세워진 '전두환 기념비'

강남구 삼성동 청담도로공원 '한강종합개발 칭송 기념비'


경기도 포천시 국도 43호선 축석고개에 세워진 전두환 '호국로 기념비' 사진/포천진보시민네트워크 제공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이 되고서야 독재자 전두환 씨를 기념하는 흔적을 지우는 일에 속력이 붙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전국의 곳곳에 전 씨를 칭송하는 기념비가 산재해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17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기를 맞아 세종과학기지 기념비에 새겨진 전두환 친필 동판이 철거될 예정이다.

 

앞서 국가보훈처는 올해 5월18일이 되기 전에 전두환 씨가 현충원 등에 남긴 흔적을 지우겠다고 밝히면서 국립대전현충원에 걸려 있던 ‘전두환 친필 현판’도 5월 중으로 ‘안중근체’로 교체된다. 충북 청주시 청남대에 있던 전두환·노태우 동상이 철거된다. 

 

지난해 말엔 전두환 부부가 유배됐던 강원도 인제군 백담사가 30년 가까이 보관해 전시하고 있던 이들의 물품을 철거했다. 또 전 씨가 직접 쓴 장수군 장계면 주논개 생가지 정자 현판도 철거됐다.

 

따라서 전국 곳곳에 아직도 남아 있는 전 씨의 흔적을 이제는 모두 지울 때가 됐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윤기 더불어민주당 운영위원장은 지난 15일 전두환 씨의 '한강종합개발 칭송 기념비'의 철거를 강력히 촉구했다. 

 

현재 강남구 삼성동 청담도로공원에는 한강종합개발 준공을 기념하는 조형물이 높게 솟구쳐 있다. 이 조형물을 둘러싼 공적비에는 서정주 시인이 전 씨를 칭송한 ‘한강종합개발’이라는 시문이 둘러져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960년대부터 발달해온 이나라 공업화의 후유증으로/ 당신(한강)이 병들어 가는 것을 유난히도 걱정하신 나머지/ 우리 대통령 전두환님께서 이 정화의 종합개발을 하게 하시어/ 1982년 9월 착공해 장장 4년 만에 오늘 그 준공 날에/ 우리 겨레 모두가 당신(한강)의 완케 되시고 더 번영하신 모습 환호해 뵈옵나니,/ 인제부터는 항상 맑고 밝고 꽃 다웁기만한 건강으로/ 우리 미래의 역사를 도와 길이 지켜 주시옵소서” 

 

조형물 한가운데는 당시 대통령인 전두환 명의로 “우리나라의 역사와 함께 살아온 영원한 이 한강을 세계적인 강으로 맑히고 개발하여 미래의 후손들에게 길이 물려주고자 합니다.”라는 표지석 문구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서 위원장은 “미당 서정주 시인의 전두환 칭송 공덕비가 아직도 버젓이 우리 생활 속에 남아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라며 "광주민주화운동을 비롯해 민주화에 헌신했던 선배 동료들을 위해서나 지난 독재 시대의 역사를 배우고 민주주의의 미래를 개척할 아이들을 위해서나 전두환 공덕비는 하루빨리 철거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그뿐만 아니라 경기도 포천시 축석고개 호국로 '전두환 공덕비’는 33년 전인 1987년 12월 세워졌지만, 아직 그대로다. 내란죄 등으로 사형 선고까지 받은 5.18 학살자의 대명사가 된 전 씨의 공덕을 기린다는 이유로 그동안 문제가 됐다. 

 

이 비석에는 전두환 씨의 친필 글씨체로 커다랗게 ‘호국로’(護國路) 문구가 새겨져 있고 그 옆에는 ‘대통령 전두환’(大統領 全斗煥)이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친필 비석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은 올해까지도 철거되지 않으면서 지역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국도 43호선 축석고개 입구에 세워진 전두환 호국로 기념비를 시민단체와 다수의 시민은 '완전철거'를 요구하지만, 포천시 등은 '임의 철거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민단체가 뜯어내 지금은 없어졌지만 비석 아래 녹색 현판엔 "개국 이래 수많은 외침으로부터 굳건히 나라를 지켜온 선열들의 거룩한 얼이 깃든 이 길은 전두환 대통령 각하의 분부로 건설부와 국방부가 시행한 공사로써 ‘호국로’라 명명하시고 글씨를 써주셨으므로 이 뜻을 후세에 길이 전한다"는 전두환 찬양 문구가 새겨져 있다. 

 

2018년부터 이 비석의 철거 논란이 나왔지만 2년이 지난 2020년 5월 현재까지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에 따라 철거를 주장했던 시민단체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포천진보시민네트워크 등 시만단체는 그동안 “내란의 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전두환을 찬양하고 있다"라며 철거를 요구해왔다. 이들은 지난 2018년 5월 17일 5.18 기념일을 앞두고 기념비에 하얀 천을 씌워 가리는‘학살자 전두환 죄악 증거비’라고 적힌 현수막을 거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지난해에는 민중당 포천시위원회가 전 씨의 부인 이순자 씨의 발언인 ‘민주주의 아버지’가 적힌 현수막을 전두환 공덕비에 두르고 붉은 페인트가 묻은 공을 던지는 상징의식을 벌이기도 했다.

2019년 5월 17일 이른바 전두환 공덕비를 흰색 천으로 가리고 그 위에 전 씨의 사진 등을 걸어 놓은 뒤 철거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사진/민중당 포천지역위원회 제공

 

포천진보시민네트워크 이명원 대표는 '아시아뉴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포천 호국로의 전두환 공덕비는 보존할 가치가 전혀 없다"면서 "포천시가 이 공덕비를 계속 존치하는 것은 군사독재 잔재에 힘을 실어 주고 면죄부를 주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전두환은 내란죄 및 반란죄 수괴 혐의로 1심에서 사형,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대통령에 관한 예우가 박탈됐다"라며 "이런 인물의 글씨를 포천의 입구에 그대로 존치하는 것은 부당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포천 민심이 전국 민심과 다를 리 없다"라며 "전국적으로 민주당이 180여 석을 차지해 이번 총선에서 국민들이 힘을 실어 줬으면 이번 5월 광주 민주화운동 40주년을 앞두고 칼날을 제대로 휘둘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명원 대표는 "보존의 가치는 전두환 씨가 역사적으로 청산되고, 현실에서 어떤 힘도 발휘할 수 없을 때 있는 것"이라면서 "여전히 집단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재산환수도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 보존의 가치를 논한다는 것은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시 고위관계자는 조심스럽게 "공덕비 철거보다 제대로 된 역사 인식을 위한 안내표지를 설치하는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다"라며 "철거에 대한 이견이 많기 때문에 어느 한쪽으로 결정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른다"라고 밝혔다.

 

앞서 2018년 추경예산심사에서도 시의원들 간 공덕비 철거와 보존에 대해 찬반 격론이 벌어졌다. 손세화 시의원은 "이전 대신,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송상국 시의원은 "흑역사도 역사이기에 보존해야 한다"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의원들 간 의견이 엇갈리면서 시의회에 지금의 축석고개에서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데 필요한 ‘전두환 공덕비’ 이설 비용으로 950만 원을 승인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전액 삭감됐다.

 

시민사회의 여론이 거센데도 포천시는 여전히 해당 비석을 철거할 계획보다는 이설을 추진했다. 지난 13일 경기도 포천시 관련 부서 관계자는 '민중의소리' 와의 전화 통화에서 “2018년도에 (공덕비 이설이) 추진했다가 무산된 뒤로 이렇다 할 움직임은 없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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